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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21) 거만한 자세가 척추를 살린다<1>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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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2.2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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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목뼈는 C자형이 정상이고 일자목이나 거북목은 이미 디스크 탈출증이 시작돼 어깨와 팔의 통증이나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목뼈는 C자형이 정상이고 일자목이나 거북목은 이미 디스크 탈출증이 시작돼 어깨와 팔의 통증이나 저림 증상을 유발한다. /사진=유튜브 캡처
지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TF(태스크포스) 팀장을 맡았다. 경기 시작 전부터 팀을 꾸려 준비했으니, 거의 한 달간 올림픽에 집중한 셈이다. 팀원들과 함께 주로 집중한 일이 TV 시청이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국내 선수들이 참가하는 경기뿐 아니라, 화제의 외국 선수 경기까지 챙겨야 했다. 회사에선 의자에 앉아 TV를, 집에선 소파나 침대에서 컴퓨터 모니터를 뚫어지게 봐서 그런지 어깨가 결리고 목 주변 근육이 경직됐다. 한 10일쯤 지나니, 이번엔 허리를 제대로 펴고 걷기 힘들었다. 올림픽이 환호로 젖어드는 순간, 내 척추는 통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물론 목이 이번 일로 갑자기 아픈 건 아니었다. 그 전부터 조금씩 좋지 않다고 느끼다, 이번 일로 제대로 폭발했다. 이 통증은 그전에 만난 어떤 통증과도 사실 비교가 되지 않았다. 뭐랄까. 가만히 앉아있는 게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해야할까? 조금만 앉아 있으면 목이 아닌 어깨와 팔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때 알았다. 어깨 환자는 팔을 내려야 편하고, 목 디스크 환자는 팔을 올려야 편하다는 사실을.

처음엔 이 통증이 목 디스크 때문인지, 오십견 때문인지, 운동 부족때문인지, 잘못된 자세 때문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팔을 올려야 편하다는 거의 부인할 수 없는 사실만 갖고 목 디스크 쪽으로 기울었지만, 정확한 원인을 위해 또 하는 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 7개 뼈로 구성된 목뼈 중 6번 뼈가 신경을 '과격하게' 누르는 모습이 MRI에 또렷이 나타났다. 누가 봐도 그 뼈를 절단해 위태로운 신경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 적지 않았을 것 같았다.

처음 찾아간 유명한 관절 병원에선 나이와 (병) 정도를 봐서 수술이 필요하다고 했다. 인공디스크 치환술까지는 아니더라도 간단한(?) 내시경 수술은 필요하다고 친절하게 안내했다. 솔깃했지만, 수술이라는 단어의 공포심 때문에 대형 병원 몇 곳을 더 찾아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대학병원에선 "심각하긴 한데, 왠만하면 (척추를) 쓸 수 있는 만큼 다 쓰고 도저히 쓸 수 없을 때 그때 수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그럴듯한 말로 위로해서 순간 눈물이 나올 뻔했다. 의사 말로 '도저히 쓸 수 없는 연령대'는 대략 60대 중후반부터였다. 일단 통증이 심하니, 목 신경뿌리 염증에 주사를 넣는 신경성형술을 시도하자고 해서 흔쾌히 응했다. 주사를 맞고 나서 통증은 완연히 감소했지만, 임시처방이라는 생각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한다는 절박감이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주사 효과는 3주 정도. 그 안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가장 쉽고 유용하게 볼 수 있는 곳은 유튜브였지만, 디스크 환우들이 모인 카페에서도 소중한 정보들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카페에선 통증의 세밀한 정도나 극복 과정을 경험담을 통해 들을 수 있어 유용했다.

척추의 대가로 유명한 전문의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결론은 척추 관련 질병에서 "수술은 무의미하다"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춘성 교수는 척추에 메스를 대는 경우는 오로지 '척추측만증'인 경우에 한정한다. 그러니까 디스크 같은 질병은 아예 수술의 수자도 입에 오르내리지 못하는 셈이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 전문의까지 고쳐주기로 유명한 서울대 재활의학과 정선근 교수도 척추 질병은 90%가 자연적 치유(습관의 변화)가 가능한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나는 '자연적 치유'라는 말에 주목했다. 어떤 누구에게도 설명하기 어려운 나만의 극심한 통증을 느낄 땐 수술 외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이는데, 그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상상이 가지 않았다. 목 디스크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녀석일까.

우선 디스크는 뼈와 뼈를 연결하는 물렁뼈다. 디스크 안에는 젤리 같은 수핵이 있는데, 디스크 껍질이 터져서 수핵이 빠져나오면 이를 디스크 탈출증, 즉 목 디스크(병변)라고 한다. 그렇게 디스크 증상이 시작되면 초창기에는 목 주변이나 어깨와 팔 등에 통증이, 중간 단계에 이르면 팔과 손에 힘이 빠지는 마비 증상이, 마지막 단계에선 대소변 장애가 오기 쉽다.

