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투자자가 모르고 中군대 돕는다? 하원이 운용사 조사하는 이유는

/로이터=뉴스1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금융지표 개발업체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중국 방위업체 등에 대한 미국 자본의 투자를 자극했다는 의혹으로 미 하원의 조사 대상이 됐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의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미·중 전략경쟁특별위)는 블랙록과 MSCI가 중국 군대를 돕고, 미국의 가치와 안보를 약화하는 투자로 이익을 얻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략경쟁특별위는 지난 1월 중국공산당 견제를 목적으로 설립된 하원 기구로, 미국 기업의 중국 활동 및 투자 등을 조사하고 있다. 입법 권한은 없지만, 특정 사안과 관련해 청문회 개최 권한을 갖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달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와 중국 배터리업체 CATL의 미국 합작법인 설립을 만들어진 고소득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미국인이 아닌 중국인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전략경쟁특별위의 공화당과 민주당 최고위원들은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와 헨리 페르난데스 MSCI 대표에게 보낸 서한에서 "두 회사의 (투자) 결정은 미국 펀드 투자자들이 (중국) 인민해방군용 무기를 개발하는 중국 기업에 '무의식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미 공화당 하원 의장인 마이크 갤러거와 민주당 최고위원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는 "미국 기업이 미국의 가장 큰 해외 적국의 군사적 발전을 촉진하고, 인권 침해를 조장하는 투자로 이익을 얻는 것은 '비양심적'"이라고 서한에 적었다. 이어 블랙록과 MSCI에 중국 투자 시 중국 기업의 미국 블랙리스트 포함이나 국가안보 또는 인권과 같은 문제를 고려하는지 등 중국에 대한 투자 결정 과정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다.

/로이터=뉴스1

전략경쟁특별위는 MSCI 지수에 미 정부 블랙리스트에 오른 ZTE, 중국항공공업집단공사(AVIC) 등 중국 기업 수십개가 포함됐고, 블랙록은 자사 중국 펀드를 통해 제재 대상이 된 중국 기업에 직접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MSCI 지수에 편입된 종목들을 참고해 투자자들이 참고하기 때문에 MSCI가 중국에 대한 투자를 촉발했다는 논리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블랙록은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중국 기업 20개 이상에 투자했고, 중국 관련 5개의 펀드에서만 문제가 되는 중국 기업에 투자한 자금이 최소 4억2900만달러(약 5536억2450만원)에 달한 것으로 평가됐다. MSCI 지수에는 블랙리스트에 있는 중국 기업 40개 이상이 포함됐다. 이는 MSCI 중국 A주식 지수 가치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FT는 설명했다.

블랙록은 전략경쟁특별위의 조사 착수에 "블랙록은 중국과 전 세계 투자에 있어 미국법을 준수하고 있다"며 "위원회가 제시하는 이슈에 계속해서 협조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반면 MSCI 측은 "(위원회의) 요청 사항을 확인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일부 시장 관계자들은 전략경쟁특별위가 조사 대상으로 블랙록과 MSCI만 특정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하원의 조사가 다소 지나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 금융자문업체인 베타파이의 토드 로젠블루스 리서치 책임자는 FT에 "정부가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미국 트래커 펀드(tracker fund)를 우려한다면, 유사한 지수를 추적하는 모든 펀드를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