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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쓸 게 없어서"…中 판박이 요소 통제, 본질은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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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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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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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농사 비수기에 "국내 비료수요 많아 못 판다"…한국뿐 아니라 인도·호주 등도 연쇄 타격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산구 진곡산단 화물차 공영 차고지에서 운수노동자 조성규씨가 자신의 컨테이너 화물차에 10리터 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 2023.09.27.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산구 진곡산단 화물차 공영 차고지에서 운수노동자 조성규씨가 자신의 컨테이너 화물차에 10리터 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 2023.09.27.
중국 정부의 대 한국 요소수 수출 통제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 차원에서 대화채널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빠른 시일 내 사태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중국 측은 국내 수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배경엔 정치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5일 중국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요소수 수출 통제는 사실상 예정돼 있었다. 지난달 17일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중국질소비료협회 주최 '가스 질소비료(요소비료) 기업 수급 회의'에서 "식량 안보와 내년 봄 경작수요 충족을 위해 비료 비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업계에 비료 추가 확보를 지시한 셈이다. 이에 대해 비료기업들은 "당의 정치를 중시하고 대국(전반적 국면)을 고려해 비료 가격 안정과 공급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국내시장 가격 인하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기 위한 자발적 수출 중단을 해나가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요소 통관 중단 조치는 이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화학업계 분석가 탄쥥잉은 최근 온라인 중국화학비료망에 게재한 기고를 통해 "내년 1분기까지 요소 수출이 모두 제한받을 거라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요소수출 제한이 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화학업계 분석가 푸야난은 역시 중국화학비료망 기고를 통해 "중눙그룹(CNAMPGC)과 중화그룹(Sinochem) 등 주요 요소기업 15개사가 내년 한해 수출 총량을 94만4000톤 미만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수출 자율제한 협의를 체결했다"고 알렸다. 요소 문제가 연중 이슈로 비화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 측의 수출통제 명분은 국내 농업수요 증대다. 그리고 통제의 주체는 민간기업이다. 국내 수요가 늘어나서 기업들이 수출을 줄이는, 시장경제 논리에 입각한 자연스러운 수출 중단조치라는 거다.

중국 정부가 내세우는 명분과 절차는 지난 9월 있었던 수출금지 조치 당시와 판박이다. 당시에도 겉으로 드러난 수출 통제의 주체는 중국 기업이었지만 배경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있었다. 중국 내 수요 증가에 따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수출을 줄였다는 게 중국 측 주장이었지만 얼마 후 정부가 수출 중단을 요청했다는 사실이 전해졌었다.

중국 측은 이번 수출금지 조치와 함께 남부지방에 집중된 요소 생산기업들이 조만간 일제히 설비 점검에 들어가며 요소 공급이 줄어들 거라고 밝혔다. 그러나 4분기와 1분기는 겨울철로 요소비료 비수기다. 비록 중국 남부지역에선 농업활동이 지속되지만 북부지역에선 비료 수요가 급감한다. 설비 점검을 이 기간에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서 갑작스런 중국 내 수요증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탄쥥잉은 "춘제(내년 2월 10일 전후) 전까지 요소 공급량이 줄어들겠지만 품귀상황까지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요소 수출이나 공급을 통제하는 정부 조치는 그간에도 빈번했지만 실제 시장 추세는 국내 수급이나 수출 상황을 봐야 분석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한국은 중국산 요소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통제에 따른 타격도 크다. 중국은 지난 2021년에도 한국에 대한 요소수 수출을 제한했었다. 당시 한국 시장의 중국산 요소비료 의존도는 71.2%였는데, 수출 제한 쇼크를 겪고도 중국산 요소 의존도는 속절없이 커졌다. 올 상반기 89%에 이르렀는데, 9월 다시 한 번 타격을 입고도 중국산 의존도는 최근 9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4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중국 외교부>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4일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정례 브리핑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출처=중국 외교부>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국 정부는 일단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긍정적 결론은 요원하다. 주중 한국대사관 고위관계자는 4일 "중국 관계당국에 요소 수입 애로를 제기하고 차질없는 통관을 요청했으며, 중국 측은 '관련 내용을 적시 파악하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볼 때 해법을 찾겠다는 중국 측 입장은 수사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정부의 요소 수출 통제가 다분히 정치적 배경에 영향을 받은 결정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에선 당장 국내 시장 충격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지만 중국 요소수출 금지로 타격을 입는 나라는 한국뿐만이 아니다. 인도와 호주, 미얀마 등도 중국산 요소 비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전통적 우방이던 인도는 최근 중국과 급격하게 갈등 모드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 견제에 사활을 건 미국과 인도가 빠르게 가까워지는 가운데 중국과 인도는 2020년 국경에서 유혈사태가 벌어진 이른바 '라다크 교전'이후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호주 역시 미국의 경제블록화에 동조해 중국과 관계가 악화했다.

한중관계도 미중 정상회담으로 미중 관계에 일정 훈풍이 부는 가운데에서도 APEC(아시아태평양정상회의)을 기화로 성사가 기대됐던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는 등 여전히 냉각 상태다. 특히 이전의 사례로 미뤄볼 때 중국은 미국과 관계가 개선될 때 한국과는 긴장관계를 형성하는 전략을 채택해 왔다. 중국 입장에서 요소수 통제를 통해 한국과 인도, 호주 모두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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