美장관 "반도체 공급망 재편, 韓·日에 도움"…中통제 동참 촉구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블룸버그

올여름 중국 방문을 앞둔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이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반도체 정책이 한국, 일본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몬도 장관은 이날 미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기업연구소(AEI) 주최 행사에서 중국의 공격적인 보조금 혜택을 받는 반도체 공급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국이 대중국 수출 통제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러먼도 장관은 "중국이 반도체 칩 과잉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데 쏟아붓고 있는 금액은 우리가 동맹국과 함께 고민하고 협력해야 할 문제"라며 미국은 첨단 반도체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를 진행하는 동시에 첨단 기술이 중국에 유입되는 것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런 정책이 한국 등 동맹국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과 동맹국 간 첨단기술 경쟁이 존재한다고 인정하면서도 "유럽, 한국, 일본과의 협력이 잘 이뤄지고 있다. 우리가 제대로 한다면 한국, 일본, 유럽이 이익을 얻고 더 안전하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모두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를 막기 위한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정책이 미국뿐 아니라 동맹국에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으로, 동맹국 역시 미국의 중국 반도체 규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을 촉구하는 발언으로 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생산 시설을 둘러본 후 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사진=뉴스1

러먼도 장관은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업계 및 동맹국과 중국 반도체에 대한 새로운 수출 제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규제 품목,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으로 쏠린 반도체 공급망 중심을 미국으로 되돌리겠다며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제한 조치를 공식 발표했고, 현재 제한 범위를 확대한 최종 제재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고사양의 첨단 반도체뿐만 아니라 저사양 반도체에 대한 대중국 수출도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바이든 정부의 추가 제한 움직임에 반도체 업계는 중국을 겨냥한 미 정부의 조치가 미국의 반도체 리더십을 해칠 뿐 아니라 중국의 기술 개발을 늦추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며 규제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러몬도 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선 기업의 이익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추가 제한 조치를 감행할 거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난해 10월 시행된 규제를 바탕으로 한 추가 규제는 미국 기업의 이익 일부를 훼손하겠지만, 국가 안보를 위해 그럴 가치가 있다고 생산한다"며 대중국 수출 제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러몬도 장관은 전날 미 싱크탱크 윌슨센터에서 주최한 대담 행사에 참석해 정확한 일정은 아직 조율 중이나 올여름 안에 중국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러몬도 장관의 방중이 성사되면 이는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변화 특사에 이어 올해 중국을 방문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4번째 장관급 인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