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소야대 재현에 尹 공약 '여가부 폐지' 사실상 물건너가나

4·10 총선으로 여소야대 지형이 유지되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는 사실상 실현이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가부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처리돼야 하지만 과반 이상을 차지한 야권에서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를 합쳐 총 175석·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했다. 조국혁신당 등까지 더하면 범야권 의석은 모두 189석이고, 민주당 단독으로도 과반이 넘는 의석을 가져간 셈이다.
'여가부 폐지' 임기 내 어려워..차관 체제 운영

/사진=뉴스1

이는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여가부 폐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당선 이후인 2022년 10월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만들어 주요 기능을 이관하고, 여성 고용 정책 업무는 고용노동부로 넘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론은 사실상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국회에서도 180석 안팎을 차지했던 민주당이 반대하며 개편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4·10 총선에서 여권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뒤 여가부 폐지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큰 차이로 패하며 제동이 걸렸다.

정부는 일단 여가부 차관 대행 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김현숙 전 여기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고, '주식 파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던 김행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이후 대통령실은 후임자를 지명하지 않고 있다. 임기 내 폐지는 어렵게 됐지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사 등을 통해 '폐지 수순'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연초 인사에서도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사회서비스 정책관(국장급)인 김기남 실장이 여가부 1급 기획조정실장으로 발령 난 전례가 있다. 다른 실·국장 자리도 타 부처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있다.
'장관 공석 비정상' 지적도..여가부 "차질 없도록 노력"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위한 범시민사회 전국행동 회원들이 지난해 5월1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뉴스1

여가부 내부에서는 다소 혼란스럽지만 일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선거 등 시기 때마다 말이 나오니 업무에 어려운 측면이 없지 않아 있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총선 전엔 존폐 여부가 어떻게 될지가 관건이었는데, 그 부분이 어느 정도 정해진 거 같아 조직이 안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초저출생'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가족과 보육, 여성 정책 주무부처인 여가부 역할을 축소하는게 맞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으로 남은 윤 대통령 임기 3년 동안 부처 장관 자리를 공석을 두는게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여가부 관계자는 "(장관 공석 상황에서) 차관 업무가 가중되고 있는 사실"이라면서도 "큰 문제 없이 차질 없게 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구성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행 후보자를 둘러싼 여야 공방과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사태 책임론 등에 밀려 21대 국회 여가위에서 처리되지 못한 법안은 지난해 12월 기준 81%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가부는 다음달까지 남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발표한 '양육비 선지급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도록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젠더정치연구소 여성정치세력민주연대(여세연)의 대표를 지낸 권소현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조교수는 "국정 쇄신을 위해 타 부처 장관 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여가부 장관 후보를 새롭게 추천할 수도 있겠지만, 성평등 인식이 있는 사람을 추천할지 의문"이라며 "이번 선거로 성인지 감수성과 인식을 갖고 있는 장차관을 (여가부를 포함해) 임명하는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