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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극 벌이다 사망"…북한 노동자 2000명 폭동, '의미심장' 한 이유

머니투데이
  • 김인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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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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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임금체불 반발' 중국 내 북한 노동자 2000명 파업
北 주민 '국가관 변화' 상징적 사례…"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0일 성천강전기공장 사진을 싣고 "뜨거운 정과 사랑을 지니고 대중과 숨결을 같이하는 미더운 당 일꾼의 모습이 늘 곁에 있기에 종업원들의 투쟁 기세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중국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약 2000명이 지난달 임금 체납에 항의하며 파업과 폭동을 일으킨 사건이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1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김정숙평양방직공장 노동자들이 환대를 받은 사실을 소개하며 '애국'을 강조한 보도. / 사진=뉴스1
중국 지린성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약 2000명이 지난달 임금 체납에 항의하며 파업과 폭동을 일으키는 이례적 사건이 발생했다. 주민들의 국가관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왔다. 북한인들의 국가를 생각하는 방식이 '우리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에서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21일 통일부에 따르면 탁민지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 연구원은 지난 20일 '중국 지린성 북한 해외노동자 집단 파업 사태의 함의'를 주제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탁 연구원은 이번 사태에 대해 "북한 당국의 가혹한 인권 침해에 대한 주민들의 인내심이 임계점에 도달한 결과"라며 "집회·시위의 자유가 억압된 북한 사회에서 1000명 단위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한 것은 대단히 충격적인 방식"이라고 했다.

이번 폭동은 최근 일본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북한 국방성 산하 무역회사가 파견한 노동자들이 지난달 11일부터 나흘간 중국 지린성에 위치한 의류 제조공장과 수산물 가공공장 등의 시설을 점거했다. 노동자들은 장기임금 체납에 반발해 인질극까지 벌이다가 한 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국가보위성 요원을 급파해 주도자 200여명을 송환하며 사태는 일단락됐다.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역사책 기록될 사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성·중앙기관 일꾼들이 평양시 안의 농장들에서 새해 첫 금요노동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당 중앙위원회 결정에 대한 관철 의지를 다졌다. / 사진=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3일 성·중앙기관 일꾼들이 평양시 안의 농장들에서 새해 첫 금요노동을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당 중앙위원회 결정에 대한 관철 의지를 다졌다. / 사진=뉴스1

탁 연구원은 "북한 사회에서 이번 사태는 대단히 충격적이며 기존 해외노동자들이 보인 일탈행위와 다르다"며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북한 노동자의 반발과 일탈은 개인 형태로 나타났다"며 "하지만 이번에 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에 손해를 직접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개인 부업을 통한 자력구제를 선택하는 대신 당국이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함을 느끼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탁 연구원은 이번 폭동이 커지고 당국에 노동자들 요구가 받아들여진 배경이 '숙련노동자'라는 점을 들었다. 숙련노동자들이 중국 업체로부터 신뢰를 얻고 있어 강제 북송 자체가 어렵다는 의미다. 노동자들의 수익은 매달 약 6000달러(8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노사 합의를 통해 노동자들에게 밀린 월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외화벌이를 목적으로 중국을 비롯해 러시아·쿠웨이트 등에 수만명 규모 노동자를 파견해왔다. 유엔(UN·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2016년부터 대북제재를 통해 신규 노동자 파견 제한과 기존 노동자 전원 송환을 요구했지만 북한은 학생·관광객 비자 등을 통해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 그만큼 해외노동자 외화벌이가 북한 정권 통치자금에 중요하다는 뜻이다.



"북한 정권, 주민 통제력 상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0일 성천강전기공장 사진을 싣고 "뜨거운 정과 사랑을 지니고 대중과 숨결을 같이하는 미더운 당 일꾼의 모습이 늘 곁에 있기에 종업원들의 투쟁 기세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12월 20일 성천강전기공장 사진을 싣고 "뜨거운 정과 사랑을 지니고 대중과 숨결을 같이하는 미더운 당 일꾼의 모습이 늘 곁에 있기에 종업원들의 투쟁 기세가 나날이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사진=뉴스1

탁 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해외노동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가하던 가혹한 수탈과 인권 침해와는 어울리지 않게 대규모 저항에 대한 통제력을 크게 상실한 모습을 보였다"며 "북한 해외노동자들은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한국 문물을 접하는 등 기존에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던 작은 자유는 북한 당국의 통제로 일시적인 제약이 있더라도 완전히 근절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탁 연구원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유입·유포할 경우 최대 사형에 처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에 대해서도 "그만큼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 즉 기존의 통제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해외노동자를 집단 파견한 정황이 새로 드러나고 있다"며 "올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로 통치자금이 필요하고 러시아가 인력난 문제를 겪고 있어 노동자 파견은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북한과 러시아의 노골적인 대북제재 위반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제사회와 적극적인 공조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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