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긴축 장기화 조짐…고금리에 실적 주저앉은 2금융권 어쩌나

/사진=김현정 디자인기자

미국의 긴축 기조가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2금융권에 긴장감이 감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미국을 따라 높아지면 2금융권의 조달금리도 지난해 하반기 수준으로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2금융권의 실적 악화가 장기화할 수 있단 지적이 나온다.

25일 카드사·저축은행·상호금융조합 등 2금융권에 따르면 업계의 조달금리는 지난 6월 이후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카드사나 캐피탈사에서 발행하는 여신전문채권(여전채) 신용등급 AA+ 2년물 금리는 지난달말 4.33%에서 지난 22일 4.53%로, 한 달 새 0.20%포인트(p) 상승했다. 카드·캐피탈사는 은행과 달리 예금을 받는 기능(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여전채를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지난 8월말 4.10%에서 이달 22일 4.18%를 기록하며 0.08%p 높아진 수치를 보였다.


아직은 조달금리가 지난해 하반기 대비 낮다. 그러나 미국 긴축 정책의 영향이 전이되면 2금융권의 조달금리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여전채 AA+ 2년물 금리는 6.04%로 정점을 찍었다. 저축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도 지난해 12월초 5.53%까지 치솟았다. 당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상향 조정되면서 금융권의 조달금리도 줄줄이 올랐다.

조달금리가 상승하면 2금융권의 어려움이 장기화할 수 있다.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은행과 달리 2금융권은 조달금리가 오를수록 당기순이익이 줄어든다. 조달금리가 저점 대비 2~3배 상승하는 동안 대출금리는 법정 상한선(20%)에 막혀 일정 이상 높아지지 못하면서 예대마진이 축소하기 때문이다. 실제 8개 국내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1조4517억원)은 이자비용이 급증하며 지난해 동기 1조6730억원 대비 13.2% 줄었다. 79개 저축은행의 순이익도 지난해 상반기 8956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마이너스(-) 962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고 고객의 연체율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단 시그널이 나타나 우려스럽다"며 "앞으로 금융권 전반적으로 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국내 거시경제의 영향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5.25~5.50%)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당장의 기준금리 인상은 피했지만 연준 구성원이 긴축 정책을 더 오래 끌고 가야 한다는 의견을 쏟아내면서 미국이 올해 안으로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