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역대 최고 득표율 압승…우크라이나 전쟁 더 키우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대선에서 87%가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5선을 확정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를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찬반 투표로 해석해 전쟁을 키우거나 장기화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불공정 선거라고 비판했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개표가 약 50% 완료된 시점에서 푸틴 대통령은 87.3% 득표율을 기록 중이다. 2018년 대통령 당선 당시 기록한 득표율 77%보다 더 높은 것으로, 이대로라면 역대 최고 득표율로 기록된다. 이번 대선에 출마한 다른 후보 3명의 지지율은 모두 5%에 못 미쳤다.


15일부터 사흘 동안 진행된 선거에서 투표율은 74.2%로 집계됐다. 이 역시 2018년 67.5%를 훨씬 웃도는 수준으로 1991년 이후 최고치다.

이로써 푸틴 대통령은 2030년까지 6년 더 집권하게 됐다. 2000년, 2004년, 2012년, 2018년에 이어 다섯 번째다. 이로써 중도 사퇴만 없다면 30년 집권을 완성하게 돼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소비에트연방, 러시아의 전신) 공산당 서기의 29년 집권(1924~1953) 기록을 깨게 됐다.

여기에 푸틴 대통령은 이미 헌법 개정을 통해 2036년까지 집권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상태다. 지난해 10월7일 71세 생일을 맞은 가운데 개헌을 통해 2030년 대선까지 출마할 수 있다. 사실상 종신 집권이다. 이 경우 34년을 재위한 예카테리나 2세(1762~1796)를 제치고 러시아 최장수 통치자 기록도 세우게 된다.


미국 백악관은 올해 러시아 대선이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백악관은 푸틴 대통령이 정적을 구금하고 출마하지 못하게 막았다며 "분명히 자유롭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선거"라는 입장을 밝혔다.

국영 언론이나 대중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푸틴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일찌감치 당선이 확정적이었다. 러시아 내에서 정부 비판 목소리도 있지만 푸틴 대통령은 1991년 소련 해체 후 쇠퇴의 소용돌이에 있던 러시아를 구한 지도자로 평가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초반 열세를 만회하는 데 성공했고, 러시아 경제 역시 중국과의 무역과 원유 수출 등을 통해 전쟁 여파를 견뎌냈다. 알렉세이 나발니를 비롯해 주요 경쟁자들은 일찌감치 숙청되거나 선거에 나서지 못했다.

모스크바 소재 정치분석센터의 파벨 다닐린 소장은 "이번 선거 결과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서 어떤 시나리오라도 실행할 기회를 부여했다"면서 "역대급 득표율은 국민 대다수가 푸틴을 지지한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외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전쟁에 대한 국민의 지지를 확인했다고 판단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키우거나 장기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협상을 통한 종전 가능성은 멀어진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러시아 국영 TV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사작전 중단엔 관심이 없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는 전쟁을 끝내기 위해선 서면으로 된 안전 보장이 필요하며 현장의 현실이 모든 협상의 기초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러시아의 최장 집권 기록을 보충했습니다(18일 오후 2시58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