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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29) '지중해식 식단'이 장수의 증거일까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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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9.10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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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낙상은 노인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일이 드디어 나에게 찾아왔다. 그렇게 낙상을 경험하니, 남의 일처럼 여겼던 노인의 문제를 좀 더 직접적으로,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낙상 같은 노년(?)의 병들을 마주하면서 젊었을 때처럼 병을 다룰 수 없다는 인식도 새로 생겼다. 예를 들어 고혈압이나 당뇨는 중년까지 모두 치료하고 관리해야 할 질병이지만, 노인이 되면 이 문제는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 약을 복용할 땐 그 약의 부작용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다중 약제를 복용하면서 생길 새로운 문제를 깊이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낙상은 출근 전 목욕하다 일어났다. 아침 달리기 이후 목욕을 다 끝내고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에 어떻게 넘어졌는지 알아차릴 새도 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기억나는 거라곤 오른쪽 뺨을 중심으로 광대뼈가 그대로 바닥에 찍혔다는 것뿐. 나는 한동안 바닥에 그대로 뻗어 일어나지 못했다. 샤워기 물줄기가 내 뺨과 머리를 계속 적셨고 머릿속으로는 "일어나야 한다"고 외쳤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게 겨우 몸을 가누고 일어나면서도 혼잣말로 최선 정보들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며칠 전 마지막 문장까지 외운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을 암송했고, 오늘 할 일이 무엇인지 되내었다. 거기까지 이르자,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은 것 같다는 결론으로 위안 삼았다. 하지만 통증은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은 약간의 부기 외에 외형이 크게 뒤틀려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병원에 들러 엑스레이와 CT를 모두 찍었더니, 신경과 의사가 이렇게 말했다. "사진 보이시죠? 광대뼈에 한 개, 여기 눈 밑에 한 개 골절이 보이네요. 성형외과로 가서 수술 논의를 해야겠네요."

대형병원에 갔더니, A의사가 더 자세하게 설명했다. "여기저기 해서 모두 4개가 골절됐고요. 제 생각엔 정복술을 통해 깔끔하게 수술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요."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얼굴 골절은 (수술을 하려면) 늦어도 2주 안에 해야 한다. 안 그러면 뼈가 붙어 수술 시기를 놓친다. 하지만 A의사는 하필 봉사활동으로 수술을 맡을 수 없다며 B의사와 다시 상의해보는 걸 추천했다.

다음날 B의사를 만났을 때, 그는 어제의 의사보다 선배인 듯 더 노련하고 숙련된 경험을 바탕으로 대수롭게 않게 이렇게 말했다.

"넘어질 때 한쪽으로 일자로 그나마 부딪혀 결과적으로 '예쁘게' 부러졌어요. 뇌는 다행히 안 다쳤고 부러진 것도 2주간 잘 보존하고 관리하면 수술했을 때하고 그리 큰 차이 없을 거예요. 불안하면 수술이 더 도움이 될 수 있고요."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전신마취에 대한 불안감이 큰 데다, 수술 후 한 달 간 병원에 있어야 하는 문제 등으로 수술만큼은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면골절 문제에 있어 전문가 및 수술 당사자들의 말을 대체로 종합하면 '수술이 가장 확실한 답'이었다. 그 사이 뇌에 어떤 문제(뇌졸중 등)가 추가적으로 발생할지 모르고 잠잘 때 뒤척이는 자세 등으로 뼈가 틀어지게 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며칠 딜레마에 빠졌다.

그러다 루시 폴록이라는 노인의학과 교수의 '오십부터 시작하는 나이공부'라는 책을 보게 됐다. 여기 찰스 할아버지와 에밀리 할머니가 등장한다.

찰스 할아버지는 뇌졸중 확률을 계산해주는 시스템인 '채즈배스크'를 이용하면서 당뇨병, 고혈압 등 과거 병력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했다. 결과 점수는 4점이 나왔고 웹페이지에서는 할아버지가 실제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나는 4점이고 이는 매년 뇌졸중이 발생할 확률이 4%라고 하는군. 나는 이걸 높다고 생각하지 않소. 올해 뇌졸중이 생기지 않을 확률이 96%나 된다는 소리니까."

