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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한남동이 꽉 막힌다…대통령 관저 앞 '집시 폭탄' 왜 못 막나

머니투데이
  • 최지은 기자
  • 김미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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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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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집시폭탄(하)

[편집자주] 용산 시대에 살지만 법은 청와대 시절에 멈췄다. 대통령실 근처로 각종 집회·시위가 몰리고 전직 대통령 사저를 겨냥한 소음 테러도 극심하다. 6월부터는 대통령 사저 주변 또한 시위대에 사실상 무장해제가 된다. 신속한 보완 입법이 필요하지만 정치권은 진영 논리에 갇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집시 1번지 용산' 시대의 과제를 짚어봤다.



사전 합의 해놓고…선거 앞둔 여야 뭉갠 '집시법' 살펴보니


지난해 10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서 열린 집회 인근에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교통 소통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집시법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같은 해 10월17일 공포·시행됐다. /사진=뉴시스
집시법 개정안 논의 타임라인. / 그래픽=조수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부분은 (여야) 간사 간에 사전 합의해서 우리가 통과시키기로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수 의견은 속기록에 담고 그렇게 의결하고자 합니다." - 2022년 12월, 당시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채익 위원장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와 국회의장 공관 반경 100m 이내 집회·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판결을 한 지 1년여가 지났다. 집시법 개정 시한은 약 3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회가 개정안 마련에 손을 놓고 있는 가운데 입법 공백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 대통령 집무실+전직 대통령 사저, 하나씩 주고받은 여야…상임위 의결하고 나몰라라

대통령실이 서울 용산구로 이전되면서 집시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공간적으로 분리된 가운데 기존 법 취지대로 대통령 집무실을 집시 금지 장소에 포함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현행 집시법 11조 3호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국회의사당 △국회의장·대법원장·국무총리 등의 공관 △헌법재판소 및 법원 △외교기관·외교사절 숙소 100m 이내 집시가 금지된다. 이에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2022년 4월20일 집시 금지 장소에 대통령 집무실을 포함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무렵 경남 양산시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극우 유튜버 등이 확성기와 마이크 등을 사용해 매일 같이 집회를 열어 주민들이 고통을 소호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같은해 5월16일 전직 대통령 사저를 집시 금지 장소에 포함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후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대신 대통령 집무 공간을 집시 금지 장소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한 차례 더 발의했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 집회 장소와 통행로를 분리하기 위한 폴리스라인이 세워져 있다./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 집회 장소와 통행로를 분리하기 위한 폴리스라인이 세워져 있다./사진=뉴스1
'하나씩 주고 받은' 여야는 큰 틀에서 집시법 개정안에 공감대를 이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당시 이채익 위원장은 "집시법 일부개정안 부분은 (여야) 간사 간에 사전 합의해 통과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용혜인 새진보연합 대표와 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 의견을 냈으나 집시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상임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 헌법재판소 집시법 11조2호 '헌법불합치' 결정…대통령 관저 반경 100m 집시 금지 대상 아냐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022년 12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위헌법률심판 사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022년 12월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권한쟁의심판·위헌법률심판 사건 선고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뉴스1
같은 해 12월22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만장일치로 '대통령 관저·국회의장 공관 100m 이내 집회와 시위를 일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국민이 집회를 통해 대통령에게 의견을 표현하고자 할 경우 대통령 관저 인근은 가장 효과적으로 의견이 전달될 수 있는 장소"라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의 집회를 전면적·일률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의 핵심적인 부분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앞서 한 보수 시민단체 대표 A씨는 2017년 8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 관저인 청와대 경계 지점에서 68m 떨어진 분수대 앞에서 집회를 벌이다 집시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이듬해 11월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사건을 심리한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조아라 판사는 집시법 11조 조항의 입법 목적과 수단의 적절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은 충족하지 못해 제청신청인의 집회의 자유를 침해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받아들였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도 2018년 1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모든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것은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 올해 5월31일 집시법 개정안 마련해야 하는데…국회 '입법 공백'에 혼란 불가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서 열린 집회에 대형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사진=뉴시스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서 열린 집회에 대형 스피커가 설치되어 있다./사진=뉴시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국회는 오는 5월31일까지 집시법 개정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서 개정 시한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건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4월 예정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의 이유로 법사위 논의가 완전 중단 됐기 때문이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월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당내 경선 등 일정들로 국회의원 대부분이 지역구에서 시간을 할애하게 돼 협상 테이블에 앉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회의 입법 공백으로 현장에 혼란이 더해진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지금도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용산구로 옮긴 이후 집시법 11조 해석을 두고 정부 기관과 시민단체 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경찰은 집시법 11조에 명시된 대통령 관저를 집무실로 해석해 대통령실 앞 집회·시위를 금지했다. 시민단체들은 경찰의 금지 통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 등을 제기했다. 법원은 가처분 소송이 제기될 때마다 집회를 허용하는 것을 반복했다.




