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공연장 건설, 행정절차만 4년?…46조 투자 프로젝트 애로 해소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정부가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국내 프로젝트 18건을 선정, 제도개선·행정절차 간소화 등 투자 애로 해소방안을 추진한다. 이번 대책으로 석유화학 시설, 케이팝(K-POP) 공연장, 이차전지 공장 설립 등의 약 50조원 투자 효과를 앞당기겠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및 수출투자대책회의'를 개최하고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 가동 지원 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대책의 대상은 기업이 투자를 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로젝트들이다. 총사업 규모만 46조원에 달한다. 정부는 구체적으로△투자 관련 규제 및 여건 개선 △행정절차 패스트트랙(Fast-Track) 추진 △사업분쟁 조정·중재 등을 통해 투자 애로를 해소할 방침이다.

안 쓰는 땅인데도 임대 불가능, 관련 법 개정

투자 관련 규제 개선과제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로 추진 중인 울산 대규모 석유화학 시설 건설 사업이 있다. 2026년 준공까지 9조3000억원 달하는 투자 효과가 예상되는 프로젝트다.

공사 추진을 위해선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 야적장 및 주차장 설치 공간이 필요하다. 인근 미활용 부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산업 집적 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상 임대가 어렵다. 관련 법상 산업 용지는 공장설립 등의 완료 신고 또는 사업개시 신고 이후에만 임대가 가능하다. 해당 부지의 경우 미분양 상태이거나 공장이 미착공된 상태로 임대가 어려운 상태다.

이에 정부는 내년 상반기 내로 산단 내 대체부지(즉시 임대 가능한 여유부지)를 탐색·협의 후 임대하거나 산업집적법 개정을 통해 인근 미활용 부지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정부는 LG에너지솔루션 오창 2공장, SK온 서산 제3공장 등 충청지역 내 이차전지 생산공장 구축을 위한 별도 위험물 관리기준도 신설한다. 위험물 취급 관련 별도의 특례를 마련할 경우 소방 인허가 기간 단축, 사업비 절감 등이 기대된다. 해당 투자는 내년 1월 착공해 2025년까지 1조9000억원 투자 효과가 예상된다.

이 밖에도 △대구·대덕 연구개발 특구의 경미한 사업 변경 관련 승인 권한 위임(투자 효과 7700억원 수준) △전남 해상풍력 발전사업 관련 지방공기업 출자한도 확대(9조2000억원) △신안 1단계 해상풍력 발전사업 송전설비 관련 철탑 구축 허용(투자 효과 1조원) 등 해소방안을 추진한다.

[붙임]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 지도. / 자료=기획재정부

사업시행자 vs. 지자체 갈등…정부 '중재자' 역할

또 행정절차를 간소화하는 과제로는 경기 하남시 소재 케이팝(K-POP) 공연장(더 스피어) 설립 건이 있다. 하남시와 스피어사는 세계적인 수준의 공연장 조성을 추진 중이다. 약 2조원 투자 효과가 예상되는 대규모 외국인 투자를 유치한 사례다.

문제는 장기간에 걸친 행정절차다. 지방공기업 투자사업 타당성 평가(행안부) 및 개발제한구역 해제(국토교통부), 도시개발구역 지정(경기도) 등의 절차 진행에만 4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이에 정부는 대규모 외국인 투자인 점을 고려, 관계기관 협의체를 통해 패키지 패스트트랙(Fast-Track)을 추진해 절차진행 기간을 21개월로 축소한다.

이 외 △포항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조기 착공을 위한 산업단지계획 등 변경(3조7000억원) △부산 세계적 미술관 분관 건립 관련 중앙부처·지자체 사전절차 신속 추진(2000억원)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약 2조6000억원) 등 투자 애로 해소방안을 추진한다.

또 정부는 사업분쟁을 겪고 있는 투자 건을 중재하기 위해 '민관합동 건설투자 사업 조정위원회'를 운영한다. 현재 34건이 접수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15건에 대해 조정방안을 마련한다.

대표적으로 CJ가 추진 중인 경기 고양시 소재 K-컬처밸리 조성 프로젝트(투자 효과 1조3000억원)가 있다. 해당 사업은 여러 차례 사업계획 변경 과정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또 전력공급 지연, 사업 기간 도래 등으로 공사 재개에도 어려움이 크다.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사업계획 변경 시 불거질 특혜 시비나 감사 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최근 여건 변화를 고려해 사업계획, 사업 기간 변경 등 합리적인 조정 방안 마련 및 협의를 지원한다. 조정방안에 대해 기업과 지자체가 합의할 경우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 속도도 높인다.

이 밖에도 인천 검단신도시 역세권 개발(약 1조4000억원), 김포 한강시네폴리스 일반산단 조성(약 1조6000억원) 등 프로젝트의 사업분쟁 조정에도 나선다.

김진명 기획재정부 정책조정국장은 "해당 대책에는 정부 재정이 들어가지 않는다"라면서 "정부가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조정해서 투자가 막힌 부분을 뚫어주는(해소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