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싼 美 이 동네…"29% 인상" 계획에 뒤집어졌다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전기값이 싼 와이오밍주에서 전기요금을 29% 올리겠다는 계획이 발표돼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주 정부와 발전회사들은 급등하는 원자재 가격과 임금 등 인플레이션을 반영하는 한편, 풍력에너지 발전 비중이 높아진 만큼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콜로라도주 푸에블로시 소재 씨에스윈드 미국 법인. 씨에스윈드가 만든 풍력발전 타워 섹션(3-4개의 섹션이 연결 돼 하나의 타워를 구성)이 고객사 운송을 앞두고 있다. 사진 속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되는 전력은 미국 법인에 공급된다. /푸에블로(미국) = 권다희 기자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와이오밍주의 최대 전력회사인 로키 마운틴 파워는 전기생산에 쓰이는 원자재(천연가스 및 석탄) 비용 조달, 가뭄에 따른 수력발전 부족분 상쇄를 위해 공과금을 21% 인상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기상 이변으로 급등한 연료비를 충당하기 위해 내년까지 요금 7.6%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했다. 합쳐서 전기료를 현재보다 약 29% 올린다는 의미다.


현재 와이오밍주의 전기료는 미국 전체 평균 이하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h당 15.84센트인 반면 와이오밍은 11.27센트다. 아이다호(10.86센트), 노스다코다(10.87센트), 워싱턴(10.90센트), 네브라스카(11.20센트) 다음으로 값이 싸다. 미국에서 전기값이 가장 비싼 하와이(42.38센트) 외에도 본토에서 코네티컷(30.75센트), 뉴햄프쳐(29.90센트), 메사츄세츠(29.89센트) 등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차이 나는 셈이다.

이 지역의 저렴한 가격은 와이오밍의 풍부한 석탄을 기반으로 한 화력발전 비중이 높아서였다. 와이오밍주는 미국 전체 석탄 생산의 40%를 차지한다. 석탄발전소로 전기를 만들 때 저렴한 원자재가격이 전기료를 낮춘 덕분이다. 하지만 10여년 전부터 석탄 발전 비중을 서서히 낮추기 시작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에 따르면 2003년 와이오밍은 전기의 97%를 석탄발전소에서 만들었는데, 2022년에는 그 비중이 71%로 줄었다. 이 자리를 풍력발전이 파고들었다. 풍력발전 점유율은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두 배 이상 증가하며 22%에 이르렀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발전 단가가 높아지고, 전기료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WSJ은 발전사의 이같은 구상이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고 전했다. 주 정부 공무원들은 이 매체에 "노인, 퇴직자, 소규모 가족 등 고정 수입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가격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주민들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재정 타격이 첫 번째고, 그 다음은 다른 기업들이 증가한 전기료를 소비자들에게 전가해 다른 모든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다"고 WSJ은 덧붙였다.


다만 어느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관측이다. WSJ은 와이오밍 공공서비스위원회가 11월 중 전기세율 21% 인상안에 대해 먼저 결정을 내리고, 12월에 추가 7.6% 인상분을 고려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