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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해도 100% 배상 어려워"…홍콩 ELS 투자자 '자율배상' 수용할까

머니투데이
  • 권화순 기자
  • 김남이 기자
  • 이창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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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3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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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자율배상 홍콩 ELS, 산 넘어 산(종합)



금융당국 압박과 신뢰 회복…은행권, '홍콩ELS' 자율배상 나선다


①은행 배상한다지만 투자자 수용 여부 '관건'

5대은행, 올해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그래픽=이지혜
5대은행, 올해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그래픽=이지혜
KB국민은행을 비롯해 '홍콩 ELS(주가연계증권)'를 판매한 주요 은행이 모두 자율배상 추진을 확정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은행의 신뢰 회복 차원에서 분쟁조정안을 빠르게 수용했다. 이미 하나은행은 일부 투자자에게 자율배상금을 지급했다. 다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율배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고, 홍콩 ELS 손실과 관련해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기준안 수용하고, 투자자에게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금감원 기준안에 따라 기본 배상 비율을 정하고, 사실관계 확인을 거쳐 투자자별 최종 배상 비율을 산출할 예정이다.

금감원이 지난 11일 분쟁조정기준안을 발표한 지 18일 만에 '홍콩 ELS'를 판매한 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 한국씨티은행 등 주요 은행이 모두 자율배상을 결정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은행권 판매 '홍콩 ELS'의 규모는 13조2000억원으로 7개 은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하고, 배상 비율을 손실금액의 40%로 산정했을 경우 전체 배상금액은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올해 1분기 회계에 배상금의 대부분을 충당부채(영업외손실)로 반영할 계획이다.


분쟁조정안을 수용한 직후인 지난 28일 하나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홍콩 H지수 ELS 자율배상위원회'를 열어 개별 자율배상안을 심의·의결하고, 일부 투자자와 합의를 거쳐 배상금을 지급했다. 투자자별 개별요소의 객관적 사실확인 거쳐 합리적인 배상비율 도출했다는 게 하나은행의 설명이다.

금융업계에서는 은행권의 자율배상안 수용이 예상보다 빠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조원이 넘는 판매 규모와 자칫 자율배상이 배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자율배상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손실 대표사례의 금융당국 분쟁조정위원회도 진행되기 전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본격적인 제재 절차 돌입 전에 자율배상을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수조원에 달할 수 있는 '징벌적 과징금' 카드를 들고 있다는 점이 선제적 배상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콩ELS피해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ELS피해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앞서 '자율배상을 하면 과징금 등 제재를 감경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금융회사의 '위반상태의 해소' 등을 고려해 기본 과징금 금액을 줄일 수 있다. 또 금융당국은 자율배상이 배임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냈다.

이와 함께 자율배상에 시간을 끌수록 은행 이미지와 고객 신뢰 관계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빠른 배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전날 신한은행은 "고객 가치와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신속한 배상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이라고 했고, KB국민은행은 "신뢰 회복을 최우선으로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손실과 배상 규모가 작은 우리은행이 지난 22일 시중은행 중 가장 먼저 자율배상을 결정한 것도 영향을 줬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배상에 차이가 나면 고객 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다른 은행이 먼저 배상에 나섰다는 점에서 배임 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은행권은 소비자보호그룹 내에 금융상품지식, 소비자보호 정책 관련 경험이 풍부한 외부 전문가들이 포함된 자율조정협의회를 설치하고 배상에 나설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이미 배상금을 지급한데 이어 다른 은행도 다음달부터 손실이 확정된 고객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배상에 나선다.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자율배상을 수용했지만 투자자의 수용 여부는 별개다. 투자자들은 'ELS 피해자 모임' 등을 만들어 100% 배상을 주장하고 있다. 전날에도 KB국민은행 신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서 투자자들은 "사적화해에 응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목소리를 냈다.

