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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시대 역행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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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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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김태연 교수
2022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되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농업계가 다시 들끊고 있다. 심지어 이번에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개정안이 함께 제출되면서 30년 전 UR협상 과정에서 '전 세계적으로' 폐지된 '부족불 제도(Deficiency Payment)'까지 등장했다.


우리 농정을 30년 전 추곡매입제 시대로 되돌리는 것도 모자라서,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실시하지 않았던 가격하락 보상제까지 추가한 것이다. UR협상 당시 농정 목적이 자급률 제고를 위한 쌀 증산과 농가소득 보장을 위한 시장개방 반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는 정말 '거꾸로 가는' 농정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농가소득을 보전하는 게 더 좋은 정책 아니냐'고 말 할수 있다. 하지만 UR협상에서 국제적으로 논의된 것은 '농가소득을 보전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농가소득의 보전방법을 세계적으로 변화시키자'는 것이었다.

정부가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원하는 것은 다양한 시장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활동 주체들의 능력을 갉아먹고 지속가능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이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실패를 야기하는 것이다.

두 법률 개정안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부분은 이렇다.


우선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경우, 양곡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기관으로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도입했다. 이 위원회는 양곡의 매입과 판매에 관한 모든 것을 심의하는 권한을 갖고 있다. 특히, 생산량과 가격의 변화 가능성 그리고 농가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예상하고 초과 생산량을 매입하는 '선제적' 대응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대로라면 위원회는 모든 생산자, 유통가공업자, 소비자의 행동방향을 잘 파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의 영향도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전지전능한 능력으로 시장을 조정·통제해야 한다. 과연 시장이 이런 위원회가 기대하는 대로 움직일까? 이게 가능했다면, 그동안 경험했던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폭락,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금융시장 불안정은 왜 반복될까?

이런 정부기구를 만들면 농가소득이 보장되고 시장이 잘 통제될 것처럼 생각하는 것 자체가 오류다. 오히려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능력을 갖고 있는 시장참여자를 더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농안법 개정안에서는 그동안 없었던 '농산물가격안정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몇몇 주요 품목에 대해서 일정한 기준가격을 제시하고 시장가격이 이 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면, 그 차액을 농민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소위 '부족불제도'라고 명명했던 조치로서, 2차 대전 이후 시장변화에 상관없이 농산물 생산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 선진국에서 사용했던 정책이다. 그런데, 이 조치는 특정 품목의 증산에 미치는 효과가 매우 컸기 때문에 국제교역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보조금으로 간주되어 1994년 UR 협정에서 폐지하기로 합의했었다.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이 조치는 당시 국가 예산이 많지 않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도입하지 못했던 정책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쌀 생산에 주로 적용될 것이 명백한 이 조치를 도입하는 것은 쌀 중심 농업에서 탈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농정과제로 부각된 현 시점에서 매우 불필요하고 부적절하다. 쌀 생산에서 다른 품목으로 전환하려고 계획했던 농민들조차 다시 불러들이는 꼴이다.

농업과 농촌을 발전시키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은 농지, 농민, 농업기술로 구성되는 농업기반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주변 여건(기술·환경·사회)이 급속하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 의도를 갖고 '시대착오적인 농정'으로 회귀하는 것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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