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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크셔를 사다니 멍청하게"…'시공업자' 버핏의 편지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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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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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작년말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워런 버핏과 찰리 멍거/AP=뉴시스
올해도 어김없이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했습니다. 버핏은 매년 2월말 홈페이지에 올리는 주주서한(올해는 A4지 16장)과 5월초 미국 오마하에서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통해서 주주들과 소통해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말 버핏의 오랜 사업 파트너인 찰리 멍거 부회장이 9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올해 주주서한에서 버핏이 무슨 말을 할지 궁금했는데요. 버핏은 그동안 버크셔와 S&P 500지수의 수익률 현황을 담았던 첫 페이지에 멍거에 대한 헌정사를 담으며 멍거를 기렸습니다.

올해 5월 4일에 개최되는 버크셔 주주총회에서는 버핏의 후계자로 내정된 그렉 아벨 버크셔 부회장이 멍거의 자리를 대신할 예정입니다. '오마하의 현인' 버핏이 버크셔 주주에게 보내는 편지를 살펴볼까요.



멍거가 설계자(architect), 버핏은 시공업자?


올해 주주서한 중 찰리 멍거에 대한 부분/사진=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캡쳐
올해 주주서한 중 찰리 멍거에 대한 부분/사진=버크셔 해서웨이 홈페이지 캡쳐
버핏이 버크셔를 통해서 올린 수익률은 입이 쩍 벌어질 정도입니다. 1964~2023년까지 59년 동안 버크셔의 누적수익률은 무려 438만4748%에 달합니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의 누적수익률(3만1223%)을 월등히 초과하는 수치입니다.

버핏은 이처럼 놀라운 수익을 올린 버크셔의 '설계자(architect)'가 멍거라고 추켜세웠습니다. 버핏과 멍거는 모두 오마하에서 태어났지만, 둘은 1959년에서야 처음 만나게 됩니다. 첫 만남 이후 둘은 매일 몇 시간씩 장거리 통화를 하며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이가 됐습니다.


버핏은 1965년 멍거가 "버크셔 해서웨이를 인수한 건 '멍청한 결정(dumb decision)'이지만, 이미 엎지른 물이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실수를 고칠 수 있을지 도와주겠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멍거는 버핏과 버크셔의 미래를 바꿔놓는 이야기를 합니다. "워런, 버크셔 같은 기업을 또 살 생각일랑 하지 말게. 이제 자네는 버크셔를 지배하게 됐으니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서 거기에 더하고 적당한 기업을 훌륭한 가격에 사는 건 포기하게. 다시 말해서, 자네의 영웅인 (가치투자의 대부) 벤저민 그레이엄에게서 배운 모든 것을 버리게. 그런 방법은 작은 규모로 투자할 때만 통하네"

버핏은 멍거가 버크셔의 '설계자'라면서 자신은 멍거의 비전대로 일상적인 건설활동을 수행한 '시공업자(general contractor)'라고 겸손하게 말했습니다.

또한 멍거는 버크셔의 창조자로서의 영광을 뽐내는 대신 버핏에게 모든 공을 돌렸습니다. 버핏이 멍거가 한 편으로는 형 같았으며 한 편으로는 자상한 아버지 같았다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버티, 전문가를 믿지 마세요


버핏의 여동생 로버타 버핏과 워런 버핏/사진=노스웨스턴 대학 홈페이지
버핏의 여동생 로버타 버핏과 워런 버핏/사진=노스웨스턴 대학 홈페이지
버핏은 300만명이 넘는 버크셔 주주를 끔찍이 아낍니다. 버크셔가 추구하는 주주를 형상화하기 위해 버핏은 여동생 로버타(버티)를 예로 들었습니다. 버티와 그의 세 딸은 오랫동안 저축의 상당 부분을 버크셔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매년 주주서한을 꼼꼼히 읽어볼 것입니다. 버핏은 버티의 질문을 예상하고 그에게 성실하게 답변하기 위해서 주주서한을 작성한다고 말합니다.

버티는 대부분의 주주처럼 회계 용어를 상당 부분 이해하지만 회계사가 될 정도는 아니며, 날마다 신문을 보면서 경제뉴스를 체크하지만 자신을 경제 전문가라고 여기지는 않습니다. 대신 버티는 전문가를 무시해야 한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정도로 아주 현명한 사람입니다.

