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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로 죽을뻔한 개와의, 여름 산책

머니투데이
  • 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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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7.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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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치는 음식은 없다 - ④] 2020년 3월, 개 짖는 소리 따라가다 '개농장' 처음 발견, 시민들과 동물권단체 케어 힘으로 200여 마리 살리고 돌봐…3년이 흐른 뒤, 안녕하게 보내고 있는 개들의 불안하지 않은 여름날

[편집자주] 개농장에서 살린 개를 만났습니다. 두려워하면서도 다가왔습니다. 코를 킁킁거렸습니다. 뜨거운 숨이 느껴졌습니다. 꼬리도 흔들었습니다. 반갑다는 뜻이었습니다. 개식용을 끝내기 위한 법안이 나왔습니다. 그렇습니다. 꼬리치는 음식은 없습니다.

언제 죽을지 몰라 늘 조마조마하던 개가, 비로소 맘 편히 낮잠을 잔다./사진=아크 보호소
흙길을 걷고 여름 내음을 맡고. 꼬릴 흔들고 좋아하는 게 느껴지고. 여느 반려견과 다를 게 아무것도 없다. 개농장에서 죽을뻔했던 베라가 비로소 살아가고 있다./사진=산책을 너무 잘해 흐뭇한 남형도 기자
"베라야, 걸으니까 좋지? 여기도 가볼까?"

무성한 녹음에 파묻혀 여름을 킁킁거리며 맡던 개. 이름은 베라. 계절의 절정을 알리는 울창한 쓰르람이 매미 소리에 콸콸 청량하던 계곡 물소리. 오감을 자극하던 여름의 질감. 응당 호기심이 가득할 거였으나 재촉하지 않고 발맞춰 걷던 개. 돌아간다고 했을 때 떼도 안 쓰고 가만히 따라와 다시 견사로 들어가던, 착한 개.


모르는 이가 봤다면 평범했을 산책에 마음이 몹시 일렁였던 건, 개가 겪은 이야기를 알고 있어서였다.
인천 계양산 개농장의 옛날 모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좁은 뜬장. 이런 곳에 갇혀서 음식물 쓰레기나 먹으며 살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사진=아크 보호소
인천 계양산 개농장의 옛날 모습.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비좁은 뜬장. 이런 곳에 갇혀서 음식물 쓰레기나 먹으며 살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사진=아크 보호소
베라가 살던 곳은 비좁은 뜬장이었다. 오롯이 서기도 앉기도 불편했다. 매일의 밥은 음식물 쓰레기였다. 그걸 먹으면 거기서 변을 보고, 뚫린 장 밑으로 떨어졌고, 그 위에서 또 살아갔다. 그러다 어느 시점엔 밖으로 나왔다. 죽여도 좋을 만큼 자랐단 거였다. 팔리고 도살장에서 죽어 몇 그릇의 개고기가 될 거였다.
이리 산책을 잘하는 개인데, 그 좁은 곳에 갇혀서 얼마나 나오고 싶었을지. 잘 살아가기 위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이리 산책을 잘하는 개인데, 그 좁은 곳에 갇혀서 얼마나 나오고 싶었을지. 잘 살아가기 위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그리 30년을 기르고 죽이던, 300마리 넘던 인천 계양산 개농장. 그게 무너지기 시작한 건 2020년. 개 짖는 소리를 신경 쓰여 했던 한 시민에게서 시작됐다. 유희진씨였다. 소리를 따라간 곳에 개들이 있었다. 보고 들은 걸 알렸고 당시 시민 150여명이 연대했다. 동물권단체 케어가 도왔다. 많은 이들이 애써서 살려내었다.

3년이 흘렀다. 개농장은 보호소가 됐다. 이름은 '아크(ARK)' 보호소. 죽을까 봐 불안할 일 없고, 잘 살아가는 개들을 오랜만에 만나러 갔다.



몸을 옆으로 기댄다, 쓰다듬어 달라고


호의가 가득한 개들의 눈빛. 죽이는 인간도 있으나, 살리는 사람도 있단 걸 알게 되었다는듯./사진=남형도 기자
호의가 가득한 개들의 눈빛. 죽이는 인간도 있으나, 살리는 사람도 있단 걸 알게 되었다는듯./사진=남형도 기자
2020년 말. 처음 봤던 아크 보호소 개들은 대부분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었다. 뜬장에서 나와 처음 땅을 밟았어도, 비로소 살아가게 됐어도. 그게 자연스러운 거라 여겼다. 그동안의 삶을 손톱만큼이라도 짐작한다면. 사람이 온다. 옆 칸 개를 끌고 간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두려움. 그러니 사람을 믿을 수 있었을까.


3년 만에 아크 보호소 개들을 만났다. 아래 견사 애들부터 살펴봤다. 매일 고생하며 돌보는 보호소 직원이 이리 말했다.

