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 금리 기대하고 빚투·영끌?"…한은 총재 또 경고장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너무 루스(loose·긴장 완화)하게 해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올라갈 것이라 예상하더라도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이 아니고 레버리지(빚을 이용한 투자)를 내는 분들이 많은데 혹시 금리가 다시 예전처럼 1%대로 떨어져서 (대출) 비용 부담이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면 경고를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한은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 2월에 이어 6차례 연속 같은 결정이다. 그는 이번 결정의 주요 배경으로 불확실성을 꼽았다. 이 총재는 "3.5% 동결의 원인은 여러 불확실성"이라면서 "성장과 물가, 가계부채 추이 등을 보고 결정하자며 일단 동결했다"고 말했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선 이 총재는 "(시장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낮출 거라는 얘기가 많았는데 미국의 금리가 높은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우리 기준금리도 상당 기간 긴축 기조가 계속될 것이라는 견해는 점점 커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수준에 관한 금통위원들의 전망은 갈렸다. 추가 인상을 주장하는 5명과 금리 인상과 인하를 모두 고려하자는 1명이 나뉘었다. 그는 "금통위원 5명은 목표 물가 도달까지 시기가 늦춰질 거 같으니 긴축 강도를 올려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면서 "나머지 1명은 불확실성이 높아 금리를 올릴 수도 낮출 수도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물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그는 "8월 전망에서는 내년 말까지 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수렴해야 하지만 현재 중동 사태로 인해 예단하기 어려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물가가 내려가는 속도가) 8월 예측보다 늦어질 것"이라고 했다.

올해와 내년 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앞선 예측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파급영향,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등으로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8월 전망치(올해 3.5%·내년 2.4%)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다만 한국의 물가 목표 수준에 수렴하는 시기가 미국보다 빠를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9월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3.7%다.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과 같은 수준이다.

가계부채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9월 은행권 가계부채가 108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미시적 정책으로 해보고 안 되면 금리로 해야 하는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결국 부동산 가격의 문제"라며 "통화정책이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변할 것인지를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