만약 버티가 내일의 상승 종목을 예측할 수 있다면 그의 소중한 인사이트를 공짜로 나누고 매수하려는 경쟁자를 늘릴까요? 버핏은 이는 황금을 찾은 후 이웃에게 황금이 숨겨진 곳을 알려주는 지도를 주는 것과 똑같다고 말합니다. 상승할 종목을 추천하는 전문가를 경계하라는 말입니다.

버핏은 1942년 3월 11일 처음 주식을 매수한 이후 대부분의 자산을 (미국) 주식으로 보유했으며 "지금까지는 좋았다(so far so good)"고 말합니다. 1942년 첫 주식을 산 날 다우존스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지며 매수 당일 5달러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곧 주식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다우존스 지수는 3만9000선까지 상승했습니다.

버핏은 미국이 투자자에게 훌륭한 국가였다고 말합니다. 투자자가 해야 할 일은 '조용히 앉아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것'밖에 없었다고 말하면서요.



옛날보다 카지노 같아진 주식시장


작년말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작년말 버크셔 해서웨이 포트폴리오/그래픽=김다나 디자인기자
버핏은 추가 자본을 배치해서 미래에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고 말합니다. 이런 기업은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상당한 부를 창출해주니까요. 바로 버크셔가 보유한 기업들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버크셔의 포트폴리오 규모는 3474억달러이며 애플 지분가치가 1744억달러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카콜라, 쉐브론이 나란히 2~5위를 기록했습니다. 이들 외에도 버크셔는 보험사 가이코(GEICO),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BNSF),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BHE), 씨즈캔디 등을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59년 동안 438만%가 넘는 수익률을 올렸지만, 버핏은 앞으로는 깜짝 놀랄 정도의 수익을 올리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버크셔가 너무 커졌기 때문입니다. 작년말 버크셔의 현금성자산이 167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건 버크셔가 대규모로 적당한 가격에 매수할 만한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지난 27일 기준 버크셔의 시가총액은 약 8900억달러로 애플, 엔비디아, 구글 등 기술기업을 빼고는 유일하게 1조달러에 근접했습니다. 지난해 버크셔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사상 최대 규모인 374억달러와 962억달러에 달합니다.

버핏은 시장의 발작에 즉각 대규모로 대응할 수 있는 버크셔의 능력이 큰 기회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버핏은 "하늘에서 금덩어리가 쏟아질 때는 (작은) 골무가 아니라 양동이를 들고 밖으로 뛰쳐나가야 한다"고 여러 번 말해왔습니다.

버핏이 주식시장 참가자들을 평가한 대목도 재밌는데요. 버핏은 주식시장이 버핏의 초기 투자시절보다 엄청나게 커졌지만, 오늘날 시장 참여자들이 버핏이 학교에 있을 때보다 감정적으로 안정적이지도 더 현명하지도 않다고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버핏은 "주식시장이 이전보다 훨씬 더 카지노 같아졌다"면서 "많은 집에 있는 카지노가 사람들을 날마다 유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절대 영구적인 자본손실 위험을 무릅쓰지 마라


마지막으로 버핏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변치 않을 버크셔의 투자 원칙은 "절대 영구적인 자본 손실 위험을 무릅쓰지 마라"라고 말했습니다. 버핏은 미국 경제의 성장과 복리의 힘 덕분에 지금까지 좋은 수익을 거뒀으며 만약 주주들도 인생에 걸쳐서 몇 번의 좋은 결정을 내리고 심각한 실수를 피한다면 앞으로 좋은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오는 5월 4일 미국 오마하에서 버크셔는 멍거없는 첫 주주총회를 개최합니다. 멍거의 빈자리는 버핏의 후계자로 낙점받은 그렉 아벨 버크셔 부회장이 채울 예정입니다.

그동안 버크셔 주총에서 오전 세션은 버핏, 멍거, 그렉 아벨 부회장(비보험 부문), 아지트 자인 부회장(보험 부문)이, 오후 세션은 버핏과 멍거가 주주들의 질문에 대답했습니다. 오는 5월 주총에서는 오전 세션은 버핏, 그렉 아벨, 아지트 자인이, 오후 세션은 버핏과 그렉 아벨이 단상에서 답변할 예정입니다.

이번 주주서한에서 버핏은 "버크셔가 오래 지속되도록 설계됐다(Berkshire is built to last)"고 말했습니다. 버크셔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24년 2월 28일 (16:02)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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