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받았으면 당연히"…野, 다음 컷오프 대상은 '사법리스크'?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2.16.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공천 물갈이를 시사한 가운데 2021년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의혹 등 사법리스크가 민주당의 공천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당에서는 검찰의 정치적 수사 의도를 살펴 사법리스크 연루자의 컷오프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계획이나 향후 형평성 문제 등 잡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돈 봉투 의혹에 연루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성만 무소속 의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이 전날 이 의원의 지역구인 인천 부평갑에 영입인재인 노종면 전 YTN앵커를 전략공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반발하며 노 전 앵커와의 단일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기자회견문에서 "누가 부평갑의 정권심판 적임자인지, 누가 부평갑의 가장 본선 경쟁력있는 후보인지 선택을 받고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의원은 22대 총선 출마선언과 동시에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했으나 돈봉투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되면서 복당 심사 역시 보류된 바 있다. 이어 민주당이 노 전 앵커를 부평갑에 전략 공천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이 의원의 민주당 복당은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성만 무소속 의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제22대 총선 부평갑 출마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05.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사법리스크 연루자에 대한 교통정리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설 연휴 기간 중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현재 수사 상황과 경위 등을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병도 민주당 전략기획실장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이 아주 명백한 증거를 제시한다든지, 본인이 직간접적으로 인정한다면 당연히 그렇게 (컷오프) 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한 이 대표가 지도부·측근들과 비리 의혹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기동민·이수진(비례) 의원의 컷오프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김영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당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민주당의 선거 승리를 위한 여러가지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자리"라면서도 "공천 관련 사안은 공관위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측근들과 컷오프를 논의한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사법리스크 연루자에 대한 컷오프가 본격화되면 당사자들의 반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노웅래 의원 역시 지난 14일 총선 출마 선언을 하면서 본인 역시 검찰에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처럼 정치 탄압을 받은 사람도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시스템 공천"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현격히 어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검찰에서 수사한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공천권을 검찰이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인위적으로 한 50명을 기소해놓고 그 50명이 탈락하면 민주당은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도 오는 건데, 우리도 최소한의 방어적인 준비는 당 내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