6월 되면 대통령 '관저'도 집시 폭탄…"한남동, 교통대란 온다"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오는 6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일대가 '교통지옥'이 된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온다. '입법 공백' 상태로 인해 대통령 관저 앞에서 사실상 집회·시위가 허용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관저 100미터(m) 안에서 집회·시위를 일괄 금지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으나 선거를 앞둔 여야는 이같은 상황을 사실상 방치한다.

◆ 6월부터 집시 가능해지는 대통령 '관저' 일대…한남대로 '교통 지옥' 예약

법조계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부터 100m 내 집시를 금지하는 내용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집시법) 11조 3호는 오는 5월31일까지만 적용된다. 헌재가 2022년 12월 이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진행하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서다. 여야가 법을 정비하지 않는다면 오는 6월부터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도 집시를 열 수 있다는 의미다.

경찰은 지난해 2월 시행령을 고쳐 집시법 12조가 명시한 주요 도로에 대통령실 주변 '백범로-이태원로-다산로'와 '서빙고로'를 추가했다. 집시법 12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주요 간선도로의 집시에 대해 관할 경찰서장이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금지 또는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목소리가 크다. 집회 주최 측이 법원에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를 신청해 집시를 강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의 대통령실 인근 집시 금지 통고와 관련 법원은 여러 차례 집시 주최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5월 시민단체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과 지난달 참여연대,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가 모두 경찰을 상대로 승소했다.

◆ 용산 한남동, 지금도 막히는데…"입법 미비 막아야"

지난해 10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서 열린 집회 인근에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교통 소통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집시법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같은 해 10월17일 공포·시행됐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10월1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 인도에서 열린 집회 인근에 집회 금지 안내문이 설치되어 있다. 경찰이 용산 대통령실 앞 이태원로에서 교통 소통을 이유로 집회·시위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집시법시행령 일부 개정령이 같은 해 10월17일 공포·시행됐다. /사진=뉴시스
관저 인근 집시가 허용되지 않은 지금도 관저를 둘러싼 도로 교통이 원활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교통정보시스템(TOPIS)의 통행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평균 속도는 관저 기준 △동쪽 동호로 22.7㎞/h △서쪽 한남대로 34.3㎞/h △남쪽 서빙고로 31.5㎞/h로 오전 6시부터 밤 10시까지 소통 상황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도로교통공단은 40㎞/h 이상을 기준으로 교통 상황을 원활하다고 본다.

이에 오는 6월 대통령 관저 앞 집회와 시위가 허용되면서 일대 교통 혼잡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병목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한남동에 전례 없는 교통대란이 연중 지속될 것이란 우려다.

경찰 관계자는 "한미 군사 훈련 반대 같은 시위가 관저 앞인 한남대로 등에서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전례 없는 교통대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왕복 8차선 도로에서도 차선이 좁아져 병목 현상이 생기면 이 일대 차량 정체가 극심해진다"며 "집시가 이뤄지는 구간이 아니더라도 인근 도로가 다 영향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 미비를 막기 위해 집무 공간을 중심으로 기준을 세워 빠르게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관저 역시 대통령실(집무실)과 분리됐다고 하더라도 집무와 관련된 사람을 초대하는 공간인지 등을 고려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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