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꼬치 가게서도 "No 칭다오"...월매출 10위권 밑으로 추락

시내 한 대형마트 맥주 판매대에 칭다오 맥주가 진열돼 있다. /사진제공=뉴스1

"요즘 칭다오 맥주를 주문하는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말 서울 종로구 한 양고기꼬치 전문 음식점. 연말 모임과 회식으로 좌석은 손님으로 가득 찼지만,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는 카스, 테라 등 국산 브랜드와 중국산 하얼빈이 대부분이었다. 한때 '양꼬치앤칭다오'란 광고 문구가 대명사가 될 정도로 양꼬치 음식점 판매 부동의 1위였던 칭다오 맥주를 먹는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10월 중국 칭다오 3공장에서 한 직원이 맥아 보관소에 소변을 보는 영상이 공개된 이후 불매 운동이 확산한 결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지난해 상반기 수입 맥주 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중국 맥주 브랜드 칭다오가 국내 시장에서 불매 운동 여파로 추락하고 있다. 양꼬치 전문점에서 카스와 테라보다 잘 팔린다는 건 옛말이 됐고, 소매점 매출도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으로 파악된다.

2일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칭다오 맥주 소매점 매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칭다오 맥주 소매점 월매출 순위가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칭다오 맥주는 지난해 상반기 소매점 판매액이 589억원으로 카스, 테라, 필라이트, 클라우드에 이어 5위였고 수입 맥주 브랜드 중에선 1위였다. 수입사 비어케이의 맥주 시장 점유율은 3.37%로 5위였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져 맥주 시장 최대 성수기인 8월 소매점 매출이 171억원을 기록해 전체 6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말 영상이 공개된 직후 소매점 판매액은 급감했다. 10월 판매액은 66억원으로 전월(125억원) 대비 반토막이 났고, 11월 판매액은 10위권 밖으로 밀려 아예 공개되지 않았다. 11월 소매점 판매 10위에 오른 오비맥주 필굿 매출이 49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칭다오 매출은 40억원대 이하로 추정된다.

논란의 소변 영상이 공개된 직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조업소는 칭다오 3공장(핑두시 소재)으로 국내에 해외 제조업소로 등록되지 않았고, 칭다오 3공장에서 생산한 맥주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에선 칭다오 맥주 생산 관리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태가 중국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갈등을 빚은 2017년 칭다오 불매 운동이 번진 시점보다 훨씬 충격이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에 칭다오 맥주 국내 수입·유통사 비어케이는 10월 말 식약처에 맥주 제품 성분 검사를 의뢰했다. 이후 2달이 지났지만, 아직 공식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비어케이 홍보 대행사 관계자는 "국내에 수입한 칭다오 맥주에 포함된 모든 성분에 대한 정밀 분석을 의뢰해서 시간이 다소 걸리는 것 같다"며 "식약처 성분 검사 결과가 전달되면 곧바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비어케이 실적은 2018년 매출액 1263억원, 영업이익 237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다. 지난해 매출은 1015억원을 기록했고, 2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017년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 판매 실적을 고려하면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된다. 비어케이는 최근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직원 감원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대 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0억원을 현금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