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여전히 마이너스…일본, 올해 더 올릴까

지난 19일(현지시간) 일본 도쿄에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통화 정책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마감하자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완화적 금융 환경"을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취임 1년이 채 안 돼 금리를 올리고 정통 통화 정책으로 빠르게 회귀한 그의 결단력을 감안하면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건은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얼마나 촉진하느냐다.

20일 블룸버그의 설문 조사에 참여한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말 일본은행의 정책 목표 금리를 0.1%로 전망하고 있다. 대다수가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을 예상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의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향후 물가 상승과 싸우게 되더라도 공격적인 속도로 금리를 높이진 않을 것이란 데 일단 동의한다. 특히 외환시장은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하겠다는 우에다 총재의 발언에 보다 집중하는 모습이다. 금리 인상 직후 엔화가 달러 대비 150선을 넘어 1%이상 약세를 보인 데에는 일본은행이 올해 남은 기간 0~0.1%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추측이 깔려있다.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을 발표한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니케이 지수와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우에다 총재는 금리인상 시기를 시장 전망보다 한 달 빠른 3월로 앞당겨 단행하는 과감함을 보였다. 임금이나 물가 등 데이터만 뒷받침된다면 연내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17년 만의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의 실질금리는 여전히 크게 마이너스 수준이다. 경제학자들은 지난 2월 일본의 인플레이션이 2.9%로, 실질금리는 여전히 마이너스인 -2.8%로 추정하고 있다.

연내 추가 인상에 베팅하는 전문가들은 일본 최대 노조인 렌고가 1991년 이후 최대 수준인 임금인상률 5.28%을 이끌어 낸 데 보다 집중한다. BNP파리바의 코노 류타로 이코노미스트는 임금 상승이 물가 상승을 자극하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더 빠르게 인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메모에서 "이럴 경우 금리는 2025년 말까지 1%를 넘을 것"이라며 "또 환율과 4월 이후 인건비가 물가에 어떻게 전가되는지에 따라 두 번째 인상이 7월로 앞당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둘기파적인 메시지 그 자체보다 실재 우에다 총재가 해온 일에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해 4월 우에다 총재는 취임 당시 자신과 구로다 하루히코 전 총재의 입장이 일치하며 긴축 정책까지 훨씬 더 천천히 움직일 것임을 시사했었다. 하지만 실제론 2차 세계 대전 이후 역사상 가장 큰 통화부양 실험을 빠르게 해체해서 정통 통화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우에다 총재를 아시아판 벤 버냉키에 비유했던 이유도 부드러운 학자풍 분위기에 "결단력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였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의 일본은행 지붕에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뉴스1

다이이치생명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 구마노 히데오는 다음 금리 인상 시기를 10월이나 12월로 예상했다. 구마노는 "봄 임금지표가 호조를 보이자 불과 며칠 만에 큰 결정을 내렸다. (우에다가) 강철 같은 배짱이 아니면 그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 △유가 상승 △정부의 물가 안정 조치 종료 등 인플레이션 압력 때문에 연내 또 한 차례의 금리 인상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에다 총재가 멈칫했다면 일본은행이 자칫 금리 인상의 '골든타임'을 놓쳤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핀란드 신흥경제연구소의 수석이코노미스트 투울리 맥컬리는 "일본은행의 이번 금리 인하는 이미 결정된 일"이라며 "지금부터 한 달만 지나도 상황을 정상화할 기회를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지금 행동에 나서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