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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공매도가 시장의 균형추라 호도하는 이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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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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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반준환 머니투데이 증권부장
삭풍이 불고 얼음이 맺히면 농촌에서는 밭떼기라 불리는 포전매매 계약이 맺어지기 시작한다. 농가 입장에선 내년 농사의 적정이윤을 보장받는 헷지(hedge) 수단이 된다. 농산물 유통상도 합리적인 가격에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작물마다 파종 전 계약을 하는데 제주도는 지금이 감귤 밭떼기 철이다. 분쟁도 많다. 농가는 낙과를 포함해 모든 작물을 가져가라고 하고 유통상은 정상 제품만 받으려 한다. 구두계약으로 피해가 많다보니 지자체와 농협이 밭떼기 표준 계약서를 만들기도 했다.

밭떼기는 주식투자자들에게 공매도를 설명할 때 비유되기도 하는데 분쟁이 많은 것도 닮았다. 우리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장이 급락하자 공매도를 전면 규제하다 2021년 5월 일부 해제했다. 현재는 코스피200지수, 코스닥150지수를 구성하는 350개 종목만 공매도 허용, 나머지는 금지다.

금융당국이 현재 유지하고 있는 제한적 공매도는 증시여건을 가장 합리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시장의 자율성과 헷지거래의 통로를 열어주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에게 불리하게 운영될 여지가 있는 부분을 완충했다.

공매도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점은 분명한 명제다. 일단 승수효과가 다르다. 1만원짜리 주식이 공매도의 공격을 받아 5000원까지 하락한 후 다시 1만원을 회복했다고 하자. 주가가 빠질 땐 50%였는데, 다시 제자리로 가려면 100%가 올라야 한다. 불균형의 출발점이다.

이는 주식 레버리지 투자를 하는 개인들에게 독이다. 원금의 2배까지 신용거래로 주식을 투자하는 사람은 30%만 주가가 빠져도 반대매매를 당해 원금을 날리고 추가손실까지 입는다. 계좌잔액이 0원인 상태라서 주가가 회복돼도 건질 돈이 없어진다. 반대로 공매도를 하는 외국인들은 이런 제한에서 자유롭고 공매도 대차기한도 사실상 무제한이다. 현실적인 벽이다. 여기에 주가하락을 부추기는 루머까지 더해지면 공매도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힘이 배가된다.

무분별한 공매도를 막기 위한 장치는 다양한데, 대부분 무용지물이라는 게 현장의 소리다. 자본시장법이 금지한 무차입 공매도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툭하면 어긴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금융감독원이 어렵게 실체를 찾았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BNP파리바와 HSBC가 560억원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던 게 이번에 적발됐다.

앞선 2021년에는 오스트리아의 ESK자산운용이 에코프로에이치엔을 251억원어치 무차입 공매도해 과징금을 받았다. 전산입력이 안되기 때문에 무차입 공매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뒤집은 사례들이다. 밑으로 물량을 던지는 공매도를 막는 업틱룰(현재가 이상으로만 매도 가능)도 있으나 허점이 많아 제 기능은 못한다.

그럼에도 공매도가 필요한 것은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같은 지수선물과 연관된 파생상품이 많기 때문인데, 이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은 사실상 공매도 도입이 절실하지 않다. 오히려 대주주나 기관, 외국인의 선행매매와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 과거 수천억원 계약취소로 주가가 폭락한 한미약품도 사전정보를 취득한 이들이 공매도로 큰 이익을 봤다.

선진 금융시장에서는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미국은 공매도 의무상환 기간을 넣어놨고 무차입 공매도 자체가 안된다. 홍콩에서는 시가총액과 주식 거래량이 일정수준 이상이어야 공매도가 된다. 한국의 제한적 공매도와 취지가 같다.

그럼에도 한쪽에선 외국인 투자불편과 MSCI 선진지수 편입에 방해가 된다며 공매도를 전면 허용하라고 한다. 기업과 애널리스트의 관계 때문에 매도리포트가 적은 것도 공매도 규제 때문이라고 호도한다. 그러나 공매도가 금지됐을 때 오히려 외국인들은 한국주식을 대규모로 사들였고, 공매도가 허용되자 오히려 주식을 팔고 떠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이 매력적이면 어디서든 돈은 들어온다. 작은 흠집에 신경쓰기 보다 유망한 기업을 키우고 개인투자 저변을 넓힐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한국증시 매력도를 높이는 요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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