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기완' 송중기의 소신 "흥행 생각 않는 주연, 형편없다" [인터뷰]

/사진=넷플릭스

배우 송중기(38)가 '로기완'으로 도전적인 행보를 이어가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송중기의 뚝심 있는 도전은 올해도 계속된다. 작년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의 남편, 한 아들을 둔 아빠가 되었지만 한층 과감하게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보여주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간 영화계에서 판타지물 '늑대소년'(2012), 역사물 '군함도'(2017), SF물 '승리호'(2020) 등 장르의 편식 없이 활약해오긴 했으나 최근 행보는 더욱 흥미롭다. 지난해 '화란'으로 첫 정통 누아르물에 뛰어들며 데뷔 15년 만에 칸국제영화제에 입성, 대중을 놀라게 했던 송중기다.



2024년 새해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로기완'으로 그 기세를 몰아가고 있다. 송중기는 타이틀롤인 탈북자 로기완 역을 맡아 북한 사투리, 베드신 등에 도전하며 혼신의 열연을 펼쳤다.


'로기완'은 삶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벨기에에 도착한 탈북자 기완과 삶의 이유를 잃어버린 여자 마리(최성은)가 서로에게 이끌리듯 빠져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원작으로 하며, 신인 김희진 감독의 연출 입봉작이다. 영화 '뷰티인사이드' '아가씨' '럭키' '독전' 등을 만든 용필름(대표 임승용)이 제작을 맡았다.


지난 1일 공개된 '로기완'은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했다. 대한민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일본, 필리핀, 모로코, 카타르 등 12개 국가 톱10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관심이 뜨거운 만큼 다양한 반응으로 호불호가 나뉘기도. 송중기는 6일 아이즈(IZE)와의 인터뷰에서 작품을 향한 호불호에 대한 생각부터 개인사 이슈, 할리우드 오디션 낙방 고백까지 자신의 일상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송종기와 일문일답.


Q. '로기완'이 글로벌 순위 3위를 찍었는데 소감이 어떠한가.


"상위권에 랭크되었다니 기분이 정말 좋다. 한국도 마찬가지고 다른 문화권에서 이 영화를 어떻게 보실지 질적으로, 양적으로 궁금증이 컸다. 지극히 한국 정서와 관련된 북한을 다루기에, 외국 분들이 과연 이해가 가실까 노심초사한 부분이 있었는데 잘 봐주신 것 같아 다행이다."


Q. 7년을 돌고 돌아 '로기완'에 출연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공개됐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사연인지 말해달라.


"아마 7~8년 전쯤 용필름의 임승용 대표님을 뵀을 거다. 당시엔 작품의 정서가 좋아서 '로기완'을 하고 싶다고 그랬다. 결국 마지막에 고사를 했던 건 멜로 부분에서 공감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기완이가 왜 사랑 타령을 하는 건지, 영화 대사처럼 '사치 아닌가' 싶었다. 아무래도 제가 배우로서 깜냥이 안 되다 보니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고. 그래서 솔직하게 대표님께 죄송하지만 못하겠다 말씀을 드렸다. 대표님이 그럴 거면 왜 한다고 했냐고, 희망고문했다고 지금도 갈구고 계신다(웃음). 그런 다음에 저는 '군함도'(2017)를 찍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넷플릭스의 김태현 이사님이 '로기완'을 좋게 봤다는 얘기를 하셔서 속으로 정말 반가웠다. 당시에 넷플릭스로 결정이 난 때는 아니었고. 저도 시나리오를 다시 봤을 때 예전과 다르게 '그렇지, 어머니 유언대로 살아남는다면 욕심이 생겨 잘 살고 싶을 테고 잘 산다는 건 사랑을 한다는 것이니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대본은 마리 캐릭터가 추가되며 변동된 거 말고는 줄기가 크게 바뀐 게 없었는데, 제가 달라져서 공감대가 바뀐 거다. 김희진 감독님께도 맥주 한 잔하며 '미안합니다' 얘기했다. 어찌 됐든 '로기완'과 다시 만난 건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Q. 넷플릭스의 장르 소개에 따르면 아예 '로맨틱한 영화'라고 설명되어 있다. 동의하는가.


