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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의 절반크기' 네덜란드, ASML 보유하고 양자 강국 된 비결[르포]

머니투데이
  • 로테르담·델프트·에인트호번·바헤닝언(네덜란드)=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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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0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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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특징 활용한 특정 산업 투자에 집중…
정부·민간·학계 협력, 글로벌 인재 적극 수용

/로이터=뉴스1
/로이터=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11~14일 국빈 방문할 예정인 네덜란드는 한국 국토 크기의 절반에 못 미치는 유럽의 작은 국가다. 인구 수도 한국의 3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초미세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공급하는 반도체 장비업체 ASML과 세계 자동차 반도체 1위 NXP 등을 보유한 반도체 강국이다. 또 미국에 이어 세계 농식품 수출 2위국이자, 유럽 최대 항구를 보유한 수소 허브 보유국이자 양자·항공우주 등의 응용과학 연구를 위해 전 세계 연구원들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유럽의 작은 국가' 네덜란드가 이처럼 세계 각 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한 배경에는 지역별 특징을 고려한 특정 산업에 대한 투자 및 정부 지원, 정부·학계·민간의 적극적 협력이 있다.

그 예로 네덜란드 헬데를란트 주의 바헤닝언에서는 대학교·기업·지역사회가 교류하며 농식품 산업 연구를 주도한다. 바헤닝언대학 내에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작물의 최적 생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온실 '엔펙'(Npec)이 있다. 또 CJ제일제당 등 기업별 별도 연구 센터도 있어 대학 연구진과 기업 간 공동 연구도 진행된다. 한국농촌진흥청도 연구위원을 파견해 네덜란드의 농식품 발전 노하우를 배우고 있다.

/사진=구글지도
/사진=구글지도


'유럽 최대 항구' 로테르담, 유럽 전역 수소 수송책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을 비롯해 전 세계가 가스 공급 위기에 직면하면서 수소 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 중심에는 네덜란드가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 최대 규모의 로테르담 항구를 그린수소의 수출입 및 생산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단계적으로 실행해 유럽 수소경제의 선구자적 역할을 맡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필요한 수소의 13%가 로테르담 항구를 통해 공급된다. 지난달 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만난 마르크 스툴링하 로테르담항만청 에너지·인프라 부문 이사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5% 줄이고, 2050년까지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대규모 수소 파이프라인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최저 성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의 투명 온실인 엔펙(NPec) /사진=정혜인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작물의 최저 성장 데이터를 수집하는 네덜란드 바헤닝언대의 투명 온실인 엔펙(NPec) /사진=정혜인 기자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 /사진=로테르담항만청 제공
네덜란드 로테르담 항구 /사진=로테르담항만청 제공
네덜란드 정부는 로테르담 파이프라인을 통해 네덜란드 전역은 물론 유럽 전체를 연결해 수송 수입 및 운송을 책임지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수소 460만톤을 유럽에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스툴링하 이사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국제사회가 합의한 탄소중립도 달성하기 위해선 수소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네덜란드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는 수소량은 제한적이라며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의 수소 수입 확대도 계획하고 있다. 단 한국과의 협력은 관련 지식 및 정보 교류 수준에 그쳐 더딘 상태다.



'세계 응용과학 협업의 도시' 델프트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내에 있는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 /사진=정혜인 기자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내에 있는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 /사진=정혜인 기자
지난달 7일(현지시간) 찾은 네덜란드 소도시 델프트에 있는 델프트공대에는 항공우주·양자기술 등 첨단기술 관련 산업 생태계 존재했다. 네덜란드 응용과학연구소(TNO)와 네덜란드의 양자기술 연구를 책임지는 연구소 큐텍(QuTech) 모두 델프트공대 안에 있었다.

1932년에 설립된 9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TNO는 정부 주도로 설립된 네덜란드 최대 연구소이자 유럽에서 4번째로 큰 공공연구기관으로, 산업 기술 혁신뿐만 아니라 국방, 보안, 보건 등의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 TNO는 외국인 인력 비중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3900명에 달하는 TNO 소속 인원 중 80%가 외국인이다. TNO 관계자는 "종일 영어만 사용할 정도"라며 혁신은 다양성과 협력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TNO는 첨단기술 산업 관련 기초 연구와 상용화 단계의 중간다리 역할을 하며 연구센터 설립, 스타트업 창업에도 적극적인데, TNO와 내부 통로로 연결된 큐텍도 지난 2015년 델프트 공대와 함께 설립한 연구소다. 큐텍은 연구진과 엔지니어가 한때 모여 양자기술을 연구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후지쓰 등 대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은 물론 스타트업 창업에도 나서고 있다.
케이스 에이케 큐텍 사업개발부문 이사는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약 5년 전부터 스타트업 회사를 만들기 시작했고, 올해도 2~3개를 만들었다"며 "우리가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이유는 유럽에서 양자에 투자하려는 기업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양자기술 연구소 큐텍(Qutech)이 있는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22번 건물 /사진=정혜인 기자
네덜란드 양자기술 연구소 큐텍(Qutech)이 있는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22번 건물 /사진=정혜인 기자
큐텍 역시 TNO처럼 글로벌 인재 확보에도 적극적이다. 큐텍의 양자 실험실을 소개한 연구원 두 명 모두 외국인이었고, 이중 한 명은 한국인이었다. 큐텍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양자 인터넷을 연구 중인 윤지원(29) 씨는 한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치고 큐텍을 선택했다고 한다.

윤 연구원은 큐텍을 선택한 배경으로 엔지니어 지원 등으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꼽았다. 그는 "(양자인터넷) 실험을 진행하려면 냉각기 설치 등 많은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큐텍에는 이미 이를 위한 엔지니어가 있고, TNO 엔지니어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며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양자기술 연구는 한 교수의 독립적인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느낌이 좀 더 강해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힘든 환경"이라고 언급했다.


'필립스 본거지' 에인트호번, 네덜란드 반도체의 핵심 도시


11월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포토닉스 콘퍼런스 'PIC 서밋' 현장 /사진=정혜인 기자
11월 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서 열린 포토닉스 콘퍼런스 'PIC 서밋' 현장 /사진=정혜인 기자
한국인에게 박지성·거스 히딩크 감독을 연상케 하는 에인트호번은 세계적인 전자업체 필립스의 본거지로 현재는 네덜란드 반도체 생태계의 중심지다. 세계 반도체 업계의 슈퍼 을(乙)인 ASML과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가 모두 필립스로부터 탄생했고, 이들의 본사 모두 에인트호번에 있다. 윤 대통령도 이번 국빈 방문에서 ASML 본사를 찾아 주요 시설을 시찰하고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혁신 분야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에인트호번은 '포토닉스'의 글로벌 거점이기도 하다. 포토닉스는 기본 반도체 신호 전달 방식을 전기에서 전자·빛으로 구현한 광자(Photon)로 바꾼 통신·센서 분야 첨단기술이다. ASML, NXP, TSMC 등 반도체 대기업과 스타트업 등이 참여하는 유럽 대표 포토닉스 콘퍼런스 'PIC 서밋'도 에인트호번에서 열린다. 올해 서밋은 필립스의 옛 본사 건물 에볼루온에서 지난달 7~8일 이틀간 진행됐다.

네덜란드 포토닉스 생태계 육성을 위해 트벤테공대와 델프트공대가 함께 만든 비영리 재단 '포톤델타' 역시 에인트호번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8일 'PIC 서밋'에서 만난 욘 스미츠 포톤텔타 마케팅 총괄은 "에인트호번은 30년 이상 포토닉스 생태계의 거점이었다"며 "네덜란드를 포토닉스 산업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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