아울러 투자자가 자율조정안을 받아들이더라도 배상 비율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예·적금 원금보장상픔 가입을 목적으로 방문한 여부, 별도 고려사항 등 정성적 요소의 해석 여부가 다를 수 있어서다. 은행과 투자자간의 자율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 손실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향후 H지수 움직임에 따라 손실률이 크게 변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자율배상이 이른 감은 있다"며 "DLF(파생결합상품) 자율배상 때도 대부분 투자자가 자율배상을 받았지만 일부는 결국 소송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홍콩 ELS' 은행권 2조 배상 전망…투자자 소송하면 더 받을까?


②평균 비상률 40% 전망..투자자별로는 천차만별

주요 은행, H지수에 따른 '홍콩 ELS' 손실 및 배상 규모 추정/그래픽=최헌정
주요 은행, H지수에 따른 '홍콩 ELS' 손실 및 배상 규모 추정/그래픽=최헌정
하나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이 '홍콩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의 자율배상을 개시했다. 평균 배상률은 40%로 추정되지만 배상비율 조정 요소가 다양해 개별 배상률은 천차만별이 될 전망된다. 전체 배상 규모는 2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8일 하나은행이 '홍콩 ELS 자율배상위원회'를 열어 개별 자율배상안을 심의·의결하고, 손실이 확정된 일부 투자자에게 자율배상금을 지급했다. '홍콩 ELS' 배상금을 지급한 것을 하나은행이 처음이다. 다른 은행도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배상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은행의 '홍콩 ELS' 분쟁조정기준안 수용에 따른 자율배상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추산된다. 배상률 40%를 가정한 수치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이 '홍콩 ELS' 배상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은행권 판매 '홍콩 ELS' 규모는 13조2000억원으로 손실은 상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판매 비중이 높고, 판매했던 3년전 2021년 H지수가 상대적으로 높아서다. 상반기 약 4조3000억원, 하반기 약 8500억원 규모의 손실(총 5조1500억원)이 전망된다.

홍콩 H지수가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은행별로 올해 '홍콩 ELS' 만기도래 규모(6조7500억원)가 가장 큰 국민은행의 배상 규모는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신한은행 3500억원 △농협은행 3000억원 △하나은행 2000억원 △SC제일은행 15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은행권은 학계, 법조계,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 등이 포함된 'ELS 자율조정협의회' 등을 설치해 손실이 확정된 고객의 손해배상 비율을 산정할 예정이다. 협의회는 자율 조정 진행 과정에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금감원이 제시한 배상기준을 적용해 지급 규모를 의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하나은행이 손실 배상에 합의한 데 이어 다른 은행도 손실이 확정된 투자자부터 순차적으로 배상 절차에 돌입한다. 별도의 민원을 제기하지 않아도 배상 절차가 진행된다. 은행이 손실을 본 투자자에게 배상안을 제안하고, 투자자가 수용하는 방식이다. 의사 합치 과정에서 협의가 진행될 수 있다.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그래픽=김다나
홍콩 H지수 ELS 분쟁조정기준안/그래픽=김다나

◇개별 배상 '천차만별', 자율배상 협의 못하면 소송도 가능

배상안은 지난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배상안은 기본배상비율 20~40%에 공통가중비율(최대 10%), 개별 조정비율(±45%), 기타조정(±10%)으로 구성됐다. 대부분 20~60% 배상비율에 속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은행권에서 평균 배상 비율이 40%가 될 것으로 추산한다. 기본배상비율 30%에 내부통제부실(대면판매) 10%를 더한 값이다. 지난 28일까지 ELS 손실률은 약 51%다. 1000만원을 홍콩 ELS에 투자했다면 약 200만원을 배상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개인별 가산과 차감 항목이 많아 개별 배상 비율을 천차만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과 자율배상 협의에 실패할 경우 투자자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와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소송에 돌입할 경우 재판에 드는 비용과 시간 부담이 더해지고, 오히려 투자자가 패소할 위험도 있다. 또 승소하더라도 100% 배상은 어렵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DLF(파생결합펀드) 배상'을 두고 투자자가 A은행을 상대로 승소한 사례를 보더라도, 법원의 판단은 배상 비율이 60%였다. 은행이 자율배상에 따라 제안한 손해배상률 43~50%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설명의무, 부당권유금지 의무 위반 등을 인정했지만 투자자의 자기투자책임의 원칙도 적용됐다.

