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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위기' 수소충전소, 가스공사 "증자 불가"…부담 커진 현대차

머니투데이
  • 김훈남 기자
  • 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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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04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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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스공사 미수금 추이/그래픽=조수아
수소에너지네크워크(하이넷) 주주 구성/그래픽=이지혜
승용차용 수소충전소 운영업체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가 부분자본잠식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 자본 확충(증자)에 나섰지만 최대주주인 한국가스공사가 불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넷은 국내 수소전기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가스공사와 현대자동차 등이 투자해 만든 회사다. 2019년 출범 이후 적자를 이어오다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추가 자본확충이 없으면 정상적인 기업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대주주가 출자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정부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암초에 부딪치게 됐다.


3일 업계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최근 하이넷의 추가 출자(증자) 요청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수소충전 인프라 확대를 위해 가스공사와 현대차 등 11개 주주회사가 모여 2019년 만든 하이넷은 고속도로를 포함해 전국 수소충전소 45곳, 충전기 52기를 운영 중이다. 2022년말 재무제표 기준 최대주주인 가스공사는 28.52%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현대차(28.05%)가 2대 주주다.

2022년 기준 하이넷의 영업손실은 96억원이다. 도입가에 비해 소비자 가격이 낮은 데다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지 않아 회사 출범 이후 줄곧 적자를 냈다. 결국 부분자본잠식에 빠질 정도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하이넷은 합작투자계약에 따라 △2020 315억원 △2021년 367억5000만원 △2022년 147억원 등 출범 당시 계획한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늘려왔는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추가 자본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가스공사는 자체 재무상태가 나빠지면서 증자참여를 거부했다. 2대 주주인 현대차는 현재 증자요청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지만 최대주주가 미온적 입장을 밝힌 만큼 추가 자본확충 작업이 힘을 잃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가스공사 측은 "하이넷 합작투자계약서상 전체 1051억원 가운데 가스공사의 투자금 300억원을 납입해 출자의무를 완료했다"며 "수소차 보급지연등으로 하이넷의 지속적인 적자가 예상되는 데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등 재무상태 악화로 추가 유상증자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하이넷이 사실상 부도직전에 몰려있어 추가 자본확충 없이는 올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하이넷은 승용부문 국내 최대 수소충전소 운영업체로 부도 시 수소차량이용자 불편을 초래함과 동시에 정부의 무공해차 보급과 인프라 확충 사업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에 운영 중인 수소충전소는 충전기 기준 승용과 상용을 합쳐 311기다. 환경부의 수소충전기 설치 목표는 누적기준 올해 385기, 2030년까지 660기다. 충전소 기준으로는 △승용 8개소 △상용 17개소 △액화 37개소 등 총 59곳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하는 게 올해 목표다.

하지만 수소충전소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하이넷의 경영파행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수소차량 보급이 늦어지고 그에 따른 충전 수요가 확보되지 않으면서 인프라 운영사 부실과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 상태에서 하이넷 운영과 관련해 예단을 하고 있진 않다"면서도 "구축된 수소충전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에도 협조요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 포퓰리즘이 만든 15조 적자, 미래 '수소'먹거리까지 삼켰다



한국가스공사가 수소충전소 기업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에 대한 증자를 거부한 이유는 재무 상황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15조원 적자를 기록했을 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

경영의 문제는 아니다. 국제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소비자 가격 인상을 미뤄온 탓에 가스공사의 누적적자가 불어났다. 그 결과 수소 산업에 투자할 여력이 사라졌다. 최근 몇년간 대통령선거, 국회의원 총선거 등을 치르면서 일상화된 '에너지 포퓰리즘'이 결국 미래 운송 수단인 수소 생태계 조성까지 가로막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3일 가스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13조110억원, 발전용 미수금은 1조9791억원 등 총 미수금은 15조7659억원이다. 1년 새 3조7452억원(31%) 증가했다. 미수금은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가스를 도입한 후 소비자 판매 등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으로 사실상 가스공사의 영업이익(손실)에 해당하는 재무지표다.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추이/그래픽=조수아
한국가스공사 미수금 추이/그래픽=조수아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최근 3년간 급증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 총액은 △2018년 4826억원 △2019년 1조2763억원 △2020년 1조2106억 원 △2021년 2조9298억원 등을 유지하다 2022년 12조207억원으로 1년새 4배 넘게 폭증했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국제에너지 가격이 급등했는데도 서민 부담과 물가 상승 억제를 이유로 소비자 가격을 눌러온 결과다.

