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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한국산" 해상풍력 '안방'서 2조 잭팟…K-전선, 꽃길 걷나

머니투데이
  •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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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8.3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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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과 한국 제조업의 기회<3> LS전선
①유럽 '빅3'와 유럽 해상풍력용 케이블시장서 경쟁하는 한국 기업

해상풍력단지에 케이블을 공급하는 모습/사진출처=LS전선
해상풍력단지에 케이블을 공급하는 모습/사진출처=LS전선
#지난 5월 네덜란드·독일 TSO(송전망운영사) 테넷(TenneT)이 발표한 총 55억 유로(약 7조8000억원) 규모 해상풍력 케이블 프로젝트 계약 체결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유일한 비(非)유럽 기업 LS전선. LS전선이 벨기에 개발사 얀데눌, 데니스와 꾸린 컨소시엄은 북해 해상풍력단지 10곳에서 네덜란드·독일 내륙으로 전력을 끌어오는 HVDC(초고압직류송전) 케이블 설치 프로젝트의 사업자 중 한 곳으로 선정됐다. LS전선이 포함된 컨소시엄은 약 2000km에 달하는 케이블 제작·설치를 맡는다.

LS전선의 수주가 기념비적인 건 2조원이란 계약금액 때문만이 아니다. 해저케이블 산업을 장악한 유럽 기업들과 경쟁해 해상풍력 '안방' 유럽에서 최대 규모 해상풍력 케이블 사업 중 하나를 따냈다는 실적 자체다. 앞으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해상풍력 케이블*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 강화할 거란 전망을 뒷받침하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를 LS전선과 나란히 수주한 케이블 기업은 전 세계 '빅3' 해저케이블 기업에 속하는 넥상스와 NKT다.


해저케이블 시장 장악한 유럽 '빅3'와 '안방' 유럽서 경쟁하는 韓 기업


해저케이블은 유럽 기업들이 아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몇 안 되는 제조업 분야 중 하나다.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 프리즈미안, 프랑스 기업 넥상스, 덴마크에 본사를 둔 NKT 등 '빅3'의 위상이 공고하다. 이 기업들은 2010년대 M&A로 몸집을 불려 과점체제를 한층 더 굳혔다. 프리즈미안은 2011년 네덜란드 전선기업 드라카를 인수한 데 이어 2017년 당시 미국 최대 전선업체 제너럴케이블을 사들여 덩치를 키웠다. NKT도 스위스에 본사를 둔 ABB의 전선사업을 지난 2016년 인수하며 이 분야 세계 최대 기업 중 한 곳으로 부상했다.

몸집 키우기에 나선 전선기업들은 2010년대 들어 파이가 커진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수익성 있는 사업을 선점하기 위한 행보에 한창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전력망(그리드)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전선업체들의 핵심 먹거리로 부상했다. 프리즈미안의 자료에 따르면 해상풍력 프로젝트 비용의 약 25%가 터빈과 변전소·변전소와 내륙을 연결하는 해저케이블 부문에 지출된다. 풍력 터빈(37%) 및 터빈을 지지하는 하부구조물(23%)에 투입되는 비용 대비 상당한 비중이다. 이 중에서도 마진이 가장 높은 해상풍력용 케이블과 해저 인터커넥터(대륙간 연결) 사업에서 승기를 쥐려는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 2021년 넥상스가 전력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전체 사업의 약 3분의 1을 매각하기로 한 배경에도 해상풍력용 케이블 산업의 성장이 있다.

해저케이블 시장이 급성장 중이지만 이를 제작부터 시공까지 모두 할 수 있는 기업은 전 세계에 유럽 '빅3'와 LS전선, 일본 스미토모 전기산업 5개 업체 정도다. LS전선에 따르면 각사 사업보고서 종합 시 유럽 3사와 LS전선의 점유율이 약 85%다. 해저 전력케이블은 케이블 제작 최고 수준의 기술력이 집약된 제품이라 그만큼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아서다. 해저의 강한 압력을 견뎌야 해 지중케이블에 비해 높은 기술력이 요구되고,고장이 나면 복구에 최장 반년이 소요되며 수리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들어 발주처가 요구하는 품질 기준이 매우 까다롭다.

