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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로 나프타 분해하는 석유화학…우리에겐 아직 먼 일

머니투데이
  • 안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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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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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전기화 웨이브]③

[편집자주] 전 세계적 넷제로 전환 과정에서 '전기화'가 화두로 떠올랐다. 유럽과 미국 등은 이제 전통적 제조업인 석유화학, 철강 공장까지 무탄소 에너지 전기로 직접 돌릴 채비를 마쳤다. 전기화에 따라 한국과 주요 선진국 산업 간 탄소배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갈수록 높아지는 탄소무역 장벽에 대비해야 하는 국내 산업계의 숙제가 하나 더 생겼다.

EU, 미국 탄소국경세 현황/그래픽=이지혜
국내 석유화학업계 탈탄소 수단 현황/그래픽=이지혜
철강, 모빌리티 등과 달리 국내 대부분의 전통 산업 영역에서 전기화 추진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기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무탄소 전기 공급이 받쳐줘야 하지만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여전히 높다. 국토 특성 상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를 마련할 공간도 부족하고 발전 설비도 특정 지역에 편중돼 원활한 전력 공급이 쉽지 않다. 결국 전기화는 충분한 무탄소 에너지원 확보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화학은 선진시장에 비해 전기화가 늦은 대표적 업종이다. 석유화학의 연간 탄소배출량은 7100만톤으로 국내 제조업 중 철강에 이어 두번째로 배출량이 많다. 탄소배출 감축이 시급한 업종인 만큼 국내 업계도 다양한 탄소감축 수단을 도입하고 있다.


업계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탄소 포집·저장(CCS·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 개발을 추진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체분리막 활용 CCS 실증설비를 도입했고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등은 정부 기관과 연합해 CCS 실증사업에 참여했다. LG화학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CCS 기술 공동 연구개발에 나섰다. 대부분의 주요 석유화학기업이 CCS 기술 개발에 뛰어든 셈이다.

바이오납사는 이미 상용화 단계다. HD현대케미칼은 CJ제일제당으로부터 대두유, 폐식용유 등을 공급받아 바이오 납사를 생산하고, 바이오 납사로 친환경 플라스틱을 올해 말까지 1만2000톤 생산할 계획이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도 업계 모두 추진중이다.

하지만 전기화는 아직 구체적 기술 개발 계획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A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유럽 등 주요기업의 전기화 과정을 눈여겨 보고는 있지만 현재로서 뚜렷한 기술 개발 방향이 잡힌 것은 없다"며 "대부분의 국내 석유화학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주요국의 전기화 기술은 이제 상용화 문턱에 도달했다. 독일 화학사 바스프는 최근 사빅, 린데와 함께 공동개발한 'e-크래커' 파일럿 설비 가동에 돌입했다. 가스 대신 전기로 발생한 열을 활용해 정유 부산물인 나프타를 분해시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소재로 만드는 설비다. e-크래커는 핀란드 기업 쿨브룩이 시험가동에 성공한 '회전반응로'(RDR: RotoDynamic Reactors)와 함께 가스를 태워 움직이는 석유화학산업의 상징적 설비인 'NCC(나프타 분해 설비)'를 대체해 나갈 전망이다. B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CCS 기술 등과 달리 전기화 기술은 선진국과 기술 격차가 이미 상당하다"고 말했다.

2023년 발전원별 정산단가 현황/그래픽=윤선정
2023년 발전원별 정산단가 현황/그래픽=윤선정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가격이 높아 전기화를 선뜻 추진하기 어렵다는게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반응이다. C 석유화학사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에선 재생에너지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데다 공장 인근에서 재생에너지 발전소도 찾기 쉬워 무탄소 전기를 발판으로 한 전기화를 추진하기 수월한 것"이라며 "국내에선 그 반대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뿐 아니라 시멘트와 식음료 제조 등 전기화가 늦은 모든 업종의 공통된 고민이다. 비교적 빨리 전기화를 추진하는 철강업계도 풍부한 무탄소 전력 확보가 난제인 것은 마찬가지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수입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세가 곧 시행되면 뒤처진 전기화는 업계에 비용으로 전가될 수 있다. 유럽은 2026년부터 철강과 시멘트 등에 온실가스 1톤당 10~50유로의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은 2025년부터 석유화학, 철강 등에 온실가스 1톤 당 55달러를 부과할 것이 유력하다. 두 지역 모두 탄소국경세 적용 품목 범위를 순차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EU, 미국 탄소국경세 현황/그래픽=이지혜
EU, 미국 탄소국경세 현황/그래픽=이지혜
전문가들은 무탄소 에너지원의 확대와 지역별로 편중된 재생에너지를 끌어올 전력망 구축 등을 통해 전기화 물꼬를 터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트롤스 라니스 덴마크산업연합 에너지 부문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산업이 많아 전기화 전환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가능한한 직접 전기화를 포함해 에너지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형모듈원전(SMR) 등 무탄소 에너지원인 원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해외 사례도 있다. 미국 화학사 다우는 텍사스 공장에 SMR 4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 SMR은 현재 텍사스 공장에 전기와 증기를 공급하는 기름 보일러를 대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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