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사관에 쳐들어왔다"…국제고립 위기 에콰도르, 어쩌다 [영상]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에콰도르가 부패 혐의를 받는 전직 부통령을 체포하기 위해 자국 주재 멕시코 대사관에 경찰을 강제 투입하면서 후폭풍이 커지고 있다. 멕시코, 니카라과가 에콰도르와 단교를 선언했고 미국, 영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도 일제히 에콰도르를 규탄하고 나섰다.

5일(현지시간) 무장한 에콰도르 경찰들이 키토 주재 멕시코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엑스(X, 옛 트위터)

이번 사태는 지난 5일 중무장한 에콰도르 경찰 부대가 에콰도르 수도 키토에 있는 멕시코 대사관에 강제 진입해 호르헤 글라스 전 부통령을 체포한 게 발단이 됐다. 글라스 전 부통령은 정치적 망명을 신청하고 지난해 12월부터 멕시코 대사관에 머물고 있었는데 5일 멕시코 정부가 정치적 망명을 허가하자 에콰도르가 곧장 글라스 전 부통령의 강제 연행에 나선 것이다.

에콰도르 경찰은 글라스 전 부통령을 찾아 연행하는 동안 대사관을 책임지는 로베르토 칸세코 멕시코 대리 대사도 제압했다. 그가 대사관을 빠져나가는 차량을 가로막으며 항의하자 에콰도르 경찰이 그를 힘으로 막아 세우는 모습도 온라인에서 공유됐다. 칸세코 대리 대사는 기자들에게 "그들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면서 "범죄자들처럼 그들은 에콰도르에서 멕시코 대사관을 쳐들어왔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미친 짓이다"라고 분노했다.

에콰도르는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멕시코가 거부해 어쩔 수 없었단 입장이다. 다니엘 노보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멕시코가 부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정치인에게 망명을 허용함으로써 외교적 면책 특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5일 성명에서 "범죄자가 정치적 박해를 주장할 순 없다"면서 "모든 대사관의 목적은 단 하나, 나라 간 관계를 위한 외교적 공간으로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일(현지시간) 로베르토 칸세코 멕시코 대리 대사가 에콰도르 차량을 막아서자 에콰도르 경찰이 그를 제지하고 있다. /사진=엑스(X, 옛 트위터)

멕시코는 즉각 거세게 항의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에콰도르 경찰이 우리 대사관에 강제 진입해, 박해로 망명 절차를 밟고 있던 그 나라 전 부통령을 구금했다"며 "이는 국제법과 멕시코 주권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규탄했다. 또 멕시코 외교부는 같은 날 에콰도르와 단교를 선언하고 현지 체류하는 외교관들을 전부 불러들였다. 또 에콰도르의 국제법 위반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I)와 모든 관련 지역 및 국제기구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1961년 체결된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에 따르면 한 하나의 외교공관은 주재국은 상대국 동의 없이 외교공관에 들어갈 수 없다. 또한 타국 외교관의 신체 역시 불가침 대상이다. 국제사회에서 주재국 정부가 강제로 타국 외교 시설에 침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영국 등 국제사회도 에콰도르 비판에 가세했다. 매튜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6일 "미국은 외교 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의 침해를 비판한다"면서 "우리는 우리의 파트너인 멕시코와 에콰도르가 국제 관습법에 따라 이견을 해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중남미에서 니카라과 역시 에콰도르와 단교에 나섰고 브라질,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등도 일제히 에콰도르의 대사관 강제 진입을 규탄했다.

싱크탱크 외교관계위원회의 호세 미구엘 비방코 연구원은 "이건 좌파냐 우파냐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근본적인 외교 원칙이 무시된 것이며, 이것이 새로운 표준이 되지 않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강한 비판을 받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에콰도르 노보아 정부가 마약 카르텔과 전쟁에서 국제적 지원을 호소하고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무역 확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가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