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위원장 "책무구조도 있어도 ELS사태 났을까, 실효성 고민해라"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오는 7월 도입 예정인 은행 책무구조도와 관련해 "만약 이번 ELS(주가연계증권) 사태 상황에서 책무구조도가 있었다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1일 오전 서울 광화문에서 은행연합회장, NH농협·신한·우리·하나·KB국민·광주은행 은행장 등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홍콩 H지수 ELS를 집중 판매한 2021년) 당시 상황에도 '책무구조도'가 있다고 가정했음에도 ELS 사태가 동일하게 발생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 그 책무구조도의 실효성에는 물음표를 붙여야 한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책무구조는 금융회사 임원 개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내부통제 대상 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금융회사가 스스로 각자의 특성을 고려해 사전에 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라 오는 7월3일 은행권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김 위원장은 홍콩 ELS 사태와 같은 대규모 금융분쟁을 예방할 수 있도록 책무구조도를 형식적으로 운영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는 "ELS 사태는 소비자보호 제도 자체의 보완 필요성 외에 은행들의 영업행태와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보여준 사례"라며 "아무쪼록 '책무구조도'가 법령에 따라 마지못해 도입하는 제도가 아니라 내부통제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고민을 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는 지난해 7월 5일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방안 과제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은행권 혁신 추진현황을 공유하기 위해서 마련됐다. 개선과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및 구조개선 △고정금리 비중 확대 등 금리체계 개선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성과급·퇴직금 등 보수체계 개선 및 주주환원정책 점검 △사회공헌 활성화 등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 가운데 경쟁촉진과 관련, "신규 진입 촉진을 위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과 인터넷뱅크 신규 인가 등의 정책도 추진 중"이라며 "부수·겸영업무 규제개선 등 금융제도를 과감히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제도개선이 '국민 편익' 관점에서 추진될 필요가 있다"며 "신탁이나 자문 등 기존 자산관리 관련 제도를 국민의 자산형성에 유익한 방향으로 어떻게 개선해나갈지, 은행은 종합적인 금융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어떤 혁신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민관이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새로운 제도 도입 시 '소비자보호'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히 살피고, 책무구조도 도입 등 내부통제제도 개선사항이 은행 조직 전체에 잘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