에밀리 할머니는 찰스와 점수가 같았다. 혈액 희석제를 먹으면 매년 뇌졸중에 걸릴 확률이 4%에서 2%로 내려가지만 출혈 위험은 올라갈 수 있다. "우리 어머니가 뇌졸중을 앓았어요. 끔찍했지. 차라리 죽는 것이 나았을 테지만, 어머니는 살았고 아주 힘든 시간을 보냈어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떤 사람한테는 '높은 숫자'가 다른 사람한테는 '안 높은 숫자'일 수 있다. 찰스는 혈액 희석제를 먹으면 뇌졸중 위험은 낮출 수 있지만 피를 혐오했기에 약을 거부할 것이다. 반면 에밀리는 뇌졸중에 걸릴 위험을 낮추기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고 웬만한 역경은 감내할 것이다.

또 다른 86세 리오폴드 할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로부터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며 달걀이나 치즈 섭취를 줄이라는 권고를 받았다. 심근경색에 걸리고 싶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식단을 엄격하게 제한했다. 심장병 전문의는 대개 '수치'와 '기록'을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론자들이지만, 노인의학을 다루는 전문의 입장에서 이 같은 제한 조치는 '미친 짓'으로 규정한다. 75세 이후부터 질환 수치에 따라 식단을 제한하고 약을 먹는다고 해도 이로 인해 얻는 이익은 적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노년의 건강은 더 큰 융통성이 필요한 법이다.

나는 조금 더 적을지 모를 이익(benefit)과 상대적으로 더 많아 보이는 위험(risk) 중 선택을 해야 했다. 찰스 할아버지가 될 것인가, 에밀리 할머니가 될 것인가, 또는 리오폴드 할아버지처럼 어떤 의사의 말을 따를 것인가를 종합적이고 융통성 있게 결정해야 했다.

나의 선택은 수술을 통한 정복술이 아닌, 방치에 의한 보존술로 기울었다. 접합의 관점에선 뼈를 완벽하게 붙이는 이익보다 통증이 덜한 불완전 접합이라는 리스크를 택한 셈이다. 하지만 접합의 오차가 크지 않다는 전제에서, 그리고 안와골절이 있으나 복시 같은 부작용이 없고 턱관절과 치아의 교합이 어긋나지 않아 자연스러운 접합이 더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부지불식간 생긴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오래 전 양쪽 어깨 수술로 전신마취를 해본 경험과 수술 이후 여러 면에서 힘들었던 삶의 과정을 고려하면 나의 이익은 분명 '비수술'에 있다는 확신까지 들었다. 그렇게 나는 찰스 할아버지가 되어 갔다.

우리는 흔히 노화 과정을 통제하기 위해 항노화 식단이나 젊음의 영약을 찾아다니곤 한다. 그래서 일찍 사망에 이르게 한 동물성 지방 가득한 '서구식' 식단과 올리브유와 견과류, 채소 비중이 높은 '지중해식' 식단을 비교한 뒤 결론을 내고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널리 알려진 후자 에 너도나도 뛰어든다.