나는 처음에 팔을 내리고 있는 동안 너무 아파서 늘 들고 다녀야했다. 쟁반에 백반 이고 다니는 식당 배달 아주머니 같은 모습을 계속 연출할 수 없기에 팔을 내려놓는 시간 내내 통증은 계속됐다. 가장 참기 힘든 순간은 대변을 볼 때다. 팔을 올리고 힘을 줘야 하는 순간은 근육 경련과 식은땀, 온몸의 비틀기 동작이 한꺼번에 실행됐다. 차라리 목발이라도 짚으면 동정의 눈길이라도 받을 텐데, 눈에 보이는 상처의 흔적이 없으니 이 통증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일반 사람의 머리 무게는 보통 5kg이다. 그런데 고개를 한 30도 정도 숙이면 무게가 20kg으로 늘어나는데 이 무게를 목 뒤 근육이 잡아야 하니까 결국 디스크가 찌그러지거나 터진다. 현대 목 디스크의 주요 원인이 스마트폰과 노트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밥을 먹다가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버스를 탈 때도 모두 고개를 숙여 스마트폰을 보니 C자형으로 부드럽게 곡선을 그려야 할 척추 형태가 일자형으로 굳어지고 결국 디스크도 터지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정선근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2010년대 초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면서 목 디스크 환자들이 급격히 늘었다. /사진=유튜브 캡처
정선근 서울대 재활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2010년대 초 아이폰 등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고개를 숙여 화면을 보면서 목 디스크 환자들이 급격히 늘었다. /사진=유튜브 캡처

스티브 잡스는 21세기 인류에게 아이폰이라는 가장 유용한 첨단 기술의 선물을 안겼지만, 동시에 척추 환자를 줄 세우는 의도치 않은 의학적 숙제도 남겼다. 정선근 교수에 따르면 2009년 말 국내에 아이폰이 들어오면서 갤럭시 등 스마트폰의 보급이 전체적으로 확대돼 2011년, 2012년 목 디스크 환자가 전보다 25% 정도 늘었다.

당시 목 디스크를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흔히 쓰이던 운동이 맥켄지의 신전운동이었다. 이 운동에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나무랄 데 없는 좋은 동작들이 적지 않다. 이를테면 목을 뒤로 젖혀 디스크 탈출을 막거나 허리를 꼿꼿이 세워 목을 저절로 일자로 만드는 식의 운동이 그랬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운동에는 최대 약점이 있었는데, 바로 턱을 당기는 운동이 그것이다. 맥켄지조차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턱을 당기고 고개를 옆으로 돌린 상태에서 손으로 밀어내는 동작을 권유해 되레 목 디스크를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고개를 숙이면 앞서 언급한 부작용의 반복인 데다, 근육에 무리한 힘을 줌으로써 디스크 탈출을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 1980년대 뉴질랜드 물리치료사 로빈 맥켄지가 창안한 이 운동법은 디스크에 대한 해법이 불분명할 때 써먹던 방식이어서 지금 시점에서는 몇몇 운동법에서 괴리가 있는 셈이다.

목 디스크를 살리는 방법은 그럼 무엇인가. 나는 이제 어떻게 이 해법의 실마리를 찾아 열심히 실행해야 할까. 수술이라는 극단의 방법 말고 정말 자연적 치유를 통해 점점 나아질 수는 있는 것일까.

우선 생활 습관의 교정이 필요했다. 목 디스크를 살리는 가장 중요한 태도는 '거만해지는' 것이다. 사회생활 어떤 곳에서도 고개 숙이는 '비굴함'보다 지탄과 비판의 대상이 될지언정, 살기 위해 '거만해' 져야 했다.

척추를 살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039;거만한&#039; 자세로 목을 올려 세우는 습관을 갖출 필요가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척추를 살리기 위해서는 언제나 '거만한' 자세로 목을 올려 세우는 습관을 갖출 필요가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척추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위해 거만한 태도 5가지를 취하기 시작했다. ①등받이 있는 의자에서 오래 일할 때는 허리를 세우기 위해 쿠션을 무조건 댄다. ②40분 내지 50분에 한 번씩 사무실 앞자리 상사가 있든 없든 기지개를 켜고 목을 통증이 있을 때까지 뒤로 젖힌다. ③걷거나 산책을 할 땐 조선시대 선비가 그렇게 하듯, 뒷짐을 지고 거만하게 걸어준다. ④노트북 작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땐 그 기기를 모시듯 아래에서 위로 시선을 처리한다. ⑤TV를 볼 땐 차라리 엎드려 보는 편이 다른 자세보다 낫다.

다른 병원 예약까지 몇 주 더 남았을 때, 나는 이런 방법이라도 총동원해서 악착같이 견뎌내려 했다. 이 생활 습관에 앞으로 하게 될 병원 치료(수술의 차선책에서)와 아주 중요한 (믿거나 말거나 식의 불분명한) 평범한 운동을 병행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나는 몸소 체험하고 싶었다. 다음 편에서 나는 내 몸이 어떤 식으로 달라졌는지 기록할 것이다. 그 전에 목 디스크에 가장 중요한 예방책과 좋은 비법은 '거만의 자세'에 있다는 사실을 먼저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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