배상 소송에서 투자자가 패소한 사례도 있다. 해당 재판에서 투자자는 '최대 원금손실률이 10%'라며 자신을 속이고, 제대로 된 상품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상품 가입 시 '(상품설명을) 이해하였음' 등 자필서명과 가입 후 해피콜 응답 등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DLF 사태 때도 결국 대부분 사적화해로 손실배상이 정리가 됐다"며 "투자자가 소송을 선택할 수 있지만 오히려 불완전판매 입증과 자기투자책임 원칙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콩 ELS 적정 손실률 '20년 vs 10년'..창과방패 싸움 시작됐다


③'10년 손실률' 설명의무 위반여부, 치열한 공방전망

K은행 작성 운용자산설명서상 손실위험 시나리오 분석표/그래픽=윤선정
K은행 작성 운용자산설명서상 손실위험 시나리오 분석표/그래픽=윤선정
은행들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에 금융감독원의 배상기준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판매사 제재에 관심이 쏠린다. 최종 제재 수위를 두고 금감원과 은행간 '창과 방패'의 싸움이 벌어질 전망이다.

◇20년 손실률 안 알려주면 법 위반?...금감원-은행 치열한 공방 예상

30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달 시작될 홍콩 ELS 제재 절차 과정에서 금감원과 은행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가장 큰 쟁점은 기본배상 비율 20%의 근거이자, 대규모 과징금 근거가 될 '설명의무 위반' 여부다.

금감원은 지난 11일 홍콩 ELS 검사결과(잠정)를 발표하면서 은행들이 손실위험 분석기간을 과거 20년이 아닌 10년으로 임의변경해 손실이 발생하지 않은 것(0%)으로 축소 기재했다고 지적했다. 영업점 직원이 "과거 10년 동안 원금손실이 단 한번도 없었던 검증된 상품"이라고 권유해 안전상품으로 오해하게 했다는 설명이다.

금감원 지적대로 은행들이 과거 20년 손실률을 쓰면 2008년~2009년 금융위기 시점이 포함돼 마이너스(-)가 날 가능성이 생긴다. 반면 과거 10년간 손실률 통계만 활용하면 원금손실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쟁점은 '20년 손실률'을 은행들이 반드시 써야 하냐다.

20년 손실률을 활용한 시나리오 제시는 근거 규정이 없지 않다. ELS를 발행해 직접 판매하는 증권사의 경우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제조 및 판매에 관한 표준영업행위준칙'에 따라 과거 손실률 시나리오를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홍콩 ELS와 같은 파생상품의 경우 '금감원 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에 따라 과거 20년 손실률 통계를 반드시 써야 한다. 이 작성기준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서 위임한 만큼 지키기 않으면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다.

다만 은행은 ELS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증권사 상품을 가져다 신탁상품(ELT)으로 팔았다. 이에 따라 은행권 일각에서는 ELS를 직접 발행하는 증권사와 달리 은행은 과거 20년 손실률을 써야 한다는 규제(기업공시서식 작성기준)를 적용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제재 근거가 없다는 얘기다. 일부러 손실 위험을 왜곡한 게 아니라 홍콩 H지수가 급락할 것으로 예견하지 못했다는 주장도 펼친다.

◇이복현 원장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

금감원의 시각은 다르다. 은행이 ELT 계약시 자체적으로 작성한 운용자산설명서를 투자자에게 설명·교부하면서 ELS 발행사(증권사)가 작성한 증권신고서(투자설명서) 내용을 일부러 왜곡·누락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는 20년 손실률 기준으로 증권신고서를 작성했는데, 은행은 신탁 고객에게 이를 제시하지도 않았다. 자체적으로 작성한 10년 손실률 반영 운용자산설명서만 교부했다.

