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에서 당당하게 투잡 뛴다… 소니의 독특한 실험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일본 소니그룹이 히타치제작소와 올해부터 양사 직원들 간 '상호 부업'을 허용한다. 인공지능(AI)이나 반도체 등 첨단 분야에 한해 소니 직원이 히타치제작소에서 한 주에 일정 시간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게 허용해 인재가치 향상과 기술혁신을 도모하겠단 취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쟁 기업들 간의 이처럼 독특한 인재교류 실험을 1일자 1면에 단독 보도했다. 소니그룹과 히타치제작소는 주니어 혹은 중견 사원 몇 명을 먼저 3개월간 상대 기업의 첨단사업 부문에서 '부업자'로 일하도록 받아들이기로 했다. 통상의 취업시간 외에 추가로 부업을 뛰는 개념이다.

소니는 전기전자·반도체 등 신규 사업에서 기술자나 사업 기획 분야의 히타치제작소 사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메타버스를 이용한 서비스 외에 AI와 이미지센서를 결합한 제품의 사업화를 논의할 생각이다. 히타치는 소니 직원에게 연구개발(R&D) 직무를 개방한다. AI나 가상공간의 기술을 산업분야에 어떻게 적용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양사는 받아들이는 부업자와 업무 계약 계약을 맺고 급여를 지불한다. 기존 근무처의 업무를 그대로 하면서 시간 외에 3시간 정도를 부업에 할애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부업에서 나온 성과는 기존 근무 회사에서의 인사 및 처우와는 무관하다. 양사는 상호 부업의 효과를 검토해 오는 4월 이후에도 계속 실행할지 결정하기로 했다.

소니와 히타치제작소의 이 독특한 실험은 직원들이 기존 업무분야나 조직에서 벗어나 색다른 근무경험을 쌓고, 시야를 넓히게 하려는 취지에서 고안됐다. 그동안 일본 기업들의 인재육성 방침은 연수와 직장 내 훈련(OJT) 위주였다. 그러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과 AI의 보급으로 산업 구조가 급격히 전환되면서 기존 OJT만으로 인재를 키우는 것은 어려워졌다.

상호 부업은 기존 인재교류 방식과 달리 본업을 계속할 수 있다. 직원 입장에서는 기존 업무를 이어가며 새로운 일에 도전할 수 있고 기업도 대체인재를 확보할 필요가 없어 비용 부담이 없다. 특정 분야로 부업 허용 범위를 한정해 직원 전체의 이탈로 이어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추가 수입을 창출하려는 직원과 업무능력 향상을 기대하는 기업 사이의 이해상충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본 재계에선 상호 부업이 활성화되는 분위기다. 소니와 히타치제작소 외에 기린홀딩스와 메이지홀딩스, 일본담배산업 등 27개사도 지난달부터 단계적으로 상호 부업을 시작했다. 부업 희망자와 수락을 희망하는 부서를 모집해 매칭을 실시했는데 약 90명이 손을 들었다. 부업 기간은 원칙적으로 3개월이며, 주 1회 정도의 온라인 근무를 전제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