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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 나오는 순간 '위기' 노출되지만…현장에선 인력 부족 호소

머니투데이
  • 김지현 기자
  •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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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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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돌아갈 곳 없는 청소년들②

[편집자주] 일명 '가출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가정 밖 청소년' 문제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와 함께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고, 사각지대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이들을 보호하는 청소년쉼터에선 인력과 예산 부족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이런 탓에 전문성은 떨어지고 시설은 낙후된 사례가 적지 않다. 누구보다 따뜻한 집을 원하지만, 돌아갈 집도 대안이 될만한 집도 없다는 '가정 밖 청소년'들의 사정을 들어보고, 그들에게 필요한게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삽화=이지혜 디자인기자
부모님의 오랜 학대를 견디다 지난해 집을 나온 중학교 2학년 나우진군(15·가명).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언제인지를 묻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없다"고 답했다. 서울의 한 청소년쉼터에 들어오기 전 경찰에 신고를 했다는 그는 "제가 했단 사실에 엄마가 많이 화가 나 있어 돌아간다 해도 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시설에서 단체생활하는 것도 쉽진 않지만,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인 집에 비하면 편하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인 우진군은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연계로 쉼터에 들어온 경우다. 쉼터에선 식사와 옷, 상담 지원 등을 받고 있다. 다만 우진군은 "휴대폰 개통과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용돈이 조금이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집을 나온 뒤 애로사항으론 "어떻게 할지 몰랐다는 점과 함께 시설 적응과 돈 부족"을 꼽았다. 그럼에도 가정으로 돌아가는 선택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2020년 11.5만명 추정.."정확한 숫자 파악 어려워"


집 밖 나오는 순간 '위기' 노출되지만…현장에선 인력 부족 호소
우진군처럼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가정해체, 가정폭력 등으로 집으로 돌아가기 어렵거나 가족과의 갈등으로 자발적으로 집에서 나온 청소년을 '가정 밖 청소년'이라고 부른다. 가출 이후엔 거주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고, 범죄에 노출되기도 쉽지만, 가정 밖 청소년에 대한 정확한 규모 파악부터 쉽진 않은 상황이다.

12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가출 경험이 있는 청소년은 11만5741명으로 추정된다. 이는 통계청·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1년 청소년 통계'에서 조사 대상 학생 총 399만1089명 중 1년 내 가출 경험이 있는 학생 비율(2.9%)로 추산한 수치다. 당시 조사에서 학업중단 청소년은 제외되면서 실제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측됐다. 여가부 관계자는 "가정 밖 청소년은 자신의 주거환경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고, 쉼터 등 입·퇴소가 잦아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다"며 "원가정에서 이탈했다 하더라도 기간이 개인에 따라 매우 유동적이라 이런 상황을 일일이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코로나19(COVID-19) 사태 이후 '위기 청소년'으로 분류되는 학업중단 학생들이 증가세를 보이며 가정 밖 청소년 역시 늘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경찰청에 들어온 만 9~19세 실종·가출인 숫자도 2020년 2만875명에서 지난해 2만7865명으로 증가했다.


'가족과의 갈등'이 계기..10명 중 2명 '노숙 경험'


집 밖 나오는 순간 '위기' 노출되지만…현장에선 인력 부족 호소
청소년 가출은 오래된 사회 문제지만 사각지대는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출'은 청소년들을 다양한 위기상황에 내모는 시발점이 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2020년 발간한 '위기청소년 현황 및 실태조사 기초연구'에서 "조사를 설계하며 가출 청소년을 주요 조사 대상으로 포함했다"고 전제하기도 했다.

실제로 만 12~19세 위기청소년 600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해당 조사에선 응답자 중 66.3%가 한 번 이상 가출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 동안 가출한 사례도 10명 중 4명(40.7%)이 있었다. 계기는 우진군처럼 '부모님, 형제, 자매 등 가족과의 갈등 때문'이란 응답이 63%로 가장 많았다. '가족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 가출했단 응답도 10명 중 3명꼴이었다.

집을 나온 청소년들은 가출 후 주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주로 친구나 선·후배 집에서 머물렀단 답(복수 응답)이 가장 많았고, 여관이나 모텔에 머물렀다는 응답도 41.2%였다. 여기에 △청소년 쉼터 37.7% △찜질방·고시원·PC방 32.9% △건물이나 길거리 노숙은 23%로 조사됐다.


가정 밖 위기에 노출..쉼터 인력 부족 겪기도


집 밖 나오는 순간 '위기' 노출되지만…현장에선 인력 부족 호소
그 결과 이들은 위기에 쉽게 노출됐다. 여가부의 2022년 '위기청소년 지원기관 이용자 생활실태조사'(4203명 대상)에선 친구나 선후배 등으로부터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이들이 15.9%였고,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이들도 4.3%였다. 잘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숙식을 제공해준다는 제안이나 광고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10.7%였다.

정부도 지원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가부는 청소년쉼터와 청소년자립지원관 운영을 포함해 시설에 입소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취업 촉진과 직무탐색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 국가장학금과 연합기숙사 등을 지원하고, 자립을 준비하는 청소년에겐 매월 40만원, 최장 60개월의 자립지원수당을 준다.

하지만 빈틈은 있다. 특히 현장에선 청소년쉼터와 관련해 인력의 불안정성을 호소한다. 경기도의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청소년들을 다루다보니 경험이 중요한데, 업무 강도보다 임금이 낮아 짧게 근무하다 가는 직원도 있다"며 "야간엔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는데 많으면 2명, 적으면 1명이 당직을 선다"고 전했다. 이 시설의 경우 평균 20여명의 아이들이 머무르고 있다. 지방의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자립지원금의 경우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아이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쉼터 부족한 지역도..가출 전 예방시스템 갖춰야


집 밖 나오는 순간 '위기' 노출되지만…현장에선 인력 부족 호소
청소년쉼터가 충분치 않은 지역도 있다. 현재 전국엔 총 138곳(2023년 12월 기준)의 쉼터가 있는데, 충남·전남·경북의 경우 일시쉼터가 아예 없는 상황이고 부산엔 남자 청소년 중장기쉼터, 전남엔 여성 청소년 중장기쉼터가 없다. 여가부의 청소년쉼터 관련 예산은 △2021년 224억원 △2022년 260억원 △2023년 295억원 △2024년 309억원으로 증가세지만 여전히 제대로 운영하기엔 부족하단 지적이다.

서울의 한 청소년쉼터 관계자는 "지역적으로 그 지역의 쉼터의 분류와 상관없이 1개소만 있는 경우엔 단기와 중장기쉼터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장기보호 목적으로 타지역으로 보내는 경우 학업 등 생활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신건강의 문제가 있는 청소년들도 쉼터로 많이 오는데, 치료와 병원 입원 등 조치가 시급하지만 가족이 보호, 관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만만찮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장기적으로 '가출 청소년' 문제가 나오지 않게 가족복지 시스템을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독일, 프랑스 등을 보면 가출 청소년이란 개념이 거의 없다"며 "가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단계에서 이미 지방자치단체 아동청소년국 등에서 부모와 아이를 분리하는 등 개입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은 그룹홈 등에서 지내고, 가족 상담도 진행한단 얘기다. 정 교수는 "가족 지원 사회서비스를 통해 예방 차원에서 가정 밖 청소년 문제를 다루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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