"개들 이름이 쓰여 있어요. 색깔별로 해뒀는데요. 처음 오시는 분들도, 만져도 괜찮은 애들이 녹색 이름표에요. 소심한 애들이 노란색이고요."
위쪽 견사에 있는 아크 보호소 개의 모습. 덩치만 컸지, 아주 순둥순둥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위쪽 견사에 있는 아크 보호소 개의 모습. 덩치만 컸지, 아주 순둥순둥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죽이려 꺼내던 이들과 같은 종족, 인간. 그러니 무슨 염치로 만질까 싶었다. 미안한 맘으로 다가갔다. 한껏 젖힌 큰 귀, 조금의 해도 없을듯한 순한 눈, 분주히 기뻐하는 다리, 최선을 다해 좌우로 흔드는 꼬리. 그리 반겨주고 있었다. 그리고 몸을 펜스에 붙여 옆으로 섰다. 쓰다듬어 달라는 거였다.
쓰다듬는 걸 이리 좋아하고. 계속 꼬리를 흔들고. /사진=남형도 기자
쓰다듬는 걸 이리 좋아하고. 계속 꼬리를 흔들고. /사진=남형도 기자
손을 넣어 천천히 쓰다듬었다. 손길이 좋은지, 녀석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토닥이고 어루만졌다. 얼굴을 바라보니 혀를 내밀고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좋아 별수 없이 나도 웃었다.



바람 쐬어주고 얼음 주던 이들


아크 보호소에 봉사와서 밥을 주는 봉사자 정소희씨. 유독 눈에 밟히는 애들이 있어, 여기에 계속 오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아크 보호소에 봉사와서 밥을 주는 봉사자 정소희씨. 유독 눈에 밟히는 애들이 있어, 여기에 계속 오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사진=남형도 기자
"계속 하게 되더라고요. 애들 보고 가면 생각나고요. 너무 정이 들어서…."

혜영씨가 개들에게 줄 물을 콸콸 담으며 말했다. 2020년 11월부터 보호소 봉사를 하고 있다. 큰 강아지 보면 움찔했는데 이리 귀엽고 순할 줄 몰랐다고. 평생 여기서 살다 끝나는 게 아닐까, 걱정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입양도 가고 견사도 넓어지고 희망이 보여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돌보던 애들이 좋은 가족 만나 잘 지내는 걸 보면, 진짜 엉엉 운단다.
제빙기를 들여와 시원한 얼음물도 줄 수 있게 됐다. 더 나은 돌봄이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사진=남형도 기자
제빙기를 들여와 시원한 얼음물도 줄 수 있게 됐다. 더 나은 돌봄이 있을지 고민하는 이들./사진=남형도 기자
대화하는 사이 봉사자가 얼음을 가져왔다. 무더운 여름이라고, 시원한 물 주겠다고. 달그락달그락, 얼음 푸는 소리가 경쾌했다. 커다란 그릇에 콸콸, 물이 넉넉히 담겼다. 그 안엔 차가운 얼음이 들어갔다. 개들은 꿀꺽꿀꺽, 맛나게도 물을 마셨다.
깨끗한 물 대신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먹고 살았을 개농장 개들. 이리 좋아하는 데도, 그렇게만 줬었다./사진=남형도 기자
깨끗한 물 대신 음식물 쓰레기 같은 걸 먹고 살았을 개농장 개들. 이리 좋아하는 데도, 그렇게만 줬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섬세하게 나아졌다. 그런 게 보였다. 보호소 초기엔 개들이 밥그릇, 물그릇을 자주 뒤집었었다. 잘 못 먹어 속상했었는데 고정을 해뒀다. 견사는 전체적으로 바람이 통하게 열어두고, 햇빛을 가려두었으며, 커다란 선풍기를 곳곳에 놓아 공기가 빠져나가게 했다. "이렇게, 저렇게 하면 좋겠다며 다들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고 혜영씨가 말했다. 다정하게 보호받고 있었다.



간식 앞발에 껴서 먹고, 걷고, 사랑받고


무더위에도 보호소 개들을 돌보기 위해 모인 봉사자들. 살리기 위해 땀흘리는 것도 개의치 않던, 더없이 좋은 사람들./사진=남형도 기자
무더위에도 보호소 개들을 돌보기 위해 모인 봉사자들. 살리기 위해 땀흘리는 것도 개의치 않던, 더없이 좋은 사람들./사진=남형도 기자
물은 오후에도 몇 번씩 더 채워준다. 무더운 여름이라 더 신경을 쓴다. 배변도 보이면 바로 치워준다. 깨끗한 신문지도 빼곡하게 깔아주었다. "2~3겹씩 깔아달라"고 직원이 말했다.

