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400선 지켰지만…"고금리 부담은 계속"

미국 장기채 금리 급등 여파로 미국 증시가 출렁이면서 한국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증시가 지난해처럼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고금리가 지속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미국채 금리 급등에 실적 부담까지 겹친 국내 증시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4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38포인트(2.41%) 떨어진 2405.69에 마감하며 간신히 2400선을 지켰다. 코스닥 지수는 33.62포인트(4.0%) 급락한 807.40에 마쳤다.

전날(현지 시각)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한 것이 이날 국내 증시 하락 주 요인이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4.8%를 넘어서 16년 만의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미국 10년물 국채는 미국 경제의 경제성장률과 인플레이션 (물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한다. 미국 장기채 금리가 널뛰자 이날 오전 국내 국고채 금리도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이 출렁였다. 가뜩이나 긴축 우려에 짓눌렸던 증시도 뺨 맞은 격이 됐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지난해 증시 조정을 불러왔던 고금리, 고유가, 강달러 3중고 우려가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며 "내년쯤 미국이 금리를 내릴 것이란 기대가 후퇴하면서 증시도 조정을 받는 중"이라고 밝혔다.

유일한 돌파구인 국내 기업들의 실적 마저 부진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대장주인 삼성전자 (79,200원 ▼500 -0.63%)의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 일각에서 제기되면서 이날 증시 낙폭이 더 커졌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3분기 실적 수준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를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데 국내 증시가 이를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한국 수출 지표가 개선되는 등 전반적으로 아주 비관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고금리 부담 이어진다…지수 큰 폭 하락은 없을 듯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미국 고금리 상황은 4분기 국내 증시에 고스란히 부담이 될 전망이다. 미국 금리 인하 시기나 인하 폭에 대한 기대치가 모두 낮아졌기 때문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올 연말 금리 동결 이후 내년 금리 인하 시나리오를 그려왔다.


미국 정부의 국채 발행이 지속되고 있어 고금리 환경이 장기화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에는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통화정책의 측면에서 나타났는데, 이제는 미국 정부의 재정 적자 문제가 고금리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김형렬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 이슈가 불거지는 것은 2024 회계연도에도 미국 정부가 적자 재정 운용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정부 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고 장기채 공급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코스피 지수 하방이 지지될 것이라는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 저점은 9월30일 기록했던 2134.77이었다. 시장이 지나치게 민감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백영찬 상상인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를 선반영했기 때문에 추가적인 하락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하반기 코스피 밴드 2350~2650 전망을 유지했다.

이승훈 센터장도 "코스피 2400선 정도가 지지선이 될 것"이라며 "국내 반도체 및 자동차 대형 종목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남아있는 만큼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지지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