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클린스만 경질"…'유임' 원했던 정몽규 "명분 있어야"

머니투데이

박효주 기자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협회 앞에서 축구팬들이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경질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대한축구협회 임원진들이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에 대해 '경질'로 의견을 모으자 유임 입장을 보였던 정몽규 회장도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YTN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 거취 문제를 놓고 전날 소집된 대한축구협회 임원진 회의에서 경질 쪽으로 뜻이 모였다.

이석재 협회 부회장은 회의 후 정 회장과 독대에서 임원들 뜻을 모아 사퇴를 건의했고 정 회장은 '마땅한 명분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원 회의가 구속력 있는 공식 협의체는 아니지만 협회 수석부회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대부분 참석한 만큼 정 회장도 애초 유임 쪽으로 기울었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난 것이다.

이 부회장은 YTN에 "(임원회의) 분위기가 전부 다 사퇴 쪽으로 (모였다). 나도 그런 얘기를 했다"며 "정 회장님이 나한테 살짝 뜻을 내비치더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도 4강까지 올라갔는데 이런 거를 생각 안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경질에 있어 최대 걸림돌은 거액의 '잔여 연봉'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만 대략 70억원, 코치진을 포함하면 약 80억원을 줘야 하는 조항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애초 계획보다 늘어난 천안축구종합센터 건축비를 충당하기 위해서 최근 300억원을 대출받은 상황이다. 정 회장은 위약금을 물어줄 경우 악화하는 협회 재정 건전성을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오는 15일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 개최 이후 기자회견을 열어 결정 사항을 직접 설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 경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전날 서울경찰청에 정 회장을 강요, 업무방해,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했다.

서민위 측은 정 회장이 지난해 국가대표선임위원회와 논의 없이 클린스만 감독을 졸속 선임해 축구협회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