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 "석유수입부과금 35억 돌려달라"…석유관리원 상대 승소

/사진=SK에너지

SK에너지가 한국석유관리원을 상대로 35억원 규모의 석유수입부과급 환급 소송을 내 승소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7부(부장판사 정상규)는 SK에너지가 한국석유관리원을 상대로 제기한 석유수입부과금 환급거부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지난해 11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환급거부처분을 모두 취소하고 소송비용은 석유관리원이 부담하도록 했다.


석유수입부과금은 정부의 에너지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원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하는 정제업자, 판매업자 등에 매기는 준조세의 일종이다. 원유를 수입해 석유제품을 만들어 법령에 따라 수출하거나 공업원료 등으로 사용했을 때 업체는 부과금 중 일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석유수입부과금 환급에 관한 사무를 위탁받은 기관으로 2021년 7월 이전에는 한국석유공사가 이를 맡았다.

SK에너지는 석유와 석유제품을 수출입하면서 2017년 11월14일부터 2019년 2월8일까지 44항차에 걸쳐 중동 이외의 미주, 멕시코 등 다변화 지역에서 원유를 수입하고 한국석유공사에 석유수입부과금을 리터당 16원 납부했다.

석유사업법 시행령에는 미주, 유럽 또는 아프리카 등 산업부 장관이 고시하는 지역에서 수입한 원유를 2024년 12월31일까지 규정된 용도로 사용하거나 공급하는 경우 징수한 석유수입부과금을 넘지 않은 범위에서 환급해주는 조항이 있다.


석유정제업자 또는 석유수출입업자가 원유를 수입하는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함이다. 이를 바탕으로 SK에너지는 2018년 9월13일부터 2019년 11월13일까지 '선적항에서 국내 하역항까지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산출된 유조선운임지수 값'으로 산정한 1차 환급금 136억여원을 한국석유공사로부터 환급받았다.

이후 SK에너지는 "1차 환급신청 시 다변화 유조선운임지수 값을 잘못 입력한 결과 부과금이 적게 산출·환급됐다"며 2차로 35억여원을 더 환급해달라고 신청했다.

2022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실제 운항 가능한 최단거리'를 기준으로 산정된 유조선운임지수 값으로 환급금을 다시 산출하고 차액을 추가 환급해 달라는 취지였다. 원유를 수입할 당시 유조선 크기 때문에 최단 항로를 통과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등을 거쳐 원유를 운송해 실제 운항 거리가 '선적항에서 국내 하역항까지 최단거리'보다 길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석유관리원은 SK에너지 측이 경영 판단에 따라 스스로 최단거리 항로를 기준으로 환급금을 신청하고 이를 지급받았으므로 추가 환급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며 2차 환급신청을 반려했다. 이에 SK에너지는 지난해 2월20일 한국석유관리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착오 등으로 지급받지 못한 환급금에 대한 추가 환급신청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의 원리에 위배된다"며 "산업부 장관이 석유사업법에 의해 과다환급금을 징수할 수 있는 것에 대응해 석유정제업자 등도 과소하게 환급된 부과금에 대해 추가로 환급을 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형평에 맞다"고 밝혔다.

또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고자 하는 제도 취지에 비춰 다변화 유조선운임지수가 실제 운항 가능한 최단거리를 기준으로도 산출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추가 환급신청을 제한해야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석유사업법 시행령 제27조 제4항이 정한 환급 신청 기간(환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5년) 이내에는 추가로 환급신청을 할 권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석유관리원은 이 판결에 불복해 서울고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