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근거 제시하면"…尹, '2000명' 빗장 풀고 의사에 호소

[서울=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4.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조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2000명 증원 방침과 관련해 의사들에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 의료계, 정부가 함께 꾸리는 사회적 협의체도 거론했다. 정부가 의사 집단행동에 따른 의료대란을 막기 위해 연일 대화를 호소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전제로 2000명 '숫자'의 조정 가능성까지 열었다.

동시에 의사 증원이 시급한 과제임을 역설하면서 "애초에 점진적인 증원이 가능했다면 어째서 지난 27년 동안 어떤 정부도, 단 한 명의 증원도 하지 못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했다. "이해집단의 저항에 굴복한다면 정상적인 국가라고 할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해 반드시 의료개혁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도 천명했다.


윤 대통령은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약 50분간 의대 증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의사들에게 대화를 호소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책은 늘 열려있는 법"이라며 "더 좋은 의견과 합리적 근거가 제시된다면 정부 정책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37차례에 걸친 정부와 의료계 등의 의사 증원 방안 협의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증원 규모에 대한 구체적 숫자를 제시해 달라는 정부의 요청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의료계는 이제 와서 근거도 없이 350명, 500명, 1000명 등 중구난방으로 여러 숫자를 던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가 증원 규모를 2000명에서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면 집단행동이 아니라 확실한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통일된 안을 정부에 제시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2000명 증원안에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다. 정부는 통계와 연구를 모두 검토하고 현재는 물론 미래의 상황까지 꼼꼼하게 챙겼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주요 선진국 자료를 비교하고 수치를 하나하나 예로 들면서 설명했다. 즉 의사 측이 증원 숫자를 줄이고 싶으면 정부의 논리를 뛰어넘는 합리적 근거로 설득하라는 얘기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사회적 대화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의료개혁을 위한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를 말씀드린 바 있다"며 "국민, 의료계, 정부가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위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도 좋다"고 했다.

과학과 합리를 바탕으로 모든 협의가 가능하다는 유연한 메시지와 함께 국민 생명과 건강을 위해 불법행동은 묵과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다만 처벌보다는 사태 해결에 방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인질로 잡고 불법 집단행동을 벌인다면 국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지금이라도 의료현장으로 돌아와주기 바란다. 제가 대통령으로서 앞으로 수많은 국민의 생명을 구하고 또 수많은 국민의 건강을 지켜낼 여러분을 제재하거나 처벌하고 싶겠느냐"고 했다.

일련의 개혁은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오직 국민의 이익을 위해서 추진한다고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갈수록 더욱 공고해졌다"며 "제가 정치적 득실을 따질 줄 몰라서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국민과 국익만 바라보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개혁에 뛰어들지 않는다면 이 나라에 미래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용기가 필요한 때"라며 "정부가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