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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잠시' 저장한 고준위폐기물, 영원히 묻어주자

머니투데이
  • 박재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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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26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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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소의 겉모습은 차갑다. 콘크리트 덩어리의 집합체다. 화력·풍력 등 모두 비슷하다. 원전은 더 그렇다. 콘크리트 두께와 질이 남다르다.

5기의 상업용 원자로가 가동 중인 경주 월성 원자력 발전소에 가면 6기(1기는 폐쇄)의 거대한 원구형 시설(모스크를 연상케 하는)을 마주한다. 우라늄을 핵분열시켜 전기를 만드는 공간이다.


효율은 원전의 최대 강점이다. 원전 에너지 단가는 50~60원/kWh. 태양광(250~300원/kWh), 석탄(200~250원/kWh)의 1/4 수준이다. 탄소 발생도 거의 없다. 시대정신인 '탄소 중립'에도 적합하다.

원전에 대한 오해도 많이 사라졌다. 혐오감도 꽤 줄었다. 국내 운영중인 원전만 25기다. 다만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대한 걱정은 조금 남아 있다.

사용후핵연료가 가진 이중성에서 기인한다. 사용후핵연료는 '폐기물'이면서도 강한 '에너지원'이다. '활용' '재처리' 여하에 따라 핵무기 등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린 폐기물 처리를 강요받는다. 한국 원전의 우라늄은 한번 불사르고 사라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셈이다.


# 경주 월성 원전 뒷마당(?)엔 16.5m 높이의 콘크리트 원통 300개가 세워져 있다. 사용후핵연료를 '임시' 보관하는 건식저장시설 캐니스터(사일로)다. 그 옆엔 직사각형(21.9m×12.9m) 형태의 높이 7.6m짜리 시설 14개가 2줄로 서있다. 시멘트 두께만 1m다. 맥스터(조밀저장시설)다.

원전에서 몸을 불태운 우라늄은 사용후핵연료가 돼 '임시' 시설인 이곳에 '잠시' 묻힌다. '잠시'는 50년 정도다. 원전 발전 건물 내부에는수영장같은 습식저장시설이 있다. 이 역시 임시로 머무는 곳이다.

임시 공간은 영구 공간을 전제로 한 것인데 우리나라엔 없다. 중간시설도 아직이다. 영구 무덤인 고준위방폐장은 핀란드가 2025년부터 운영한다. 원전 운영국 대부분은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 단계다. 원전 상위 10개국중 부지선정에 착수하지 못한 나라는 사실상 한국뿐이다.

별차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 무덤을 만드는 과정이 워낙 복잡·다단하기 때문이다. 고준위보다 위험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저·중준위 방폐장을 건설하는데만 수십년 걸렸다. 안면도, 굴업도, 부안…. 방폐장 건설을 둘러싸고 시끄러웠던 지역 이름들이다.

2005년 경주가 후보지로 선정되고 원자력환경공단이 231만㎡(70만평) 부지에 중·저준위 방폐장을 만들었다. 땅 속 300m 깊이의 동굴을 파 중·저준위 방폐물을 묻는다. 저준위 용도의 시설도 별도 건설중이다. 중준위와 저준위가 자연스레 분리 수거된다.

# 2005년 고준위를 뺀 채 중·저준위 방폐장 특별법을 만들며 한숨 돌렸지만 어느새 20년이 훌쩍 흘렀다. 중·저준위는 '과하게' 좋고 안전한 시설에 안치되고 있는 반면 고준위는 임시 시설에서 마냥 대기중이다.

1978년 원전 가동 이후 사용후핵연료는 쌓여간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3년 12월까지 1만8900톤의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했다. 한빛(2030년)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월성(2037년) 등 2030년 이후 습식 저장소부터 포화가 예상된다. 지하실에 물이 차오르는 상황과 비슷하다.

무엇보다 시간이 없다. 적합성 조사, 사회적 합의 등 고준위방폐장 부지 선정에 걸리는 기한만 13년이다. 부지선정 뒤 중간시설을 건설하는 데 7년이 필요하다. 도합 20년이다.

최종 영구처분시설을 만드는 데까지 총 37년이 걸린다. 올해 법을 만들어 시작한다해도 '임시' 거처에 '잠시' 있는 고준위방폐물이 영구 무덤에 안치되는 시점은 2060년 이후란 의미다.

정부가 손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공론화위원회, 재검토위원회 등 숙의 절차를 밟았다. 고준위특별법 제정, 전담조직 신설 등은 그 결과였다. 하지만 국회 문턱 넘기가 쉽지 않다.

목전의 총선 이상으로 미래가 중요하다. 원전의 효율을 즐겼으면 그 뒤처리도 우리가 결정해야하지 않을까. 총선 후 한달도 엄연히 21대 국회에게 주워진, 일해야 할 임기다. 비겁하게 미루지 말자.
[광화문]'잠시' 저장한 고준위폐기물, 영원히 묻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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