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비까지 줬는데, 국내 관광 뚝…내수 부진 우려

[인천공항=뉴시스] 정병혁 기자 = 설 연휴 첫날인 9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24.02.09. / 사진= 뉴시스 제공

관광객들의 국내 소비가 부진하다. 여행수지는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사태 이후 최악이다. 국민들이 밖에서 쓴 돈에 비해 외국인들의 국내 씀씀이가 모자랐던 때문이다. 코로나19(COVID-19) 회복 이후 1년 새 사상 최대 흑자를 봤던 일본과 온도 차가 크다.

지출 수요가 해외로 나가면 내수 경기가 타격을 받는다. 지난해 정부는 여행비 지원, 관광 박람회 개최 등 대책을 냈지만 뚜렷한 효과를 내진 못했다.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여행수지 최악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들어 여행수지는 1월 -14억6700만달러, 2월 -13억6100만달러 등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가 연말까지 간다면 올해도 작년(-125억2700만달러) 수준의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과거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로 인해 2017년 초 중국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긴 이후론 가장 큰 적자 규모다. 사드 배치로 2017년(-183억2400만달러), 2018년(-165억6600만달러)에는 여행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우리 국민의 해외여행 수요는 급증했지만 외국인 관광객 유입은 기대에 못 미쳤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가 재화 중심에서 콘텐츠 위주로 전환된 것도 여행수지에 영향을 줬다.

반대로 일본은 우리나라와 다르게 관광객 유치에 큰 성과를 봤다. 지난해 여행수지 흑자액은 3조4037억엔(197억6350만달러)으로 역대 최대치다.

지금처럼 여행수지가 악화되면 경상수지는 물론이고 국내 소비도 타격을 받는다. 민간소비는 건설투자와 함께 올해 경기에서 최약체로 꼽힌다. 내수 부진으로 정부가 목표로 하는 2.2% 성장률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셈이다.


여행 지원에도 소비 부진정부 입장에선 국내 관광을 보다 활성화해 줄어든 여행 수요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3월 말 내수 활성화 대책을 냈다. 최대 600억원의 재정을 투입해 소비를 늘리겠다는 게 골자였다. 구체적으로 국민 134만명에게 1인당 숙박비 3만원, 놀이시설 1만원 등 필수 여행비 할인을 제공하고 중소·중견기업 근로자, 소상공인 등 최대 19만명에게 휴가비 10만원씩을 지원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박람회도 열었다.

정책효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지난해 민간소비는 1.8% 성장해 전년(4.1%)에 비해 크게 위축됐다. 근본적으론 고금리·고물가로 소비 여건이 악화됐던 탓이 크지만 국내 여행수요가 해외로 크게 빠져나간 것도 요인이었다.

올해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올해 민간소비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인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정부의 올해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는 2000만명이다.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직전인 2019년(1750만명) 대비 14%를 늘려야 한다.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수 활성화 대책의 경제적 효과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외국인 방한 관광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관광 상품 개발에 주력하고 관광 품질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