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몇달내 한국에 치명적인 군사행동"…미국서 나온 우려들

조선중앙TV가 지난 23∼24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고 보도했다./사진=뉴시스,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대남 위협 수위를 끌어올리는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수개월 내 한국에 치명적인 군사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는 25일(현지시간) 복수의 미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대남) 정책을 적대적 노선으로 변경했으며 앞으로 몇 달 안에 한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치명적인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한국이 '불변의 주적'이라며 전쟁이 일어나면 무력으로 점령·수복한다는 내용을 헌법에 담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무력 도발도 강화했다. 북한은 지난 24일 신형 전략순항미사일을 최초로 시험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달 초에는 서해상에서 수백 발의 포를 사격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이전보다 더 공격적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최근 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핵·전쟁 위협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핵 능력을 포함해 첨단 군사 능력 증강을 추구하는 체제를 책임지고 있는 사람의 수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들은 "한반도에 전면전 위험이 임박해 보이지 않지만 김 위원장이 급격한 확전을 피할 수 있는 방식의 공격을 감행할 수 있다"며 2010년 연평도 포격 사례를 언급했다. 북한은 그해 11월23일 연평도를 겨냥해 방사포 등 170여발의 포격을 가했다. 당시 해병대원 2명과 민간인 2명이 숨졌다. 우리 군은 K9 자주포 등을 동원해 대응 사격을 실시했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북한이 사격을 멈추면서 정면충돌로는 비화하지 않았다.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 아시아 소사이어티 부회장은 "김 위원장이 2010년 연평도 포격보다 큰 규모의 도발을 할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그가 충격적인 물리적 행동을 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와이 호놀룰루 동서센터의 진 H. 리 연구원도 "북한의 정책 변화는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광범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며 "김 위원장은 연평도 등 서해 지역에서 군사 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과 시그프리드 헤커는 지난 11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 기고문을 통해 "한반도의 상황은 (김일성이 남침을 결정한) 1950년 6월 초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위험하다"며 "우리는 김 위원장이 그의 할아버지처럼 전쟁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다고 믿는다"고 경고했다.

미 당국자들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면서 자신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다고 본다. 양국 정상은 지난해 9월 정상회담을 열고 밀착을 과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초청을 받고 조만간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북한이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미 당국자는 "북한이 러시아에 대량의 구형 포탄과 소량의 최신 탄도미사일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은 김 위원장이 한국과의 장기적인 분쟁에 대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대규모 군사작전을 계획하는 지도자는 미사일과 포탄을 비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