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성장률 전망치 2.2% 유지…"내수 부진, 수출 회복"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이 1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전망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KDI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 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소비와 투자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수출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기존 전망과 유사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물가는 내수 부진으로 하반기에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14일 '2024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 발표한 기존 전망과 같은 2.2%로 제시했다. KDI의 전망치는 정부(2.2%), 한국은행(2.1%)과 유사하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각각 2.3%, 2.2%로 전망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최근 우리 경기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두 요인을 꼽자면 고금리와 반도체 경기 상승인데, 고금리는 내수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고 반도체 경기 상승은 수출 회복세로 이어지고 있다"며 "내수 부진은 더 심화되고 수출은 더 강건한 회복세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KDI는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지난 전망대비 0.1%포인트(p) 하향조정한 1.7%로 전망했다. 최근 경제상황은 민간소비를 구성하는 상품소비와 서비스소비 중에서 상품소비가 더 둔화된 모습을 보인다. 고금리의 여파다. 고금리가 유지된다면 올해 민간소비가 개선되긴 다소 힘든 상황이다.

총고정투자는 기존 전망보다 0.3%p 하락한 0.6% 증가율을 보일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지난 전망(2.4%)과 비슷한 2.3%로 예상했지만, 건설투자 증가율은 부동산 경기 하락을 반영해 지난 전망(-1.0%)보다 더 부진한 -1.4%로 내다봤다.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물가상승세도 둔화하는 모습이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로 제시했다. 이는 3개월 전 전망보다 0.1% 하락한 수치다. 정 실장은 "내수 부진의 영향이 파급되면서 물가상승세는 조금 더 빠르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말 정도에는 물가상승세가 물가안정목표인 2%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내수 증가세 둔화에도 올해 취업자수 증가폭은 기존 전망(21만명)과 유사한 22만명으로 전망했다. 30대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공급이 확대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업률 전망치 역시 기존 전망과 동일한 3.0%로 제시했다.

전반적인 상황이 썩 좋지 않지만, 우리 경제가 버티는 힘은 수출이다. 우리 경제의 주력 수출상품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최근 수출은 양호한 회복세를 보인다. KDI는 올해 수출 증가율을 기존 전망보다 0.9%p 상향조정한 4.7%로 예상했다. 경상수지는 올해 560억달러 내외의 흑자로 예상했다.

KDI는 우리 경제의 위험요인으로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확대, 중국 경기의 급락 등을 꼽았다. 중동 분쟁이 격화되면 유가 상승, 운송 차질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해 경기침체가 발생하면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정 실장은 "중국 성장세가 얼마나 빨리 둔화되느냐 하는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생각했던 것과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한국 성장률 전망치가) 2% 내외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