지중해식 식단. /사진=유튜브 캡처
지중해식 식단. /사진=유튜브 캡처

하지만 지중해식 식단이 실제 장수에 도움이 된다고 증명하기는 어렵다. 식단을 정확히 시험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한 가지 식단이나 다른 식단을 시험하는데 사람들을 배정할 수는 있지만, 효과가 나타나려면 몇 년이 필요하고 참가자가 그동안 엄격하게 식단을 지키기란 어려운 일이라고 토로한다. 이 식단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그 외의 다른 요소(운동, 스트레스, 정식적 호기심, 타인과의 관계 등)가 주는 영향들도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올해 100세를 맞은 전 미국 국무장관 헨리 키신저는 지중해 식단과는 거리가 먼 '육식 애호가'다. 채소, 올리브, 견과류 같은 음식에 닿지 않고도 100년을 거뜬히 견디는 걸 보면 '예외'인지 '모순'인지 헷갈리기 십상이다. 키신저의 아들이 워싱턴포스트지에 기고한 아버지의 장수 비결을 보면 핵심이 '역동'이다. 격동과 긴장의 삶을 살아온 데다,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한다. 다시 말하면 늘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을 하면서 '내일도 바쁠' 삶에 대한 기대가 역동적으로 다가온다는 의미로 읽혔다.

키신저는 평소 소시지와 쇠고기를 즐겨 먹었고 채식은 거의 하지 않았다. 운동도 보는 건 좋아했지만, 직접 하지는 않았다. 다만, 어떤 일이든 적대시하거나 조급해하지 않았다. 세계 외교를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과 국가 관계에서 이해와 여유를 언제나 앞세웠다. 무엇보다 90세가 넘어서도 왕성한 호기심과 학습 욕구가 식지 않았다. AI(인공지능) 키워드가 세계 화두로 등장하자, 키신저는 95세부터 관심을 가져 책 두 권을 발간하기도 했다. 올해 100세엔 또 다른 책을 쓰기 시작했다.

키신저보다 7살 아래인 권노갑 김대중재단 이사장도 비슷한 사례다. 권 이사장은 식습관과 운동에도 심혈을 기울이지만, 무엇보다 역동적인 학습 욕구를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그는 83세에 국내 최고령 석사 학위를 받은 데 이어 올해 한국외대 영문학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루 6시간씩 영시와 영소설 등의 수업을 듣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업적을 영문으로 번역해 논문을 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부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할 뿐, 힘들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그는 2년 안에 박사 학위를 받겠다고 자신했다.

두 사례처럼 호기심과 열정은 장수의 아주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런 요소들도 사실 '든든한 배경'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당장 오늘의 먹을거리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은 지적 호기심이나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열정을 드러내기가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영화 '패러다이스' 중에서. /사진=유튜브 캡처
영화 '패러다이스' 중에서. /사진=유튜브 캡처

마이클 마멋은 '건강 격차'(The Health Gap)에서 질 좋은 교육은 기대수명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전일제로 학습하며 1년을 보낼 때마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늘어난다. 직업 여부도 중요하다. 사회적 약점인 빈곤은 지독하게 얽혀 있으며 애석하게도 줄어든 수명과 관련이 있다. 돈이 많으면 놀랍게도 격차가 벌어진다.

영화 '패러다이스'가 보여주는 수명 거래, 즉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신의 남은 삶의 시간을 거래하는 미래사회가 보여주는 상징처럼, 기대수명은 1달러를 더 벌 때마다 천천히 꾸준하게 늘지만, 척도 맨 꼭대기에 다다르면 점진적으로 증가하던 수명은 갑자기 훌쩍 뛰어오른다. 적지 않은 지역 보건의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렇다. "진짜 부유한 노인은 뭐가 있는 거야? 절대 죽지를 않아!"

다시 나의 골절 얘기로 돌아와야겠다. 이 얘기의 핵심은 골절은 위험하니 바로 수술, 이런 식의 이분법적 관점에서 벗어나 유연한 해석이 필요한 게 건강을 바라보는 올바른 태도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때 달걀은 콜레스테롤을 침착시켜 동맥을 막는 살찐 밀수꾼 같은 존재였지만, 다시 영양분 가득한 단백질 덩어로로 부활했다. 하지만 어느 연구에서는 또 달걀을 많이 먹으면 심장병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했다.

