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동생·여친까지 지게꾼 동원…몸 속엔 '클럽 마약' 34만명분

이번 사건으로 압수된 케타민 약 600g, 필로폰 알약 100정 /사진=인천지검

검찰이 세관과의 합동수사 끝에 케타민 34만명 분을 밀수입한 일당 2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들은 전통적인 마약 조직과 달리 일시적으로 조직을 꾸려 마약을 밀수·유통한 뒤 흩어지는 방식으로 수사망을 피해다니다 이번 수사로 일망타진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산하 인천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연실)와 인천공항본부세관 조사국(국장 문행용)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27명을 최근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자금책 A씨(30) 등 25명을 구속기소했고,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주범과 공범을 전부 밝혀냈다"고 했다.


검찰과 세관은 지난 3월2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마약 운반책 3명을 검거한 것을 시작으로 4개월만에 배후 공범들을 줄줄이 적발했다. 앞서 검찰과 세관은 '위드 코로나' 이후 여행객이 폭증할 상황을 대비해 선제적으로 마약 밀수 의심자 명단을 추려 합동수사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사건에서 '지게꾼'으로 활동한 조직원 /사진=인천지검

A씨 등은 4개 조직을 꾸려 2021년부터 지난 7월까지 약 2년 7개월 동안 태국에서 케타민 17.2kg을 국내로 밀수해 유통한 혐의를 받는다. 케타민은 일명 '클럽마약'이라고 불리는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최근 압구정동 롤스로이스 돌진 사건 피의자 신모씨와 용산구에서 추락 사망한 경찰의 동호회 일행한테서 케타민 양성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클럽 버닝썬에서 일어난 각종 성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알려져 '버닝썬 마약'이라고 불린다.

이번에 적발된 조직원들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청년들로, 강남 클럽에서 MD(영업직원)로 일하거나 유흥을 즐기는 과정에서 관계를 형성했다. 이들은 마약류 밀수 정보를 공유하고 범행 자금 마련을 도우면서, 다수 공범을 신속히 모집해 케타민을 대량으로 밀수하고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직원들은 자금책·모집책·연락책·지게꾼 등 역할을 배분해 움직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금책이 태국 마약상에게 돈을 주면, 운반책이 국내로 마약을 들여왔다. 이후 모집해둔 아르바이트생들이나 조직원들이 텔레그램 등으로 마약을 판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대부분 마약 조직은 고정적 조직원들이 계급을 형성해 역할을 나눠 범행을 하는데 이 사건 조직은 공범이 구속될 경우 다른 공범이 그 자리를 대신하거나 새 조직을 구성해 활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간 활동하면서 이익 분배 후 흩어지는 등 산발적이고 비정형적인 범죄 양상을 보였다"며 "이해관계나 상황에 따라 구성원의 구성이나 역할이 변했고, 한 사람이 여러 조직에 가담하기도 했다. 범행 수법을 학습한 뒤 더 많은 수익을 위해 별도 조직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진화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한 조직의 자금책이자 연락책으로 활동하면서 별도의 밀수 조직을 꾸린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조직에서 B씨(27)는 모집책·지게꾼 역할을 하면서, 또 다른 조직에서 모집책이자 연락책으로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C씨(32)는 여동생과 여자친구를 지게꾼으로 쓰다가 함께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