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망 트래픽 29% 쓰는 '구글'…"더이상 공짜 안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대가 소송전'은 합의로 종결됐지만, 글로벌 빅테크 CP(콘텐츠사업자)의 망 사용료 부담 논의는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불씨'가 되살아났다. 유튜브·넷플릭스 등을 중심으로 통신사가 감당해야 할 데이터 트래픽이 급증했고, 이러한 상황에서 안정적인 망 인프라 유지를 위해선 빅테크CP 기여가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이뤄진 흐름이다.

지난 26~2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감사에서 구글 등 빅테크의 망 공정 기여 필요성이 제기됐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과기정통부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4분기 기준 국내 무선데이터 트래픽 중 구글이 차지하는 비중은 28.6%라고 밝혔다. 네이버((1.7%)와 카카오(1.1%) 등 국내 플랫폼은 물론 넷플릭스(5.5%)와 메타(4.3%)마저도 가볍게 제쳤다. 구글의 '유튜브'가 핵심이었다. 김 의원은 "국내 통신망 트래픽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망 이용료는 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망 사용료 입법 논의에 대한 정부 입장을 요구했다. 변 의원은 "이번에 넷플릭스 증인 신문으로 망 이용료에 대한 방향성을 정립하려 했지만 (증인 채택 불발로) 불가능하게 됐으니, 정부가 입장을 정리하면 그를 바탕으로 국회도 적극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망 이용료 관련 8개의 법안(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월 트래픽 1년새 11%↑…"구글이 4분의 1"정부 측에서는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빅테크의 망 공정기여 이슈 논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국감에서 "통상 문제가 개입돼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제하면서도 "망이용료 부과, (대형 CP의) 기금출연 등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 없이는 할 수 없는 부분도 있어, 국회도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내외에서 모두 주목하는 '세기의 소송' 당사자였던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와의 분쟁 종결과 별개로, 대형 CP의 망 공정기여에 대한 공감대를 밝혔다. 김지형 SK텔레콤 (52,400원 ▲600 +1.16%) 부사장은 국감에서 "망 이용 대가는 트래픽 규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입장"이라며 "국회에서 정해지는 망 이용료 논의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망 이용료 논의가 재점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튜브·넷플릭스 등 동영상 콘텐츠는 이미 일상 속 필수 콘텐츠로 자리 잡았고, 생성형 AI(인공지능)와 메타버스와 XR·VR(확장·가상현실) 등 데이터 트래픽의 폭증을 초래할 새로운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올 8월 무선데이터 월 사용량은 108만2874TB로 전년 동월(97만6414TB) 대비 10.9% 늘었다. 앞으로도 늘어날 통신망 관리 비용을 통신사들이 감당하기는 점점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CP사의 통신사에 대한 망 이용료 지급뿐만 아니라 양측의 협상을 강제하는 방안, CP사의 기금 출연 등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합의는 비밀이지만, 망 이용료와 명목을 달리할 뿐 넷플릭스가 비용을 SK브로드밴드 측에 지급하는 내용일 것"이라며 "그간 법안 이슈가 개별 기업 간 합의의 지렛대가 된 만큼, 정부와 국회 모두 추가적인 망 공정기여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