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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효과'도 없는 공정위 플랫폼 규제

머니투데이
  • 이상우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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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1.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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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 로스쿨의 아누 브래드포드 교수가 만든 용어인 '브뤼셀 효과'는 EU(유럽연합)가 규범을 만들면 다른 나라·기업들도 자발적으로 이를 따르는 '규제의 세계화' 현상을 일컫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부터 시행된 EU의 GDPR(개인정보보호규정)이다. 글로벌 기술 회사들은 유럽 시장을 위해 GDPR의 기준에 맞추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EU의 규제가 글로벌 표준처럼 자리잡았다.

EU는 디지털 시장에서 산업과 기술 경쟁력이 뒤쳐지자, 규제를 앞세우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GDPR 이후로도 EU는 디지털 시장의 규범 주도권을 잡기 위해 DMA(디지털시장법), DSA(디지털서비스법), AI법(AI Act) 등을 제정하며 브뤼셀 효과를 기대한다.

EU가 미국 빅테크를 견제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는 규제가 EU의 디지털 산업에는 도움이 됐을까? 시행 후 몇 년이 지난 GDPR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들이 축적됐다. 이에 따르면 오히려 규제가 EU 내 스타트 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음이 증명됐다. 예컨대 GDPR은 웹사이트들이 소규모 웹 기술 공급업체보다는 큰 업체를 선호하게 해 결과적으로 온라인 기술 공급 시장의 상대적 집중도를 17%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 GDPR 제정 이후 EU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미국 대비 14.5%, 시행 이후에는 35.1%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I 법안에 대한 EU 내 스타트업계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들의 16%는 AI 개발을 중단하거나 EU 외부로의 이전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EU의 규제가 EU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EU 기반 스타트업의 혁신을 감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손에 꼽는 자국 디지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EU의 규제를 자발적으로 수입하려는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EU의 DMA처럼 '게이트키퍼'를 규정하고 특정 행동을 규제하는 '(가칭)플랫폼 경쟁촉진법'을 추진할 것을 발표했다.

스타트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성장의 유리천장'이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벤처캐피털 업계도 공정위가 추진하는 사전 규제가 도입되면 그 누구도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한다. 실제 이번 법안과 비슷한 목적으로 과거에 추진된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등의 파급효과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플랫폼 규제는 영세·신규업체의 수익성 악화 및 성장 기회 상실로 이어지고 취업유발 감소가 22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역내 경쟁력 있는 디지털 기업이 없는, 자국 기업 경쟁력을 희생시켜서라도 미국 기업을 억누르려는 EU의 전략을 우리가 굳이 답습할 필요가 있을까. 번뜩이는 미래 세대의 주요 기반인 IT 산업과 스타트업 생태계를 위해서라도 규제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한다. EU는 브뤼셀 효과라도 가졌지만 우리는 '서울 효과'도 없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만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남의 규제를 따라가다가 우리의 디지털 스타트업 경쟁력까지 훼손시켜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유니콘의 탄생을 막고 청년들의 일자리를 축소시키는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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