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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칼럼] 왜 연준은 금리 내리길 주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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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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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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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금년 초에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년 첫 번째 FOMC 회의는 초미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회의 결과 연 5.25~5.5%로 금리를 동결함과 동시에 3월에도 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없다고 확실히 선을 그으면서 조기 금리인하 가능성에 쐐기를 박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월 중순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3월 금리인하 가능성은 17.5%, 5월은 작년 말 80%대에서 50%대 후반으로 크게 낮아졌다.


금리는 기본적으로 물가 상승률과 비슷하게 가는 것이 기본이다. 따라서 각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올리고 내리는 것은 물가 상승에 연동하여 후행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면 금리를 낮추고, 과열되면 높이는 통화정책을 편다.

일반적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이자와 예금이자가 모두 오른다. 돈의 가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대출은 줄고 예금은 증가한다. 그래서 소비가 줄고 투자도 줄게 된다.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자산 가격도 영향을 받는다. 자산 가치가 떨어지면서 부의 총량이 감소하게 된다. 고금리로 인한 기업의 파산이 증가하고 성장률은 떨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플레이션을 잡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다.

그와는 반대로 금리가 낮아지면 저축은 줄고 대출은 늘어난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높아지며 부의 총량이 증가한다. 기업의 투자는 늘어나고, 자국 화폐 가치의 하락으로 환율은 올라가면서 수출 경쟁력이 커진다. 결국 가계, 기업, 은행 등 각 경제 주체들이 돈을 더 많이, 더 쉽게 쓰면서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게 된다. 그러나 저금리 정책을 오래 시행하면 부동산이나 주식을 비롯한 자산 시장에 버블이 생기는 부작용도 있다.

그래서 경기부양이 필요하면 금리를 낮추고, 과도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거나 경기가 과열되면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번갈아 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깨고 연준이 금리인하를 주저하는 건 미국의 좋은 경제 상황 때문이다. 작년에 급속한 금리인상이 끝나면서, 고금리가 지속되면 당연히 경기 침체가 수반될 것이고, 그 시점은 작년 말로 예상했던 터라 금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소비와 노동시장이 매우 견조하고 경기 침체의 조짐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금리를 낮춰야 한다면 시그널을 잡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금리를 낮추면 오히려 잡혀가던 물가가 다시 뛰어올라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연준은 물가 상승률이 확실하게 2%에 안착할 때까지 현재의 금리를 유지하면서 마지막까지 고삐를 늦추지 않고 보유한 채권 규모도 계속 줄여가는 긴축정책을 쓰겠다는 것이다.

연준은 과거에 너무 성급하게 금리를 내리는 피벗(pivot)을 시행하였다가 낭패를 본 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에 '라스트 마일 리스크(last mile risk)'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 신중모드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라스트 마일은 마라톤에서 최종 결승선 직전의 가장 힘들다는 최종 1~2마일 구간을 말한다. 금융시장에서는 2%의 물가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라스트 마일 리스크는 큰 폭의 인플레이션 이후 물가 상승률이 점차 줄어들면 물가가 안정된 것으로 판단해, 중앙은행이 빠르게 금리를 내렸다가 다시 물가가 오르며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발생하게 되는 위험성을 말한다. 아주 높게 오른 물가는 여러 가지 정책수단으로 처음에는 빠르게 내려올 수 있지만, 갈수록 그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는 마지막 구간이 가장 힘들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하고 있다. 실제 원하는 수준의 물가 안정까지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다. 실례로 1981년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불리던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은 라스트 마일 리스크로 인해 기준금리를 무려 21.5%까지 올리고 이를 3년 동안 유지했었다.

경제학자이며 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로 활동 중인 이사벨 슈나벨은 "유럽의 인플레이션을 10.6%에서 2.9%로 낮추는 데는 1년이 걸렸지만, 여기서 2%에 도달하려면 최소한 2년 이상이 필요하다."면서 이것이 라스트 마일의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물가는 쉽게 잡히는 것부터 내려오지만, 라스트 마일에 도달할수록 내리기가 굉장히 어려운 '스티키(sticky)'한 품목들만 끝까지 남게 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가격을 올릴 때는 아주 빠르게 올리지만, 내려야 할 때는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버티거나 마지못해 내린다 해도 천천히 적게 내리게 된다.

미국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한국은행도 금리인하를 뒤로 미룰 수밖에 없게 되었다.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물가 상승률이 아직 확실히 안정되었다고 판단할 만한 근거도 부족하고, 전쟁이나 중동지역 불안으로 오히려 유가 등 물가가 다시 올라갈 조짐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한국은행 총재도 미국, 유럽이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우리나라가 그들 국가를 따라서 인하하기는 쉽지 않다며 적어도 6개월 내에 금리인하는 없을 것이라 밝힌 바 있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낙관론을 제시하며 연준과는 달리 라스트 마일이 특별히 어려운 길은 아니며,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큰 폭으로 조속한 금리인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구조적인 이유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인 2%까지 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스탠퍼드대 마이클 스펜스 교수는 "노동력 부족과 인구 고령화, 생산성 저하 등 구조적으로 공급 측면에서의 제약과 지정학적 긴장, 글로벌 공급망 재편 비용을 고려할 때 연준의 목표치에 도달할 가능성은 없다."고 전망했다.

연준은 경기 침체가 다가올 것을 전제로 보험적 성격의 '선제적(pre-emptive)' 금리인하를 고려하였으나, 지금은 그럴만한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지금의 시나리오를 원점에서 다시 써야 할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3월 FOMC 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다.

우리도 급변하는 주요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성공적인 라스트 마일 전략을 철저히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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