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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서 묻고 다닌 '부모님 안부'…내 패드립, 자식에 '상속' 됩니다

머니투데이
  •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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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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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대부분 게임사 유저 사망시 상속대상 유가족에게 계정정보 이전
아직 국내에선 디지털 유산 상속 관련 사회적 논의 부족해
법제화되기 전 게임사 이용약관 등에 안전장치 마련할 필요 있어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한국인들이 온라인 게임을 유독 잘 하는 이유는 '효도심' 덕분이라는 말이 있다. 게임을 하다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아군, 적군을 가리지 않고 '부모님 안부'부터 묻는 이들이 적지 않다. 현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욕을 게임 상에서 내뱉는 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 위해 더 목숨 걸고 게임을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농담이 나오는 배경에는 날이 갈수록 열화되는 온라인 문화가 있다. 현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패륜적인 욕설, 이른바 '패드립'까지 서슴지 않고 던지는 이들은 자신들의 발언이 쉽게 '휘발'될 것이라 여긴다. 그런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자신의 게임 계정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이들은 게임사 외에도 또 있다. 바로 자신의 상속 대상자들이다.


"아덴월드에 있는 아버지의 유산 찾으러 왔습니다"


게임사들에는 종종 계정을 '상속' 받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부모가 쓰던 게임 계정의 존재를 알고, 물려 받기 위해서다. 통상 사망 및 가족관계 증명서류 정도만 준비하면 된다. 이에 더해 상속 대상자 중 우선순위를 밝힐 수 있거나, 우선순위자의 권리포기가 드러나는 서류까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는 통상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게임에서 많이 나타나는 사례다.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장기간 즐겨온 유저들이 많고, 또 고액이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계정을 상속 받으러 오는 이들은 대부분 계정 그 자체가 아닌, 계정에 들어있는 '재화' 내지 '아이템' 때문에 오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게임사에서는 개인간 거래를 금지하지만, 계정 및 아이템 거래 사이트를 통해 손쉽게 이를 처분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자녀들이 알 정도로 게임을 오래 즐긴 유저라면 해당 계정에 상당한 돈을 쓴 경우가 많다"며 "가족들도 이를 알기 때문에 처분하러 오는 것"이라고 전했다.


재화+아이템만 상속? "계정정보 전부 준다"


엔씨소프트 계정 상속을 위한 준비서류. /사진=엔씨 홈페이지 캡처
엔씨소프트 계정 상속을 위한 준비서류. /사진=엔씨 홈페이지 캡처
이때 상속되는 것은 계정에 딸려 있는 캐릭터나 아이템만이 아니다. 그 계정의 주인 자체가 상속 대상자로 바뀌면서 '모든 정보'가 주어진다. 게임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채팅이나 쪽지, 우편 내역이 남아있는 경우 모든 게 다 전해진다.

다른 유저들과 부모님 안부를 포함, 거친 욕설을 주고 받은 이들은 이 정보들까지 자신의 상속 대상자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같은 욕설을 안하는 게 최선이고, 만약 부끄러운 언행을 게임 내에서 보였다면 자신이 죽기 전 기록을 말끔하게 치우는 게 필요하다. 캐릭터 닉네임이 '불건전'한 경우에도 "내 자식이 볼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누구 마음대로 내 계정을 상속?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일각에서는 이 같은 계정 상속 조치가 본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기에 위법하다고 보기도 한다. 게임사는 아니지만 애플의 경우 계정 보유자 사망 시 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유산 관리자' 5명을 사전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 유산 관리자가 접근 키를 받고, 사망진단서 등과 함께 애플에 내면 메시지, 사진 등 계정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수사기관 요청에는 단호한 애플이지만, 상속 관련 부분은 너그러운 편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모두 생전에 계정 소유자의 동의가 있던 데 따른 것이다. 네이버의 경우 유족의 요청이 있더라도 이러한 계정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유족이 요청할 경우 유일하게 해주는 것은 계정 정보의 '삭제'일 뿐이다. 생전의 '동의'에 방점을 둔다는 점에서 구글이나 애플과 똑같다.


게임 계정과 같은 디지털 유산, 아직 미흡한 사회적 논의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계정 정보의 상속은 디지털 유산 논쟁의 한 부분이다. 전 세계에서 현재 진행형인 이야기다. 독일 연방대법원이 2018년 7월 내린 판결은 '상속대상'이라는 것이다. 죽은 자녀의 페이스북 접근 권한을 요구한 부모에 대해 페이스북 측이 거부하자, 법원이 이를 승인하라고 한 것이다. 당시 독일 법원은 "사망한 이용자와 페이스북의 계약은 채권적 권리로, 사망에 따른 포괄적 재산승계 절차에 따라 상속이 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국내에서는 유효한 사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게임사나 포털 규정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진행되는 식이다. 이 때문에 게임사는 계정 정보를 유가족에게 상속시켜주는데, 포털사는 주지 않는 식의 상반된 대응이 나온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디지털 유산 상속에 대한 논의가 하루 빨리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을 포함해 디지털 세계에 한발을 담그고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망할 경우, 그간 온라인 공간에 남겨온 모든 정보와 흔적 등 '디지털 정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에 대해 우리는 아직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지 못했다.


내 '패드립' 상속재산으로 볼지 법제화 필요하지만, 그 전에 약관 삽입 고려해야


학계에선 디지털 유산 중 경우에 따라 재산권이 인정될지, 일신전속권이 인정될지 구분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재산이 아니라, 개인의 인격권 등 일신전속권이 인정된다면 상속대상이 되지 않는다. 유가족에 대한 상속을 거부하는 포털사이트들은 이메일 계정 정보 등에 대해 일신전속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독일 연방대법원의 사례에서는 계정정보 역시 하나의 '채권'으로 간주해 재산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접근하고 있다. 디지털 유산 중 개인의 창작성이 반영된 게시물 등에 대해서는 저작권도 인정될 수 있다. 이 역시 상속대상이 된다.

다만 아직까지는 상속대상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게임사도, 한국 법원도 정확한 선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신속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점을 찾아가는 게 필요한 시점이다. 법제화가 되기 이전에는 게임사나 포털사 등이 약관을 통해 디지털 유산의 처리 방안에 대해 생전에 이용자의 '의사'를 확인해둘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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