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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플 팰리스', 얼얼한 마라맛 가득한 '결혼 서바이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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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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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9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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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소개팅쇼 관전 재미는 쏠쏠하지만 왠지 드는 씁쓸함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과거 방송가를 중심으로 ‘엠넷이 엠넷한다’는 표현이 유행했다. 이 표현은 여러가지 요소를 함축하고 있는데 엠넷이 과거 각종 몰래카메라 스타일의 프로그램을 쌓아오면서 계발한 독특한 클리셰들의 집합체다. 이는 2000년대 이후 들어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 이를테면 ‘대국민 오디션’과 ‘아이돌 오디션’ ‘힙합 오디션’ ‘댄서 서바이벌’의 형식에 어김없이 수혈됐다.


일단 너른 시야를 통해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파악하고, 파악이 되면 이 캐릭터를 고착화해 반복적으로 강조한다. 이런 인물들은 보통 엠넷의 프로그램에서 ‘트러블 메이커’가 된다.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이러한 편집방향의 희생양이 된 사람들이 만든 단어가 바로 ‘악마의 편집’이다. 욕을 사서 먹는 ‘어그로 캐릭터’ 그리고 특정한 의도를 갖고 캐릭터를 쫓아가는 ‘악마의 편집’, 또한 대단한 일이 일어나지 않지만 마치 대단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예고의 상황을 부풀리는 ‘낚시성 예고’ 등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엠넷한다’는 부정적인 단어가 탄생한다.


사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이러한 명성을 쌓아오던 엠넷이 움츠러든 때가 있었다. 바로 ‘프로듀스’ 시리즈의 결과 조작이 이뤄져 연출자들이 연이어 실형을 받는 등 진통을 겪을 때였다. 이후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 등의 댄서 시리즈로 부활한 엠넷이 이번에는 ‘연애 리얼리티’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연애 리얼리티는 2020년대 이후 가장 각광받고 있는 예능의 형식이다. 사람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에 하나인 ‘좋아하는 감정’을 소재로 호감이 있는 이성을 만나는 과정을 통해 출연자의 가장 날 것 그대로의 심리를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 이유로 2020년대 들어 모든 채널들은 경쟁적으로 연애 리얼리티를 양산했고, 이는 약간의 피로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채널 중 뒤늦은 타이밍에 연애 리얼리티에 합류한 엠넷은 확실한 그들만의 스타일로 차별화를 꾀했다. 남녀 각각 50명의 출연자가 등장하는 ‘매머드급’ 소개팅이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시작한 ‘커플팰리스’는 연애 리얼리티를 가장 엠넷다운 성격으로 변주했다.


일단 세트 자체가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을 연상하게 하는 대형 느낌이다. 그리고 출연자도 100명이 되다보니 마치 101명이 등장하는 ‘프로듀스’ 시리즈가 생각난다. 거기에 엠넷 특유의 날 것 느낌을 더했다. 제작진은 이 프로그램을 ‘연애 서바이벌’이라 칭하지 않았다. ‘결혼 서바이벌’이라고 했다. 100명의 남녀는 결혼을 간절히 원하고 있고, 프로그램 속 만남을 통해 결혼을 꿈꾼다.


사진제공=엠넷
사진제공=엠넷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커플이 결정돼 ‘팰리스위크’라는 동거 기간에 진입하기 전까지 출연진의 나이나 이름 등의 공개를 막고 있다. 그리고 첫 선택부터 3명씩 짝을 이뤄 ‘트레인’ 위로 올라가 매력을 드러낸다.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는 말이 있긴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매칭을 성사해야 하기에 출연자들의 시선은 외적인 부분을 향한다. 외모와 체형 등 외형이 있고, MC들은 친절하게 이들의 직업과 자산규모, 연봉규모까지 설명한다.


그런데 최초 선택은 남자들이 나오면 여자들이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남자들의 스펙을 본 여자들이 남자들을 선택하면, 남자들은 오로지 그들 중 자신이 마음에 든 사람(대부분은 외모를 볼 수밖에 없다)을 선택한다. 남자는 능력, 여자는 외모라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할 수밖에 없다. 이후 여자의 스펙이 등장하고 남자가 이를 고르지만, 1라운드 여자들의 선택 이후 데이트라는 이벤트가 있었기에 호감도는 어느 정도 결정된 상태였다.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계속 직업을 일컫고, 연봉을 일컬으며, 자산규모를 이야기하는 사이 ‘엠넷다운’ 설정도 이어졌다.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하는 여자 출연자의 장면에서였는데, 외국인 남자 참가자는 데이트를 하면서 여자 참가자의 감량을 사실상 종용하는 멘트를 하고 프로그램은 이를 가감없이 내보냈다. 전형적인 ‘어그로 캐릭터’에 ‘악마의 편집’ 발동이다. 여기에 제작진은 외모에 끌렸다가도 스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택을 취소할 수 있게끔 설정했다. 따라서 조건이 맞으면 외모가 아니더라도 선택이 급증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 이어진다.


프로그램은 ‘팰리스위크’에 돌입해서도 자신의 경제상황을 자세히 공개해야 하고, 심지어 기간 중 상대의 부모님도 만난다. 잘 만나는 커플도 있지만, 파국을 맞는 커플도 있다. 이러한 탈락 시스템은 마치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떨어지는 출연자를 쫓는 카메라와 유사하다.


하지만 오디션 프로그램과 연애 리얼리티는 다른 점이 있다. 정당한 기준만 있다면 오디션 탈락은 재기의 가능성이 주어지지만, 자신의 많은 것을 공개한 연애 서바이벌의 탈락은 출연자에게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신상이 다 공개된 부담만이 남을 따름이다. 제작진은 결혼에 있어서 조건과 스펙이 ‘고효율’을 보장한다는 사실은 강조하지만, 결국에는 한 발 물러나 넌지시 그러한 조건에 많은 출연자가 몰입하는 과정에만 집중한다. 그리고는 말한다. ‘결혼은 현실’이라고.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진=방송 영상 캡처


사실 지금까지 많은 연애 리얼리티가 번성했던 이유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기 이전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많은 커플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연애라는 감정을 통해 다양한 사람의 유형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커플팰리스’에서는 사람은 없다. 오로지 그를 수식하는 조건만이 난무할 따름이다. 이러한 조건에 혹한 사랑은 얕을 수밖에 없다. 이는 간혹 파국에 이르고, 제작진에게 이는 더없는 호재다.


과거 몰래카메라로 커플의 파국을 중계하면서 명성을 쌓았던 엠넷이다. 시대가 바뀌었지만, 연애를 보는 이들의 시선은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 오디션을 통해 학습한 ‘규모 키우기’에만 집중하고 있을 따름이다. 엠넷이 오랜만에 다시 ‘엠넷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결혼은 ‘엠넷하지 않아야 할’ 소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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