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도 열려 있다…반등 열쇠는 '실적'

코스피 지수가 2300선을 내주면서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토해냈다. 상저하고로 4분기 완만한 상승세를 예측한 증권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예측하지 못했던 미국 고금리 상황에 중동 전쟁 등이 더해지면서 시장이 추풍낙엽처럼 흔들리는데, 악재가 여전해 섣불리 바닥을 언급하기도 어렵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게 보는 분위기다.

리서치센터장들은 26일 이날 증시 급락의 원인을 수급보다는 심리적 공포에서 찾는다. 이날 외국인이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한 금액은 4789억원에 그치는데, 지수가 2% 넘게 빠진 것은 매수세가 실종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직 관망심리가 더 짙은 만큼, 증시가 더 떨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직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플러스인 상황이어서 하단이 2000선까지도 열려있다고 본다"며 "고금리가 지속될 수밖에 없는데 아직도 경제 주체들이 이를 못 받아들이고 희망회로만 돌린다"고 했다.


연초 증시 낙관론 배경에는 하반기 인플레이션 둔화로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둔화를 상쇄하는 고금리, 원/달러 환율 상승, 수출 둔화 등의 변수가 나타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따라서 코스피 지수가 2600선에서 단기간 2300까지 내려왔다고 바닥을 논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도 20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그는 "미국 금리가 다시 오르며 공포를 조장한 데다 IT 기업들 실적 부진으로 성장성 우려가 겹쳤다"며 "금리보다 성장률이 높아야 주식이 저렴해 보이는데 최근 IT기업들의 실적을 보면서 성장성에 대한 걱정이 생겼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이 금리를 1년 안에 550bp(1bp=0.01%) 인상해 40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올렸다"며 "크레딧 시장에서 쇼크가 나오면 지수는 더 내릴 수 있다"고 했다.

증시 반등의 열쇠는 확실한 금리 고점 인식,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 실적 회복세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나 고금리 장기화 등의 이슈가 단기간에 달라지기는 어렵다"며 "국내 기업들의 4분기 실적도 지켜봐야 하고 복합적인 우려들이 해소돼야 반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증시에 쏟아지는 소나기를 어떻게 대피해야 할까. 리서치센터장들은 이번 기회를 포트폴리오 조정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높아진 예·적금으로 자산을 분산하라고도 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포트폴리오에서 어떤 부분을 수정할지 고민하는 재정비 시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차전지는 지금이라도 빨리 매도하고 셧다운 리스크가 해소될 때 (주식을) 사들일 기회를 엿보는 게 좋다"며 "내년 코스피 영업이익을 260조원으로 보지만 200조원 수준으로 하향되면 그때 반등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김형렬 센터장은 "섣불리 바닥을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자산의 절반 이상은 금리가 우수한 정기예금으로 이동하는 게 좋고 전체 자산의 20~30%로 주식 저점 타이밍을 노리는 게 좋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