수많은 의료진들이 단 하나의 영양제를 먹어야 한다면 오메가3를 주저없이 꼽았는데, 최근 미국심장협회가 심혈관질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다시 불신의 영양제로 저주받고 있다.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오메가3 등의 영양제 무용론. /사진=유튜브 캡처
미국심장협회가 발표한 오메가3 등의 영양제 무용론. /사진=유튜브 캡처

가장 논란을 일으키는 대목은 수치로 낮아진 노년의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야 할 것인가이다. 초고령에 스타틴을 써서 심근경색을 예방하면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늘어날지도 모른다. 이는 스타틴이 암을 유발한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는 그저 무언가 때문에 죽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어떤 질환 하나를 개선하는 약이 의도치 않게 다른 무언가를 악화시킬 수 있다. 질병을 하나만 고려할 때 좋아 보이는 치료도 환자 개인한테는 '뚜렷하게 나쁜 치료'가 될 수도 있다.

엑서터 대학교의 데이비드 멜저 교수 연구진의 연구에 따르면 특히 나이를 먹을수록 질병을 하나만 앓는 사례는 드물어졌다. 치매를 앓는 사람은 90% 이상이 다른 어딘가에도 이상이 있다. 2007년 영국 의학저널에 의사들이 쓰는 논문에서는 이렇게 결론을 낸다. "특정 질병을 예방하고자 고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환자한테 충분히 알리지도, 동의를 구하지도 않고서 다른 사망 원인을 선정하는지도 모른다. 이는 기본적으로 비윤리적이며 자율성 존중 원칙에 어긋난다."

아이오나 히스 당시 왕립지역보건의협회장도 2010년 논평에서 이렇게 말했다. "노인을 치료하는 모든 임상의는 한 가지 질병을 치료했지만, 그저 다른 질병에 그 자리를 내어주는 꼴이 되어버렸던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리고 가지고 있는 질병이 많을수록 과잉 진료 및 다약제 복용을 초래할 위험이 크며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데 고난이 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고혈당보다 당뇨병을 과다 치료해서 생긴 저혈당으로 응급 입원하는 사례가 65세 이상에서 더 많고 75세 이상에서는 훨씬 더 흔하다. 고혈압을 치료한 대가로 고관절이 골절될 위험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

노년의 치료는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약물 시험이다. 80세 이상은 약물 시험에서 조직적으로 배제되는데, 문제가 있으면 연구원이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험의 평균 참가자는 60대 중반의 남자들이다. 질환이 한두 가지밖에 없는 60대를 대다수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질환이 대여섯 가지인 80, 90대한테 적용하는 것이 효과적일까. 의사가 난처한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계보건기구는 2012년과 2017년 잇따라 보고서를 내고 "전체 의약품 중 절반 이상이 부적절하게 처방되거나 조제되거나 팔리는 것"으로 추정하며 약물 및 치료 오용에 대해 재차 발표했다. 어떤 약을 쓰려면 다른 약의 부작용에 대응하고자 따라붙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항생제 하나 먹는데도 위장 보호 약을 같이 먹어야 하고, 마약성진통제를 쓰려면 변비약을 추가로 넣어야 한다. 우리는 부작용을 감수할 만큼 그 약이 가져다주는 이익이 가치가 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사도 진단을 위한 진단을 하려는 의사의 본능과 어떤 검사나 치료가 환자에게 혜택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태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의료계에서 횡행하는 타당한 말이 있다. 과학으로서 의료가 '무엇을 할지 아는 것'이라면 예술로서 의료는 '언제 안 할지를 아는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것은 고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나의 골절이 그래서 고칠 필요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부러진' 현상에 초점을 맞춰 '조립하고 정복해야' 할 목적으로서 접근하면 반드시 해야 할 '과학'이지만, 부러진 곳을 수술로 치료하지 않고 잘 보존하는 방식으로 놓아두는 '예술'의 의료는 때론 어떤 과학보다 자연스럽고 정교하며 심지어 아름다울 수 있다. '완벽한 해결책'이란 없다. 상황에 맞춰 다각도로 판단하고 최선을 다할 뿐이다. 그 최선엔 '포기'나 '방관'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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