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동성간 성행위 처벌법 합헌…"대법원, 이미 처벌기준 완화"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노란봉투법, 방송3법 권한쟁의심판 사건 및 헌법소원 심판 사건 등에 대한 선고를 하고 있다. 2023.10.26.

군인·군무원이 동성간 성행위를 할 경우 합의 여부와 무관하게 처벌하도록 규정된 군형법 조항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미 대법원은 '사적 장소에서 합의된 관계를 가져 군기 유지에 영향이 없는 경우' 처벌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고, 이번 헌재 결정은 이같은 대법원 판단을 반영했다.

헌재는 26일 군형법 92조의6에 제기된 위헌법률심판 2건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모두 합헌 결정했다. 또 같은 조문에 제기된 헌법소원 3건은 부적법한 심판청구라는 이유로 모두 각하했다.


군형법 92조의6은 장교·부사관·병사·군무원과 사관후보생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전원합의체 판결로 "항문성교나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합의에 따라 이뤄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해석을 내놨다. 이날 헌재는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법원들이 지적한 '그 밖의 추행'에 한정해 판단했다고 밝혔다.

헌재는 대법원 판결에 비춰 "이 조항은 합의가 있었지만 사적 공간 이외의 장소에서 성적 행위가 이뤄짐으로써 군이라는 공동체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침해하는 경우에 한정해 적용된다"며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 법 감정을 가진 군인·군무원은 어떤 행위가 이 사건 조항에 해당되는지 여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함께 숙식하는 등 모든 생활을 공유해야 하는 우리 군대의 현실을 감안할때, 열악한 복무여건 속에서 자신이 언제든지 동료 군인의 성적 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부담하게 하는 것은 군인 상호간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전체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기영·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일과시간 이후나 휴일 등 본래 업무용도로 잠시 사용되지 않는 군부대 내 공간도 있을 수 있다"며 "성적 행위가 사적 공간 이외 장소에서 이뤄졌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는 것은 헌법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대의견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