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조 날릴 위기' 머스크의 뒤끝?…스페이스X도 델라웨어 탈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로이터=뉴스1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스페이스X가 뉴럴링크를 따라 델라웨어 주를 떠났다. 테슬라에서 받기로 한 560억 달러 스톡옵션 보상 약정이 델라웨어 주 법원에서 무효화된 이후 회사 이전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아직도 델라웨어에? 빨리 회사 옮겨라"머스크 CEO는 15일(현지시간) 엑스에 게시한 글에서 "스페이스X가 법인 설립지를 델라웨어 주에서 텍사스 주로 이전했다"며 "아직도 델라웨어 주에 회사를 두고 있다면 최대한 빨리 다른 주로 옮기기를 추천한다"고 밝혔다. 머스크 CEO는 제인 넬슨 텍사스 국무장관 직인이 찍힌 법인 전환 확인서를 글과 함께 게시했다.


머스크 CEO가 설립한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도 최근 법인 설립지를 델라웨어 주에서 네바다 주로 옮겼다. 델라웨어 주는 미주 중에서 가장 기업에 친화적인 곳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그가 두 회사를 연달아 이전한 것은 주 법원에서 자신에 대한 스톡옵션 보상이 무효화됐기 때문이다.

테슬라 9주를 가진 소액주주 리처드 토네타는 머스크가 2018년 자신의 지배력을 남용해 과도한 보상 패키지를 얻어냈다며 테슬라 이사회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델라웨어 주 법원 캐더린 맥코믹 판사는 토네타 주장을 받아들였다. 맥코믹 판사는 "머스크 CEO에 대한 보상 계획이 승인되는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며 "머스크 CEO가 자신에 대한 보상 패키지를 승인하는 과정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CEO가 이사회의 자율성을 해쳐가면서 얻어낸 보상안이므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판결 이후 머스크 CEO는 엑스를 통해 "테슬라는 법인등록지 변경을 위한 주주 투표를 즉시 실시할 것"이라면서 서류상 본사 소재지를 델라웨어에서 텍사스로 옮기겠다고 했다. 실제 텍사스 본사는 텍사스 오스틴에 위치한다. 로이터는 아직까지 머스크 CEO가 안건을 주주 투표에 부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미국 법조계 "테슬라 이전은 쉽지 않을 듯"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현지 법조계는 법인등록지 이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일단 주주 투표를 즉시 실시하겠다는 머스크 CEO 발언과 달리 투표를 준비하는 데만 40~60일이 걸리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가 개입할 경우 절차가 더 늘어질 수 있다고 앤 립튼 툴레인 대학 로스쿨 교수는 설명했다. 또 회사 이전을 위한 정관 변경 등의 절차에서 회사 이전 때문에 주주 이익이 침해당했다는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고 한다.


브라이언 체핀스 캠브리지대학 회사법 교수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텍사스 판사들이 델라웨어 판사들보다 기업 친화적이며 더 온화한 접근 방식을 택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라며 "텍사스 판사들이 정말 그럴지는 전혀 알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로이터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상소 절차를 밟고 있다. 토네타 측 변호사는 머스크 CEO와 항소 공채 금액 협의를 마치는 대로 법원에 스톡옵션 보상 무효화 판결의 효력을 일시 정지시켜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소 공채는 패소 판결을 받은 소송 당사자가 항소를 진행하는 동안 판결 효력을 일시 정지시키기 위해 내는 돈이다. 액수는 판결 금액에 비례하며, 그에 맞는 담보 또한 제시해야 한다. 항소인이 패소하고도 판결 내용을 이행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담보물을 압류할 수 있다. 패소한 소송 당사자가 항소 제도를 악용해 판결 확정을 늦추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