"저도 '로기완'이 로맨틱한 영화라는 점에 동의한다. 로기완 이 친구가 처한 끔찍한 상황에서 잘 살고 싶은 다짐을 할 수 있던 계기가 어쨌든 '사랑'이라는 힘 때문이었으니까. 다만 로맨스 카테고리에만 가두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보다 좀 더 큰 개념인 거 같다. 로맨틱하다고 느끼지만, 사랑보다는 휴먼에 가까운 생각이다."


Q. 베드신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베드신은 부담이 전혀 없었다. 제가 느끼기엔 최성은도 그랬을 거 같다. 대본에 묘사된 베드신 수위가 더 셌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감정 공유가 중요했다. 정사 장면이 어떻고는 전혀 관심 대상이 아니라 그런지, 부담이 안 됐다."


Q. 무르익은 감성 연기가 돋보였지만, 원작과 달리 멜로에 치중된 점에 대해선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포털 사이트 평점 또한 6점대로 혹평이 나오기도 했는데 아쉬움이 들진 않는가.


"원작 팬분들 중에선 영화를 안 좋게 보신 분들이 꽤 많은 것 같더라. 이해가 된다. 저 또한 처음에 (출연을) 거절했으니까. 근데 또 그런 생각은 든다. 부족한 저도 시간이 흘러 진심으로 작품에 공감이 되어, 다시 출연하게 되지 않았나. 그런 것처럼 영화라는 게 공개됐을 때 한 번 보고 지금 재미없게 봤다고, 공감이 안 된다고 버리는 종이컵이 아니다. 불호 쪽으로 보신 분들도 저처럼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뀌길 바라는 마음이다. 혹여 시간이 흘렀어도 (불호가) 안 바뀌었다면 그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솔직히 혹평도 아쉽지는 않고 받아들인다. 이런 평이 있으면 저런 평도 있구나, 제 손을 떠났기에 어쩔 수 없다. 혹평을 들었다고 아쉬워하는 건 아닌 거 같다."


Q. '로기완'에 대한 개인적인 만족도는 어떠한가.


"제 작품을 이렇게 표현하기 쉽지 않지만 '참 잘했어요'까지는 아니더라도 '잘했어요'는 주고 싶다. 주관적으로 애정하는 작품이라 그렇다. 오랜만에 찍었던 영화이기도 하고 특히나 해외 올 로케이션 작업을 해서 애정이 갔다. 현실적으로 해외 프로덕션이 쉬운 게 아니다. 해외 올 로케이션을 하는데 감독님 입봉작이시고, 다양한 문화권의 배우도 나오고, 우리 영화에 어려운 건 죄다 갖다 놨다. 주연배우라 현장을 전반적으로 챙겨야 할 지점이 많아서 거의 뭐 프로듀서 마인드로 임한 것 같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5개월간 촬영했는데 관광 한 번을 못했다. 쉬는 날이 없을 정도로 매일 찍었으니까. 해외 촬영이 정말 어려웠기에 잘 끝마친 게 반 이상 먹고 들어갔다."


Q. 그럼에도 김희진 감독은 심적으로 여유가 생겨 보였다고 했다. 그 이유로 남편과 아빠가 된 점을 꼽았고, 그래서 오히려 로기완을 잘 표현할 수 있던 것 같다고 하던데. 스스로 생각했을 때 가장이 되고 달라진 점이 있다면.


"좋게 봐주셔서 감사한데 저는 모르겠다. '로기완' 촬영 당시 아내가 임신 중이었고 그때 아내도 (부다페스트에) 같이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여유가 있던 상황은 아니었다. 가장이 되었다고 해서 딱히 달라진 건 없는 거 같다. 워낙 일상생활에서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이 아니라 저는 그냥 똑같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일이든 안 좋은 일이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편이다."