이와 관련 이복현 금감원장도 지난 5일 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과거 손실률을) 누락한 건 의도를 갖지 않고서는 그렇게 하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은행이 20년 손실률을 쓰지 않은 것이 법 위반인지, 아닌지는 중요하다. 설명의무 위반시 과징금 규모가 불어나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서는 설명의무 위반 혹은 부당권유시 판매금액의 5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도덕이 아닌 법의 잣대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법 위반은 없었다는 논리를 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한편 금감원은 이르면 내달 초 홍콩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발송할 계획이다.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진행한 검사 사항에 사실관계 위주로 검사의견서를 발송한다. 해당 금융회사는 검사의견서에 의견을 내는 절차가 이어진다. 이후 금감원장 자문기구인 제재심이 개최돼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제재 수위가 확정되기 까지는 수개월이 소요될 전망이다.



"고위험상품 금지 국가 없는데…" 홍콩 ELS 규제 고민하는 당국


④고위험 상품 해외사례 살펴보니

고위험 금융상품 소매 규제 예시/그래픽=조수아
고위험 금융상품 소매 규제 예시/그래픽=조수아
은행권이 홍콩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에 자율배상하기로 결정하면서 ELS와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을 은행에서 계속 판매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가 전면 금지될 가능성은 작다. 해외 선진국 사례가 없어서다. 투자자를 제한하는 등 판매 문턱을 높이는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고위험 상품 판매 제도 개선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최근 내부 협의체를 구성해 은행 영업창구 판매 행태·상품 구조의 문제점 등을 공유했다.

이번 홍콩 ELS 논란으로 은행의 고위험 상품 판매를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해외 선진국 중 은행이 개인에게 고위험·고난도 상품을 아예 못팔게 하는 사례는 없다. 이에 고위험 상품을 조건부로 허용하면서 판매 문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9년 DLF(파생결합상품) 사태이후에도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지는 않았다.

금융당국은 업계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면서 해외 사례도 참고 중이다. 미국에서는 은행 창구에서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 투자자 자격을 제한한다. 가령 옵션 매도가 내재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는 과거 옵션 관련 투자 경험이 있는 고객에게만 권유한다. ELS와 같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가 처음인 고객에겐 판매하지 않는다.

영국에선 은행이 고위험 상품을 개인에게 판매할 때 IFA(독립자문인)를 거쳐야 한다. IFA는 오직 고객에게만 자문 수수료를 받는다. 고객에게 투자 상품을 추천하면서 고위험 투자 시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 손실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고객의 수익률을 은행 성과와 연동하는 방안도 있다. 고위험 상품 판매와 은행 직원의 성과과 직결되는 현행 평가제도가 불완전판매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 수익률과 비례해 은행 직원 성과를 측정하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품 판매가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고객 수익률과 비례해서 은행이 판매 보수를 나중에 받는 '후취 수수료' 도입이 거론되는 이유다.

고위험 상품을 신탁으로 판매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 당시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의 신탁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홍콩H 지수 등 주요국 대표 주가지수로 구성된 파생상품은 예외적으로 은행의 신탁 판매를 허용했다. 당시 금융당국이 예외를 허용해서 이번 홍콩 ELS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신탁은 운영 자산 관리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건데 ELS라는 고위험 상품 하나 넣고 판매 보수만 높게 받아 가는 방식으로 신탁을 쓰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홍콩ELS피해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콩ELS피해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리나라의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가 선진국에 비해 약한 건 아니다. DLF 사태 이후 소비자 보호 규제가 강화하면서 녹취 의무, 적합성 보고서 제출, 투자숙려제도 등이 도입됐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이후에는 과징금 부과 체계도 갖췄다.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원인을 규명하고 규제 준수를 강제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실장은 "오히려 해외는 우리나라보다 규제가 느슨한 부분이 있는데 상대적으로 집행을 엄격하게 하는 부분이 있다"며 "가령 이번 ELS와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판매 라이선스 자체를 몰수하거나 3년간 판매를 중단시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금소법에선 불완전판매에 따른 과징금이 판매 수입의 50% 이내로 부과하게 돼 있는데 이를 고객 손실 금액의 최대 3배까지로 상향하는 더 징벌적인 과징금 제도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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