"역시 한국산" 해상풍력 '안방'서 2조 잭팟…K-전선, 꽃길 걷나


10년 적자 터널 뚫고 글로벌 메이저 해저케이블 플레이어로


LS전선이 유럽 주요 케이블 기업들과 비등한 경쟁을 하는 현재의 구도가 의미 있는 이유도 이런 까다로운 시장에 비교적 단기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기 때문이다. LS전선이 해저케이블 사업에 뛰어든 건 2008년. 2009년 제주와 진도를 잇는 105km 길이의 제주 2연계 HVDC 사업 입찰에 도전하기 위해 2008년 강원도 동해시에 국내 첫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을 시작한 게 출발이었다. 수주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장을 짓는 '베팅'이었다.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내린 당시 경영진의 이 결정은 결국 LS전선이 현재 아시아 최대 해저케이블 기업이 되는 결실로 이어졌다. LS전선에서 해저케이블 등의 국내 전력 사업을 총괄하는 박승기 에너지국내영업부문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2008년 시작을 안 했다면 이후 10년 동안 사업을 이어오지 못했을 것"이라 했다.

LS전선은 구미공장에서 1980년대부터 생산했던 지중 초고압케이블 기술을 기반으로 HVAC(초고압교류송전) 해저케이블을 사업화했고, 이후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요구되는 HVDC 해저케이블을 개발했다. 결국 제주 2연계 사업을 수주했고, 이 수주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마중물이 됐다. 해저케이블 시장에서는 제조 기술과 설계 능력은 물론 제품과 공장에 대한 인증, 수주를 위한 실적이 필요한데 제주 2연계 사업 수주로 이 발판이 마련된 상황에서 유럽을 중심으로 해상풍력 시장이 본격 성장했다. 2013년 세계 최대 해상풍력 개발사인 덴마크 오스테드(당시 동 에너지)가 영국에 짓는 해상풍력 발전단지에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을 사용하기로 하며 첫 유럽 지역 공급계약을 맺었다. 2015년에는 미국 첫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해저케이블을 공급하는 계약을 수주했다.

2010년대 후반엔 대만이 적극적으로 해상풍력에 나서며 대만 사업을 LS전선이 장악했다. 오스테드 등 유럽에서 이미 LS전선의 해저케이블을 썼던 주요 개발사들이 대만 프로젝트에서도 LS전선 제품을 선택하면서다. 해저케이블은 한번 생산해 배에 싣는 무게가 약 4000톤에 달해 생산 시설과 가까울수록 운송비용이 적게 든다. 아시아 해상풍력 시장이 커질수록 역내(동해시)에 해저케이블 공장을 보유한 LS전선이 유리한 이유다. 대만 시장 성장과 함께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도 2019년 흑자전환했다. 그간 7000억원 이상 들였던 투자가 결실을 맺는 시기에 들어선 것. 박승기 부문장은 "전세계에서 탄소중립 의제가 부상하며 유럽·미국 해상풍력 시장이 커졌고 대만과 한국도 참여하며 흑자전환이 가능해졌다"고 했다. 한국 해상풍력 시장이 형성되면 이 역시 LS전선에게 유리하다. 특히 새로운 시장인 부유식 해상풍력이 동해 앞바다에 대규모로 조성될 가능성이 주목된다. 그는 "한국에서 부유식 해상풍력 시장이 커지면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 했다.

유럽 해상풍력 케이블 공급부족이 예견된 가운데 생산능력 확충에도 서두르고 있다. LS전선은 지난 5월 수출용 제품 생산을 위해 아시아 최대 규모 HVDC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해저4동)을 완공했고, 지난 10일에는 동해 사업장 해저케이블 생산능력 확대에 1555억원을 더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동해시에만 있는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유럽·미국에 신설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박 부문장은 유럽·미국 해저케이블 공장 신설에 대해 "아직 확정된 바는 없으나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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