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연장, 연장…' 8번째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이유는?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주유소. 2024.02.12.

정부가 이달 말 종료 예정이었던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휘발유 25%·경유 37%)를 한 번 더 연장한 건 최근 국제유가 상승세 전환에 대응하기 위함이다. 서민의 유류 비용 부담 완화을 완화하고 물가 상승 기대심리가 경제주체들에게 확산되는 것을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일각에선 4월 총선을 앞두고 기름값을 되돌리긴 어려웠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근 국제유가가 다시 상승세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 조치를 4월 말로 2개월 연장하는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최근 국제유가는 반등세로 돌아섰다. 홍해사태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수요 증가 예측 등 영향이다.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한 달 전(72.4달러)보다 5.63달러(7.8%) 오른 배럴당 78.0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런던ICE거래소의 북해산 브렌트유 4월물 가격은 배럴당 78.15달러에서 82.86달러로 6% 상승했다. 현물 가격을 나타내는 두바이유는 이 기간 77.99달러에서 80.75달러로 3.5% 올랐다.

이에 국내 주요소 기름값도 내림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월 둘째주 전국 주유소 보통휘발유 평균판매가는 리터(ℓ)당 1609.51원으로 한 달 전(1570.17원)보다 39.34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경유는 30.04원 오른 ℓ당 1512.66원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도 기름값에 영향을 줬다. 환율 상승은 수입 가격을 높이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은 1334원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종가(1288원) 대비 46원 오른 수준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급등을 고려해 2021년 11월 유류세 인하(휘발유·경유·LPG부탄 각 20%)를 시작했다. 이후 이번까지 총 8차례의 일몰 기한 연장과 인하율 조정을 거쳐 현재 휘발유는 25%, 경유와 LPG부탄은 37%의 인하율을 각각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른 리터당 가격 인하 효과는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 73원이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를 두고 오는 4월 예정된 총선을 겨냥한 조치란 해석도 나온다. 당장 유류세 인하 조치를 되돌릴 경우 휘발유·경유 등 기름값이 ℓ당 200원 넘게 뛰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고물가·고금리 속 소비심리가 얼어 붙은 상태에서 유류세 원상 회복은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해 말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물가안정을 강조하며 유류세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유류세와 관세 인하, 공공요금 관리 등으로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주요국들 비교해서 다소 낮은 수준"이라며 "그러나 국민 여러분께서 체감하시는 물가는 여전히 높고 장기간 지속돼 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 조치 재연장에 따른 재정부담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해 유류세 한시 인하 정책 등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은 예산보다 3000억원(-2.5%) 줄었다.

정부의 연초부터 잇단 감세정책 발표로 올해 세수 여건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해 국세수입이 정부 전망(367조4000억원)보다 6조원 정도 적게 걷힐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동정세 불안 등에 따라 국내외 유류 가격 불확실성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