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각 2인자도 떠났다… 비자금 의혹에 日 각료 4명 전격 교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AFPBBNews=뉴스1

일본 집권 자민당을 뒤흔든 비자금 스캔들로 관방장관을 포함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정부 각료 4명이 전격 교체됐다.

14일 니혼게이자이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자민당 최대 파벌 아베파 소속 각료 4명은 이날 오전 기시다 총리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스즈키 준지 총무상, 미야시타 이치로 농림수산상 등이다.


마쓰노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정치자금수지 보고서를 둘러싸고 다양한 지적이 있어 국정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물러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원직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치자금과 관련해 가능한 한 객관성을 갖고 면밀히 조사하고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내각 이인자인 새 관방장관엔 기시다파 좌장인 하야시 요시마사 전 외무상이 임명됐다. 하야시 신임 장관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진 힘을 확실히 발휘할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제산업상은 무파벌인 사이토 다케시 전 법무상이, 총무상은 아소파 소속 마츠모토 고아키 전 총무상이, 농림수산상은 모리야마파 소속 사카모토 테츠시 전 지방창생상이 각각 맡는다. 각료 경험자를 재등판시켜 2024년 정기국회 심의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내각 개편은 자민당 내 비자금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는 가운데 위기 차단을 위해 단행됐다. 하루 전 기시다 총리는 "정치 신뢰를 회복하고 자민당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앞장서서 싸워나가겠다. 신속하게 인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며 개각을 예고했다.

장관급 외에도 아베파 소속 호리기 마나부 내각부대신, 호리이 이와오 외무부대신, 아오야마 슈헤이 문부과학부대신, 사카이 야스유키 경제산업부대신, 미야자와 히로유키 방위부대신 등 차관급 인사 5명과 정무관 1명도 사표를 제출했다.

당 간부 중에선 하기우다 고이치 정무조사회장과 다카기 쓰요시 국회대책위원장, 세코 히로시게 참의원 간사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마쓰노 장관과 니시무라 경산상과 함께 아베파의 핵심 5인방으로 꼽히는 유력 의원이 모두 정권 요직에서 물러나게 나게 됐다.

일각선 아베 전 총리 피살 후 구심점을 잃고 5인 체제로 유지되던 아베파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사히는 아베파 소속 중진 의원을 인용해 "아베파는 끝났다는 충격이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으론 여전히 막강한 입김을 과시하는 아베파와의 손절이 자민당 내부 갈등을 키워 기시다 정권에 역풍이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일본 검찰은 아베파가 정치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하면서 기업 등에 입장권을 판매하고 할당량을 넘은 초과 수입을 의원들에게 돌려줬는데, 이 돈이 장부에 기재되지 않은 채 비자금 조성에 쓰인 것으로 보고 조사를 벌여왔다. 아베파 외에도 니카이파, 기시다파 역시 비자금 의혹을 받고 있다.

비자금 의혹은 안 그래도 집권 후 지지율이 최저로 떨어진 기시다 총리의 정권 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NHK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23%를 기록, 전월 대비 6%포인트나 떨어졌다. 2012년 12월 자민당의 정권 탈환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일각선 기시다 총리가 내년 9월까지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조기 퇴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