Q. 이제 송중기 이름 세 글자 앞에 '사랑꾼 남편' '아들 바보' 수식어가 따르고 있다. 바뀐 이미지를 어떻게 보고 있나.


"그건 제 평소 일상생활이다. 행복하게 살고 있다. 가족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다. 근데 이런 부담은 있다. 아기가 공개가 안 되었으면 좋겠다는 그런 부담. 다른 건 뭐 그냥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제가 이미지 그런 쪽에 좀 무딘 거 같다. 다만 배우는 작품으로 보이는 게 맞다고 본다."


Q. 흥행에 대한 욕심도 있는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흥행은 항상 당연히 바란다. 사랑받고 싶은 건 기본 욕망이라 당연한 거다. 숙제를 해도 선생님께 칭찬받고 싶은 게 사람이지 않나. '화란' 때도 다른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운 걸 알면서도 흥행을 바랐다. 흥행을 바라지 않는다면 주연 배우로서 형편없다. 개인적인 욕망뿐만 아니라 돈 받았으면 돈값을 해야지, 그게 맞지 않나. 투자금 회수에 대해 신경 쓰는 것도 책임감이라 생각한다. 현장에 나오는 모든 스태프분, 제작자분이 각자 집안에 돌아가면 가장들이신데, 그런 걸 생각하여 더더욱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본다."


Q. 전작 '화란' 비비(김형서)에 이어 '로기완' 상대역 최성은도 신예였다. 선배로서 부담이 들진 않았는지, 신인들과의 작업 소회가 궁금하다.


"최근 신인 배우들과 작업을 많이 했는데, 부담은 전혀 없다. 저도 예전에 신인이었으니까, 그리고 저 역시 선배님들 보면서 컸고. 그렇다고 제가 선배 노릇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 송중기가 나온다고 보는 시대는 아니라는 얘기다. 중요한 건 인지도가 아니라, 결국 책(시나리오)이다. 유명한 사람 나온다고 보는 시대는 아니란 생각이고 그럴수록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근데 말하고 보니까 저도 티모시 샬라메 나온다고 해서 '듄: 파트2'를 보긴 했다(웃음). 정말 재밌더라."


Q. '로기완'으로 얼마만큼 성장했다고 보는가.


"성장을 했는지는 모르겠고, 성장하고 싶어서 '로기완'을 선택했다. 제 성격 자체가 지겨운 걸 하고 싶지 않아 한다. '예전에 했던 걸 또 해야 해?' 하는 생각에 성공이 보이더라도 비슷한 걸 비켜가는 게 있다. 그 전제 조건은 늘 '성장하고 싶으니까'다. 저는 항상 계속 크고 싶고 자라고 싶다."




Q. 작년에 할리우드 오디션을 봤다고 밝혔는데, 결과는 어떻게 됐나. 해외 진출 계획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가.


"비밀이죠(웃음). 아직 정해진 게 없어서 작품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건 실례이니까. 근데 (할리우드 진출) 도전은 계속하고 있다. 많이 떨어지고 있지만 재밌게 임하는 중이다. 솔직히 비밀이 아닌 게 안 떨어졌으면 촬영하고 있겠죠. 지금도 오디션을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언젠가는 되겠지' 하는 마음이다."


Q. 한국에선 톱의 위치를 오랜 시간 지키고 있는 만큼, '현타'(현실 자각 타임)가 올 법도 한데. 계속 할리우드에 문을 두드리는 이유를 듣고 싶다.


"감사하게도 한국에선 인지도가 있지만, 오디션에 떨어진다고 해서 '현타'나 괴리감은 전혀 없다. 사실 아시아에서의 제 인지도를 갖고 오디션을 안 봐도 되는, 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그런 기회가 있긴 하지만 스케줄 등 여러 가지 안 맞을 때도 있고, 또 제가 직접 도전하는 건 다른 얘기이니까. 여기선 톱스타라고 해주시지만 할리우드에 가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시선 확장에 도움이 된다. '로기완' 리뷰도 보면 (국내에선) 불호가 센 반면에, 외국 리뷰는 또 다르다. 다양한 시각을 느낄 수 있어서 오디션에 떨어져도 즐기고 있고 현타가 안 오는 이유다. 하다 보면 되겠죠.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