그러느라 견사 안에 처음 들어갔다. 놀라지 않게 천천히 움직였다. "도도야, 단테야, 가르텐아." 그리 이름표를 보고 반갑게 부르면서. 쓰다듬어주고, 두 팔 가득히 안아주었다. 여느 개보다 더 순했고, 다를 게 하나도 없었다. 신문지를 깔아주러 몸을 낮췄을 때, 베라가 다가와 얼굴을 핥아주었다. 예쁘고 따뜻하고 보드라워 행복해졌다.

아이들이 제일 신난 시간은 역시 '간식' 먹을 때였다. "간식줄까?"란 말만 들어도 깡충깡충 뛰며 좋아했다. 다가가 하나씩 건네줬다. 소중하게 물고 가더니 앞발에 껴서 와그작와그작, 맛나게도 먹었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이리 소중한 생명이 한순간에 사라질뻔했다고. 그게 말이 되느냐고. 이 시간을 살 수 있어 다행이라고.
바깥에 나와 걸어다니는 시간. 그러다가도 들어가자고 하면 묵묵히 들어가는 착한 개들./사진=남형도 기자
바깥에 나와 걸어다니는 시간. 그러다가도 들어가자고 하면 묵묵히 들어가는 착한 개들./사진=남형도 기자
중간 문을 닫은 뒤엔 작은 공간이나마 걸어 다니게 해줬다. 견사 문을 열자, 하나씩 바깥으로 나왔다. 비좁은 뜬장에 구겨져 넣어졌던 개들이 걸어 다니고 있었다. 다른 개들과 인사하고, 사람에게 안겨 사랑받고, 곳곳에 다니며 냄새를 맡았다. 여전히 두려움을 못 떨친 개도 있었다. 메르테스란 애였다.

그러는 그를 유독 마음 쓰는 이가 있었다. 봉사자 정소희씨였다. 구석에 웅크린 메르테스를 가만히 바라보더니, 다가갔다. 조심스레 어루만져 주었다. 소희씨는 "원래 산책을 아예 못했는데, 몇 번 데리고 나오니까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빨리 입양보내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눈에 밟힌다고, 그래서 계속 오게 된단다.



고통받는 동물, 시민의 힘으로…"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만이 가득하다. 여기 오는 이들의 진심이 다 그랬다./사진=남형도 기자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하는 바람만이 가득하다. 여기 오는 이들의 진심이 다 그랬다./사진=남형도 기자
김영환 케어 대표는 "아크 보호소야 말로 제가 생각하는 동물 운동의 모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아크 보호소의 단톡방에 들어가 보라고 했다.

거기엔 381명의 시민들이 모여 연대하고 있었다. 개농장 개들의 힘듦, 고통, 아픔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참여한 이들이다. 조직도 체계적으로 잘 구성돼 있다. 기획 위원 열 명이 중심을 이끌고 있다. 외국계 회사원, 약사 등 다 자기 일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부 단위엔 후원을 이끄는 팀, 펫페어팀 등도 있다.
해외 입양을 가서 가족을 만난, 아크 보호소의 개들. 식용견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사진 속에서 환히 웃는 개가 분명히 말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해외 입양을 가서 가족을 만난, 아크 보호소의 개들. 식용견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사진 속에서 환히 웃는 개가 분명히 말하고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단톡방에선 개들을 보호하고, 잘 지내게 하고, 좋은 가족을 만나게 하기 위한 많은 이야기들이 실시간으로 오갔다. 8월 19일엔 비건 음식으로 야시장을 준비하고 있었고, 임시 보호 중인 알버트 사진에 다들 기뻐했으며, 캐나다에서 임시 보호 중인 시에나 영상에 감사가 오갔다. 동물보호단체가 하는 게 아녔다. 시민들이 개들을 살리고 있었다.
언제 죽을지 몰라 늘 조마조마하던 개가, 비로소 맘 편히 낮잠을 잔다./사진=아크 보호소
언제 죽을지 몰라 늘 조마조마하던 개가, 비로소 맘 편히 낮잠을 잔다./사진=아크 보호소
김 대표는 "오로지 시민들이,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강요한 것도 아닌데 하고 있다""여기 모인 이들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 저보다 개에 대한 애정이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다. 저로서는 기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리 당부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동물들이 고통 받고 있어요. 이들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시민 힘밖에 없습니다. 이 기사를 보는 여러분이, 할 수 있는 게 뭘지 더 고민하고 시야를 넓혀주세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게 제일 중요합니다."
기자의 반려견 똘이한테 하는 것처럼 몸을 낮춰서 놀자고 해봤다. 함께 놀자고, 꼬릴 흔들며 신나하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사진=남형도 기자
기자의 반려견 똘이한테 하는 것처럼 몸을 낮춰서 놀자고 해봤다. 함께 놀자고, 꼬릴 흔들며 신나하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사진=남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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