정부는 2022년 대선 이후 가스요금을 4차례(4·5·7·10월) 인상했지만 급등하는 국제원자재 가격을 따라가긴 역부족이었다. 지난해 초에는 동절기 이전 올렸던 난방요금이 한번에 체감되는 '난방비 대란'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물가상승 부담이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해 5월 1차례 MJ(메가줄)당 1.04원 가스요금을 올리는 수준에서 타협했다. 가스공사가 2026년 누적적자 해소를 위해 필요하다고 계산한 요금 인상분 10.4원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 결과 현재 가스공사의 원가회수율은 80% 수준으로 추산된다. 바꿔말해 가스 100원어치를 팔면 20원이 적자로 쌓이는 구조다.

정부여당이 "오는 4월 22대 총선까지 공공요금인상은 없다"고 못박은 만큼 1년 넘게 가스요금 동결은 불가피하다. 인위적인 요금 인상 억제로 가격의 수요조절기능까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요금억제 → 에너지 소비량 증가 → 가스공사 재무상태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졌다.

가스공사가 하이넷 출자를 거부한 것 역시 에너지 포퓰리즘 부작용의 결과다. 가스공사는 2022년 미수금 급증으로 재무상태가 악화되자 △임금인상분 반납 △인력재배치 △비핵심자산매각 △프로구단 운영비 축소 등 15조4000억원대 자구안을 내놨다. 공사 전체가 조이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미래 에너지 '먹거리'인 수소에도 더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가스공사 측은 수소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탄소중립정책에 적극 부응하고자 수소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수소산업 전 분야에 걸쳐 기술수준 및 상용화 여건이 미성숙 상태임을 고려, 수소사업의 경영효율성 제고에 우선 집중하고자 한다"고 해명했다.

다만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기존 석탄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무탄소에너지 비중을 키워야하는 상황에서 양대 에너지 공기업 중 하나인 가스공사의 수소산업 투자 중단은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아직 형성단계인 운송분야 수소시장이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선 가스공사가 해오던 공적 투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현대차, 하이넷에 증자 불가피...부담 더 커진다



하이넷의 부도 위기, 가스공사의 증자 거부 등은 수소 생태계 조성의 초대형 악재다. 수소차 대중화의 근본이 수소 충전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하이넷의 2대주주이자 수소사회로의 대전환을 선언한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900만명 이상이 거주하는 서울 시내 수소차 충전소는 △오곡 △강동 △광진 △국회 △마곡 △상암 △서소문청사 △양재 △도봉 △여의도 등 10곳에 불과하다. 하이넷이 전국에 운영 중인 수소 충전소는 45개소. 아직까지 수소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다.

충전 인프라의 부족은 수소사회로의 전환의 최대 걸림돌이다. 수소 사회 전환의 신호탄이었던 현대차의 수소전기차(FCEV) 넥쏘는 2018년 국내에서 827대가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2020년 6400대, 2022년 1만300여대까지 판매가 확대됐지만 지난해(4631대) 판매가 감소했다. 신차가 출시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충전소 부족 역시 판매 부진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충전소를 늘려야 하는 상황에서 하이넷의 재정 악화는 수소 생태계 조성을 늦출 수 있는 커다란 악재다. 한국이 다른 나라보다 먼저 미래 에너지로 수소를 선언하고도 뒤쳐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의 올해 수소승용차 보급목표인 6800대 역시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숫자다.

하이넷 관계자는 "우리는 돈을 버는 기업이 아닌 수소 생태계 조성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기업"이라며 "충전소가 원활하게 설치되고 사용되는데 집중하고 싶은데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소 에너지 개발에 진심인 현대차그룹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에너지와 관련해 그동안 많은 투자를 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수소차 뿐만 아니라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 해당하는 기술을 개발 중에 있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의 수소사업부를 현대차로 이관하기도 했다. 하이넷 역시 현대차의 지분이 가스공사 다음으로 많다.

이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하이넷에 증자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이넷 역시 한국가스공사보다는 현대차의 증자 가능성을 높게 바라보고 있다.

실제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수소 (사회 전환이) 어렵다고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다"며 "사명감을 갖고 과감하고 꾸준히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20년 전 배터리 전기차(EV)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수소 역시 기술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궁극적으로 친환경 에너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룹의 역량을 모두 모아 수소 생산부터 활용까지 전체 밸류체인을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수소에 대한 현대차그룹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얼마만큼의 자금을 투입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수소 충전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증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분간 충전 사업은 수소 원가 등 문제로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정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내년에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수소 모빌리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현대차그룹은 이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가스공사가 손을 떼면서 현대차그룹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현재 수소충전소의 적자를 예산으로 보전해 주고 있고 충전소가 정상가동되지 않으면 소비자의 불편과 무공해차 보급 지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하이넷에 참여한 주주회사 모두 수소에너지 전환에 책임감을 갖고 운영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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