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은 없네"…트럼프-바이든 '11월 리턴매치' 본궤도 탄다

(앤드루스 공군기지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하며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24.03.05 /로이터=뉴스1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에서 '리턴 매치'를 펼칠 발판을 마련했다. 양당의 경선이 몰려 '슈퍼 화요일'로 불린 5일(현지시간) 두 후보 모두 각각 1개 지역을 제외하곤 모든 주에서 승리해 대선 후보 지명을 눈앞에 뒀다.
트럼프도 바이든도 압도적 승리… 1개 지역만 내줬다AP통신·뉴욕타임스·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걸린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15개 주의 공화당 경선에서 압승하며 유일한 라이벌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를 밀어냈다. 버몬트 주에서만 유일하게 헤일리에게 밀렸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실해지자 이날 플로리다 마러라고 별장 연설에서 바이든을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혹평하며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구체적 데이터도 없이 "우리 도시는 이민자 범죄로 넘쳐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리치몬드 로이터=뉴스1) 정지윤 기자 = 2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몬드에서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2024.03.02 /로이터=뉴스1

바이든도 이날 아이오와주 우편 투표를 포함해 미네소타 주 등 16개 지역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중 미국령 사모아에서는 52세의 기업가 제이슨 팔머가 51표를 얻어 바이든(40표)을 눌렀다. 그러나 미국령 사모아에서의 이변은 바이든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는데 영향이 없다.

오히려 문제는 '지지 후보 없음'(uncommitted) 투표율이 20%에 달한 미네소타의 결과다. 지난주 미시간주의 13%보다 높다. 바이든의 친이스라엘 정책에 대한 유색인 유권자의 반발심이 변수다.

슈퍼 화요일의 승리를 확인한 바이든은 성명에서 트럼프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그는 "오늘 밤의 결과는 미국 국민에게 분명한 선택을 남겼다. 계속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트럼프가 혼란, 분열, 어둠 속으로 우리를 후퇴시키도록 허용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두 부호는 각 당의 대선 후보 확정이 확실하나 이날 최종 후보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는 오는 12일 경선까지 치러야 오는 대선에 출마하기 위한 대의원 수를 확보할 수 있고, 바이든 대통령도 19일이 돼야 정족수를 충족할 전망이다.
사법리스크 큰 트럼프, 헤일리 막판엔 지지 표명할까이날 선거로 1956년 처음으로 전·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권을 두고 맞붙는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상당수 미국인들은 이 대결구도가 만족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77세의 트럼프와 81세의 바이든 모두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낮다.

트럼프는 헤일리와 경합 과정에서 취약점이 부각됐다. 헤일리는 일부 주 경선에서 40%의 지지율을 기록했고 특히 11월 대선 경합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학력 교외 유권자들 사이에서 지지율이 높게 나왔다. 공화당 여론조사업체 위트에어스는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무소속 후보들 사이에서 약세를 보인 것이 바이든에게 패배한 주요 원인이라며 "이는 잠재적 문제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텍사스·미네소타 등 15개 주와 미국령 사모아에서 경선이 치러지는 '슈퍼 화요일'을 하루 앞둔 4일(현지시간)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텍사스주 포트워스에서 막바지 유세에 나섰다. /로이터=뉴스1

무엇보다 사법 리스크가 크다. 노스캐롤라이나 유권자의 약 1/3이 트럼프가 유죄판결을 받으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고 버지니아에서는 53%가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 출마 당시 포르노 스타에게 은밀히 돈을 지급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사업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기소돼 3월 25일 뉴욕에서 첫 형사재판을 시작할 예정이다. 선거 방해 혐의로 연방 및 조지아 주에서도 별도의 기소를 받고있지만 11월 5일 선거 전에 재판이 열릴지는 불분명하다. 퇴임 후 기밀 문서를 보관한 혐의로도 기소를 당한 상태다.

경선 불출마에 대한 압력이 보다 거세질 헤일리가 추후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공식 표명할지도 관건이다. 헤일리는 이날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헤일리의 캠프 역시 어떤 행사도 계획하지 않았다. 헤일리가 트럼프를 지지하면 상대적인 온건표가 트럼프에게 갈 수 있어 표밭을 넓힐 수 있다.
반트럼표 얼마나 뭉칠까… 바이든의 딜레마바이든은 고령의 나이가 약점이다. 이미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비백인 유권자 사이에서 트럼프가 헤일리를 압도했다는 캘리포니아의 출구조사 결과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에디슨에 따르면 트럼프는 대부분 히스패닉계인 이들 유권자에서 72% 대 23%로 헤일리를 앞섰다. 캘리포니아는 올해 공화당 예비선거를 치른 주 중 가장 다양한 유권자가 모인 곳이다.

5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미국 대사관 지부 앞에서 이스라엘인들이 도로를 막은 채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시위하고 있다. /사진=AP통신

히스패닉과 기타 비백인 유권자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주요 유권자다. 그러나 1월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히스패닉계에서 바이든을 10%포인트(27% 대 37%) 차이로 뒤쫓았다. 바이든은 2020년 대선에선 히스패닉계 유권자에서 트럼프를 약 20%포인트 차이로 앞섰었다.

'반트럼프' 표가 얼마나 결집될지도 관건이다. 위트에어스는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등 돌린 사람들의 지지를 반드시 얻진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3당 후보를 선택하거나 아예 투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 민주당 전략가들은 11월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참여율이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두 후보는 이번 주말 나란히 조지아로 향한다. 9일 바이든은 민주당 표가 많은 애틀랜타를, 트럼프는 조지아주 로마에 방문할 예정이다. 표면적으론 12일 경선 때문이지만 실제로는 11월 대선의 최대 경합지여서다.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은 조지아주에서 트럼프에게 0.23%(1만1779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승리했고, 트럼프는 이를 뒤집으려다 풀턴 카운티 지방 검사에 의해 선거 방해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